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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브 Dec 19. 2021

선함은 쉽게 비웃음거리가 된다

「MCU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선(善)’ 기억도 안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선해야 한다고 교육받아왔다. 그러나 선한 사람은 쉽게 이용당하고 버려지고 우스워지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선함과 상대를 배려하는 말보단 악함과 그 말이 비록 무례할지라도 내뱉는 발언들이 속 시원하다 여겨진다. 이러한 사회풍토가 만연해지며 ‘인간을 극한 상황으로 몰고 가 이때 드러난 인간의 악(惡)이 사실 본성이다.’는 식의 영화 드라마가 많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 시류에 이번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는 왜 스파이더맨을 좋아할까? 스파이더맨 3부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작, 그리고 MCU 스파이더맨 3부작. 이렇게 3명의 스파이더맨과 8번의 스파이더맨 영화를 상영할 만큼 스파이더맨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일단 스파이더맨은 친절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마무시한 악당들과 싸워 이기는 모습도 좋지만, 우리가 열광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베푸는 친절이다. 자전거 도둑을 잡기도 하고, 할머니의 가방을 훔쳐 달아나는 소매치기범을 잡아 할머니께 츄러스를 얻어먹기도 하고. 이런 일들은 슈퍼히어로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흔히 하지 않는다. 그렇게 세상에 선함을 전파한다. 사실 우리는 그 무엇보다 선을 갈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스파이더맨은 아직 어리다. 17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아이다. 그래서 때론 잘못된 선택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스파이더맨은 MCU 세계로 넘어온 다른 영화사의 빌런들의 악(惡)을 치료해서 보내고자 한다. 닥터스트레인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빌런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결과적으로는 닥터스트레인지의 말이 맞았다. 빌런은 여전히 빌런이었고 악(惡)은 악(惡)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사건의 원인을 스파이더맨 때문이라 여겨서는 안 된다. 쉽게 사람을 믿는 것. 본인의 선함을 남들도 가감 없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믿는 것. 누군가는 우습게 여기고 바보 같고 멍청하며 오지랖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필요하다. 선을 믿는 사람들. 선함의 힘을 믿고 이를 통해 세상을 조금이나마 밝혀주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필수적이다.     


  선함을 행하는 건 어려울지라도 선함을 비웃는 건 쉽다. 선한 행동일지라도 결과가 언제나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선함이 비웃음 당할 이유는 무엇인가. 선한 행동을 실천하지 않는 본인의 부끄러움이 선함을 행하는 사람을 비웃는 것으로 조금이나마 상쇄되기 때문일까.     


  세상 모두가 선해지는 것은 어렵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다. 선한 사람들이 상처받는 사회에서 선하기를 선택하는 사람은 몇 없다. 그래서 선한 사람들은 슈퍼히어로다. 몇 번이고 상처받고 무너져도 다시 선을 행하는 단단함과 강인함은 슈퍼히어로의 자격이 충분하다. 선함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 당신도 슈퍼히어로가, 웹 슈터 없는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는 기회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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