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by 안세아

달리는 버스 안,
아파트 단지들이 스쳐 지나가고 창밖으로는 초록의 물결과 바람이 출렁인다.
덜컹거리는 진동과 차 소리, 버스 안내 음성까지 섞인 풍경 속에서 나는 눈을 살포시 감았다.
오늘은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래서 나는 버스를 탔다.
운명처럼.

내 고향으로 간다.
폐허가 된 자리에는 무성한 풀이 자라 있지만,
내 꿈의 무지개가 떠오르던 곳이다.
친구들의 소식은 이제 잘 알지 못하지만, 그 시절 내가 마음 놓고 뛰놀던 바로 그 자리로 향하는 길이다.
지금 나는, 그때의 나를 만나러 간다.
그곳에서 어떤 감정을 마주하게 될까.


태양을 보기 위해 돌담 틈을 비집고 고개를 내민 장미.
한강님의 책제목'태양 꽃'이 생각이 난다.

문득 떠오른 문장 하나가 이 장면을 오래 붙잡는다.
유년 시절, 내 놀이터였던 의자에 잠시 앉았다.
사진 한 장, 풍경 몇 컷.
그걸로 충분했다.
오늘 지금 이 순간만으로도 참 잘 왔다 싶다.

어릴 적 이불빨래터.
어머니와 함께 빨래하던 곳.
“먹고 가라.”
해녀의 집,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것 같았지만
아무도 없다.
세월은 그렇게 흘렀다.
모든 것이 보물이었던 그 시절의 나에게 조용히 감사해 본다.
돌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나 올려두고 왔다.


걷다가 나타난 쉼터.


나의 10분 요가교실이 갑자기 시작된다.
그리고 누웠다.
바닷바람이 시원했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추워지기 시작했다. 순간이동을 하여 집으로 돌아가 쉬고 싶어졌다.


흰나비가 고향 바다 위로 날아드는 것을 보았다.
그늘이 보이면 앉고, 돌이 보이면 잠시 쉬어간다.
남들이 뭐라 해도 내가 숨을 쉬어야 살 수 있으니까.
나는 이렇게 쉬어가며 일하는 삶을 택했다.
그리고 매일 내 자신에게 말해준다.
“오늘도 수고했어. 잘했어.”


요즘 아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왜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처럼 놀고 싶어서.”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는 최근 쉬어가며,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알아본 것 같다.
나는 작은 관심과 미소로 이 순간, 나 자신에게 안부를 물으며, 서툴더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