누나는 고 삼이다
반에서 일이 등 하는 고 삼이다
그런 누나가 뜬금없이
만두가 먹고 싶다고 해서,
뒤에서 오 등 정도 하는 내가
밤늦게 만두 심부름을 갔다
너무 늦어서 이 골목 저 골목
문 닫지 않은 만두 집을 찾아 헤매다가
큰 사거리 근처까지 나가서 겨우 샀다
만두가 식을까 봐 뛰어서 집으로 갔다
심부름 가서 딴짓하다 늦게 왔다고
엄마한테 잔소리를 잔뜩 들었다
난 뒤에서 오 등이니까,
말대꾸할 힘도 없어서 그냥 잤다
-박성우 《난 빨강》, 창비 2010
시를 읽어도 나는 이런 시가 좋았다. 글의 사실보다 그 감정이 느껴지는 문장들이 좋아서 대학 때까지는 시를 좋아했다. 그렇다고 암송하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거나 특별히 좋아하는 시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냥 그 느낌들이 좋아서 시집을 사서 읽기도 하고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시를 읽는 것을 좋아했다. 시인이 되고 싶기도 했지만 월급봉투를 사랑하는 월급쟁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