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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클써니 Jan 04. 2023

대청소가 남긴 것


어제 대청소를 하다가 서랍장에서 발견한 종이다.

내가 언제 이런 걸 썼을까?

분명 "내가 좋아하는 것"도 썼을 텐데 그 종이는 어디 갔을까?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용을 훑어보았다.


그중에 4번 항목에 눈길이 갔다.

[음식 남기는 것]

정확히 말하면 나는 음식을 버리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래서 음식을 많이 하지도 않고,

그릇에 수북하게 담지도 않는다.

특히 내가 먹는 음식은 조금 부족하다 싶게 담는다.

필요하면 더 가져오면 되니까.


남들과 음식을 나누고 싶을 때는

상대방의 의향을 물어본 뒤에 나눈다.

음식을 굳이 권하거나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남은 음식을 억지로 먹거나 하지는 않는다.

음식보다는 내 몸이 먼저라는 우선순위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미국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행들과 저녁을 먹었다.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얘기를 나누고 있던 중,

식사가 거의 끝난 것을 눈치챈 웨이트리스가

조용히 1회용 그릇을 탁자 위에 두고 가는 것이다.

테이블에는 음식이 꽤 남아 있었던 것 같다.


얼마 전 제주에서 일행과 한 식당을 찾았다.

음식 양이 꽤 많이 나오기도 했고,

배가 많이 고프지 않은 상태여서

음식이 많이 남을 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남은 음식을 포장해 주는 식당이

거의 없기는 하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더니 역시나 돌아오는 대답은 'NO!'


좀 다른 얘기지만,

내가 좋아하는 친구 중 한 명인 J는

혼자 식당에 가서도 2, 3개의 메뉴를 시킨다고 한다.

먹고 싶은 것을 이것저것 시켜서 먹고 싶은 만큼 먹고 나온다고 한다.

음식 남기는 것이 싫어서 외식도 잘 안 하는 

소식가 쪽에 속하는 나와는 많이 다르다.


나도 내가 왜 음식을 남기고 버리는 것을 싫어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 엄청난 대의명분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쓰면서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은 알겠다.




그래도

"음식은 먹을 만큼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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