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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d Mar 09. 2022

취미의 왕 : 비정기적 취미일지 01화

01화. Gee님. 화 내지 말아요.

01화. Gee님. 화 내지 말아요.


2022년 03월 09일. 오늘의 취미생활: 게임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인류가 멸망한 뒤, 한참 지난 지구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인류멸망 이후를 배경으로 한 게임 호라이즌의 세계에서 건물은 대부분 삭아 뼈대만 남아 있고 그 위를 자연이 점령했다. 그런데 그 속에 기계들이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 동물의 모습을 닮아 있고 인간을 공격하기도 한다. 이 (보기에는) 매력적인 세상은 또 한 번 위기에 처한다. 오늘의 주인공 에일로이는 이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이다. 호라이즌 시리즈의 첫 번째 작 Horizon Zero Dawn(호라이즌 제로 던)에서 이 세계를 맛본 나는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2022년에 출시되는 Horizon Forbbidon West(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활과 창을 가지고 어마어마한 기계와의 전투하기,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미래적인 건물을 ‘고대인의 것’이라 칭하며 탐험하기. 이렇게 재미있는 1편을 이길 속편이 나올까? 걱정이 우습게도, 1편을 뛰어넘은 2편이 나왔다. (아직 게임 초반이지만 뛰어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포웨(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가 출시되었다는 소리에 나는 조용히 링크를 남편에게 보냈고, 이틀 뒤 플레이 스테이션에 에일로이의 두 번째 모험을 설치할 수 있었다. 호포웨는 호제던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모두 업그레이드 시켰다. 단조로웠던 전투를 더 다양하게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무기와 기술들을 추가했다. 어드벤쳐 역시 좀 더 까다로워졌다. 쉽게 찾을 수 있었던 힌트들이 플레이어의 노력을 더 요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즉 전보다 재미있어졌지만 (나같은 똥손에게는) 조금 어려워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나는 화가 많은 플레이어다. 게임 하면서 샷건 치는 (샷건치기 : 분노에 차서 책상을 탕!탕! 치는 행위)일은 예사였고 쌍욕을 입에 달고 살아 반려인의 걱정을 한몸에 받기도 했다. 그런 내게 좀 더 어려워진 호포웨라…! 나는 플레이스테이션 콘솔 입문을 호제던으로 했었다. 화살로 기계를 잡는 것은 쉬운 플레이 방식이 아니다. 오버워치에서 한조가 왜 욕을 먹는 캐릭터인지 생각해보면 바로 답은 나온다. 힘들게 익숙해져서 엔딩을 본 호제던이 더 업그레이드가 됐다? 나는 기대를 하면서도 내 똥손에 대해 두려움이 앞섰다. 화를… 화를… 부르는 취미가 되면 안될텐데…


나는 게임을 켰다. 예전에는 기계무리가 한 무리 있어도 별 어려움 없이 처리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세상 둘도 없는 쫄보처럼 숨어들어가서 한 마리 한 마리씩 무음공격을 하며 처리를 해야 한다.(물론 고인물들께서는 한번에 처리를 하실지도…) 처음 서너 마리의 기계무리와 맞닥뜨렸을 때 나는  패기롭게 숨지 않고 마주섰다. 하지만 결과는.. 구르고 뛰고 도망치고 겨우 화살 한 번을 쐈다. 그 지역의 땅은 전부 굴러본 것 같다. 겨우 한 마리 버로워(제일 약한 기계)를 잡고 나는 곧 급사했다. 곧바로 샷건을 치며 “왜! 왜! 거기서 튀어나오는데?!”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두 번 정도 더 죽어본 뒤에야 무음공격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곧이어 (분명 튜토리얼 플레이인 것 같은데) 첫 보스가 등장했다. 나는 초반 보스에 도달하자마자 다섯 번(!)이나 죽는 경이로운 플레이를 선보였다. 

“죽여버릴 거야….” 

호포웨를 플레이 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단연코 저 문장일 것이다. 도대체 누굴 죽일 거라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화가 나서 호포웨를 끄고 글을 쓰고 있자니 눈앞에 에일로이가 아른거렸다. 새로 가야 하는 탐험지가 아른거렸다. 호포웨속 우타루족들과 다른 사람들은 병든 세계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데, 곧 인류가 또 한번 끝장날지도 모르는데 내가 이럴 때인가 싶었다. 그들을 위해 다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결국 게임을 다시 켰다. 

첫 경험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음 단계로 나가다보니 우습게도 기계를 상대하는 내 기술이늘어 있었다. 어째 저째 (수 없이 많은 욕설의 시간을 거치며) 첫 번째 가마솥까지 깨고 나니 이제 게임이 좀 쉬워진 것 같았다. 퀘스트를 받았다. 두 번째 가마솥을 다녀오란다. 흥 그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두 번째 가마솥을 들어갔고 코어 시스템이 있는 곳 까지 갔고, 마지막 보스를 만났고 게임을 껐다. (....)


게임은 재미있다. 어려운 것을 깨며 내가 성장하는 것을 보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한지 모른다. 아마 나는 오늘 집에 돌아가 다시 호포웨를 킬 것이다. 어제의 내 뒷골을 땡기게 만든 보스를 오늘은 (아마) 처리하고 한끗 성장한 플레이 기술을 가질 것이다. 

게임을 하며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게임 스트리머를 할 수가 없다...) 


최대한 화를 내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 채, 나는 오늘도 플레이스테이션을 켠다. 에일로이와 함께 아포칼립스의 세계를 탐험한다. 한끗 더 성장한 플레이를 익혀 내일은 화를 덜 내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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