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자 애인이었고 친구였던 내 사랑에게
사랑은 반복이 되고 무한의 굴레를 돈다.
종착역이 같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
허나 신은 장난꾸러기요, 자기가 재미 볼 사랑만을 택한다.
그러니 전해지지 못한 사랑이 있고,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불사가 없지 않은가.
성인이 되고 아리따운 사랑을 했다.
정말로 눈이 부시고 더할 나위 없는 그런 사랑.
그래서 나는 이게 정녕 사랑이자, 두 번 다시는 없는 줄 알았고 끝없는 사랑의 잠식에 허우적 댔다.
하루가 길다고 일기를 전하고, 혹여 내 마음 몰라줄까 끊임없이 연애편지를 써내려 가며 허황된 구름에 몸을 맡겼다.
어느 때, 그 끝없던 사랑의 종식이 성큼 다가왔고,
사무치는 긴 눈보라를 맨몸으로 맞이했다.
이별이 몸서리치게 다가와 아프고 또 아플 때, 나보다 더 아픈 이가 있었다. 나만 아팠으면 될 것을….
잔뜩 취해 잠에 들면 되는 내가 겪는 아픔에 수천 혹은 수만 배를 아파하며 맨 정신에 밤잠을 설치는 이가 있었다.
삶이 애달파 우는 곡소리 하나 듣기 어려워 방문을 닫았던 어리고 철없는 나의 흐느끼는 눈물 한 방울, 그 한 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에 곧장 달려와 문을 열고 안아 주던 이가 있었다.
그리고 금세 정말 눈 깜짝할 새에 사라졌다.
나의 수취인이 생겼다.
아니, 어쩌면 태어날 당시부터 내 모든 말의 수취인이었으나 내가 이제야 안 것이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에 가슴을 부여잡고 또 한 번 달려와 줄까 무례를 저지르고파 울며 그 이에게 편지를 썼다. 답장은 없다. 없어야 응당한 걸 알면서도 자꾸만 답장을 기다리며 편지를 써내려 갔다.
그 종이 한 장에 담기는 마음이 있다면 받는 이의 마음도 비례해야 마땅치 않은가.
내가 쓴 하루 전부의 사랑은 여타 쓰레기들과 어울려 태워진 지 오래라면, 먼 과거의 글씨가 뭔지도 모르는 나의 연필심이 그려낸 그림들은 그 이의 원동력이자 세상이었고, 어떤 편지는 한시라도 더 빨리 보고 싶어 누가 볼세라 빗물에 젖을라 품에 안아 뛰어서 봤는가 하면, 내가 봐주길 갈망해 풀칠도 하지 않은 봉투를 여는 건 참으로 어려웠다.
내 아리따운 사랑은 큰 마음 먹고 해외로 여행을 가는 게 아니었고, 시장서 만 원도 채 안 하는 국수를 팔뚝을 부딪쳐 가며 먹는 거였다.
정말 사랑했다면 후폭풍이 온다는데 연애할 적엔 후폭풍이 안 와 당황했건만, 이게 정말 사랑의 끝이어서 그랬구나 싶어 이 감정이 버겁다. 난생처음 느껴보고 이후에도 지속될 걸 알아 매일 밤이 무섭다.
사진 한 장에 수많은 희로애락을 더한 일대기를 담을 수도 없어 애석하건만… 이런 내 마음 몰라 말갛고 예쁘게 웃고 있는 그 이를 보면 검은 두 줄을 뜯어버리고 안기고만 싶어 아직 내가 그의 아기인가 싶기도 하다.
별이 되고 달이 되어 어두운 밤을 이겨내게 해 주려고 했을까, 구름이 되어 더운 날 쉬어가게 해 주고 싶었을까. 진솔한 마음 하나 모른 채 그렇게 떠나간 피앙새.
음절 하나라도 더 길면 발음하기 귀찮아 말하지 않을까 싶어 잊기 좋으라고 하나라도 더 붙여 준 걸까.
엄마가 아닌 할머니라는 호칭 말이다.
나의 당신을 내 뜨거운 가슴에, 그리고 차가운 땅 구덩이에 묻고, 그날따라 더 쨍하던 햇볕을 받으며 걷는 검은 복장의 무리들에게 셀 수도 없는 하얀 나비 떼가 몰려왔다.
우리 할머니일까 큰 동작 않으며 천천히 걸어도 내 몸에 앉아 주는 나비 하나 없어 아직도 기다린다.
나비가 되어 와 줄까, 새가 되어 와 줄까, 작은 벌레가 되어 와 줄까. 기왕이면 내게 폼나게 살라고 해 줬던 사람이니 폼나는 멋진 독수리로 와 줄 수 있으려나. 꼭 비행하는 멋진 형태로 훨훨 날다 내게 한 번만 앉아줄 수 있으려나. 그렇게 답장을 받을 수 있을까나.
세상은 봄이 왔다.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던 벚꽃이 흩날리고, 수국이 피어오르려 하며 따듯한 햇볕이 더 이르게 찾아오기 시작한다. 당신이 없는 봄이 왔다.
따듯하게 기억해 주길 원해 봄에 갔겠지만, 당신 없는 봄에 여름 감기 같은 독한 열병이 시작됐다.
하늘을 향해 보내는 편지는 어디가 우정국일까.
나의 수취인에게 잘 전달이 될까.
장난꾸러기 신이어도 이것 하나만큼은 꼭 진중히 전달해 주시길.
사모하고 숭상하는 마음을 담아, 손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