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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질녘 Apr 03. 2024

킹콩의 눈

장영희

장애는 어떤 사회인으로서 자립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장애인이라고 할 수 없는 핸디캡이 있었다. 난청이 있었고 이명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기억력 장애까지 있었다. 나는 어떤 사실에 대한 사실을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기억을 할 수 없었다. 어떤 심리적인 원인도 있을 것 같다. 일단 방금 전에 들은 것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나는 기억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이런 상태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내가 하는 일은 기억력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현재의 사실들만 처리하면 되었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스스로가 장애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어떻게든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가 만들어 놓은 장벽에 많이 부딪혔다. 그럴 때마다 다시 일어섰다. 세상은 내가 지나온 흔적으로 인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 나는 세상에 더 많이 부딪히고 싶었고 좌절하고 싶었다.


어떻게든 내가 가진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유명한 병원에서 검사도 하고 진료도 받고 5년 넘게 우울증 약과 심지어 간질약이나 혈액개선이나 뇌신경 관련 약을 먹었더니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떠올리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무엇인가를 기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다.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기는 것 같았다. 지나온 수많은 시간들이 가시밭길 같았지만 이제는 그 가시밭길이 끝이 다가오는구나를 느끼게 되었다.


여기서도 내 이름과 똑같은 아이가 나처럼 보청기를 사용하고 청각장애를 안고 살아가면서 장애인으로서 차별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 모습 같기도 했고 장영희 교수님이 동명이인이긴 하지만 내 이름을 알고 계신다는 사실만으로 나는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교수님의 이야기도 인수의 이야기도 내 이야기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누군가에게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이야기가 된다는 사실 때문에 나는 글을 쓰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수필의 제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슬픈 사람들의 성공 스토리가 많이 쓰일 수 있도록 나는 계속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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