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정체기
플래토; <심리> 학습곡선에서, 일시적으로 진보가 없이 평평한 모양을 보이는 현상. 그 모양이 고원 모양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른다.
출처: 네이버 백과사전
무언가를 처음 배우기 시작하면, 우리는 배우는 재미와 실력이 향상하는 기쁨을 만끽하게 된다. 그래서 더욱 열정적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가서는, 아무리 쉬지 않고 계속해도 발전은커녕, 정체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러다 아예 후퇴하는 것 같음을 느끼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플래토 구간이다.
내게 영어가 그랬다. 처음 몇 개월 필리핀에 있으면서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니 영어실력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해서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호주로 넘어왔더니, 내 영어 실력이 형편없어 정체기가 왔었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다. 영어가 조금 느는가 했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제자리 걸음을 걷는 듯 했다.
규칙적으로 하던 영어공부와 매일 밤 하던 조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함과 동시에 나태해 진 탓이리라.
우리 마음속에는 '의심'이라는 씨앗이 심어져있기에, 작은 일에도 스스로에게 의심을 하기 시작하며 그 씨앗에 물을 듬뿍 주게 된다. 그러면 이 씨앗은 엄청난 속도로 자라난다. 그렇게 그 씨앗은 우리의 마음을 아주 힘들게 한다.
'잘하고 있나?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건가? 발전이 있나? 이 길이 맞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돌아갈까?'
그렇게 끊임없이 의구심을 가지다 보면 이것이 내가 최선을 다한 결과물이라 믿으며, 결국 "나는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래서 이 무서운 정체기가 오면 많은 사람들이 쉽게 좌절하고 포기한다.
지난 몇 개월의 피땀 흘린 노력의 시간들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는 것이다.
높은 산을 탈때도 마찬가지이다.
그 여정에는 오르막길, 평평한 길, 내리막길이 있다. 하지만 시작과 동시에 정상 오르기에 급급하다 보니 마음의 여유를 잃고 무리해서 걷다 보면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만약 그때 포기하게 된다면 우리가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다고 느낄 당시에 내려왔기 때문에 그 경험은 우리 기억 속에 아주 끔찍한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 힘든 구간에서 잠시 멈추고 충분히 쉬어가며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조금 늦게나마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에 도착하면 목표를 이뤘다는 짜릿한 쾌감을 느낌과 동시에, 발밑 아래 탁 트인 황홀한 절경을 바라보며 정말 오르길 잘 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 힘들었던 플래토 구간은 어느새 까맣게 잊은 채 정상에서 즐겁게 '야~호' 소리칠 것이다.
같이 시작했지만 어느 구간에서 어떻게 멈추냐에 따라 그 경험은 극과 극이 된다.
나 역시도 여러 순간의 플래토를 경험했다. 지금도 여전히 경험하는 중이다.
완벽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는 늘 부족하다 생각하며, 끊임없이 배우는 중이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플래토도 함께 따라온다.
그래도 그 과정을 견디며 꽤 많이 올라왔다. 정상은 여전히 멀리있지만 처음과 비교했을때 내 영어실력이 향상된 것을 알 수 있기때문이다.
한때는 두려워하며 나 자신을 끊임없이 의심했던 적도 있지만 결국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성장통을 겪으며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플래토를 극복하는 가장 큰 방법 중 하나는 이 정체기를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들이 아픈 사춘기를 겪으며 성인으로 성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 플래토 또한 배우는 과정의 일부라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둘째는, 자신만의 페이스를 알고 유지하는 것이고, 셋째는 인내와 끈기다. 괴로움이나 어려움을 참고 견디는 마음과 쉽게 단념하지 않고 끈질기게 견뎌 나가는 기운을 가지는 것이다.
힘 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는 산은 없다. 이 여정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할 수 있다고 !
한 발자국 더 내딛을수록 정상에 조금 더 가까워져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