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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브 Dec 01. 2021

우리는 왜 상처 주는 사람을 선택할까?

영화「월플라워」

Wallflower: 파트너가 없어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


  「월플라워」의 등장인물들은 남에게 쉽게 털어내지 못하는 아픔을 갖고 살아간다. 샘은 어렸을 적 집에 자주 놀러 오던 아빠의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패트릭은 크레이그와 사귀는 사이지만 남들에게 밝히지 못한다. 그러다 크레이그의 아버지가 둘 사이를 알게 된 날 크레이그가 아버지로부터 맞게 되고 둘의 관계는 흐지부지 그렇게 끝이 난다. 찰리는 어릴 때 가장 사랑했던 이모에게 성폭행을 당했으며 그 이모의 죽음이 자기 탓이라며 괴로워한다.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본인들을 아프게 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거죠?

그것이 자기 그릇이라고 생각하니까


  「월플라워」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찰리가 묻고 선생님이 답하는 장면이다. 이 영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이기도 하다. 아무리 긍정적이고 쾌활한 사람일지라도 개인이 받은 상처를 자책하며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는 일이 많다. 그러면서 본인의 그릇을 작게 생각하고 자신이 생각한 그릇에 어울리는 사람을 만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 가장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 영화는 찰리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샘도 찰리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고 서로 마음이 같으니 사귀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샘이 찰리에게 “네가 말하지 않으면 난 모르잖아”라고 얘기한 장면에서 뒤통수가 얼얼했다. 우린 모두 각자의 관점에서 각자의 독백과 방백, 대사를 통해 인생을 살아간다. 각자의 생각은 방백이다. 방백은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말하지 않고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남들에게 말하지 못할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 타인에게 받은 상처를 서로 다독이며 그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아물 때까지 말없이 기다려주고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건 흉터가 하나씩 늘어가는 것이다.


  이 영화는 소수의 잘 나가는, 소위 인싸라 불리는 청춘들의 방황이 아니다. 청춘을 소재 삼는 영화 속 인싸들은 젊음을 무기 삼아 화려한 파티와 불같은 연애를 즐기며 흥미와 자극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킨다. 반면 이 영화는 현실적이다. 청춘의 민낯을 세세히 보여준다. 그래서 조금은 우울하고 어두우나 사실 청춘은 빛나기보단 어둑하지 않은가.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 잡지 못한 채 그저 가야 하기에 걸어가는 젊음. 한 걸음 한 걸음 기계적으로 내딛고 있지만 이 걸음이 맞는 방향인지 이 보폭은 적당한지 수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청춘. 이 영화는 그런 다수의 평범한 청춘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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