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은 효녀로 살기
"엄마, 이번 생일엔 내가 생일상 차려줄게"
"왜 안 하던 짓을 해. 그냥 시켜 먹으면 되지"
“생각해 보니 지금부터 엄마 생일에만 밥을 차려줘도, 30번도 못할 것 같으니깐 그냥 드셔”
엄마는 내 이야기에 더 이상의 반대를 멈췄다.
깔끔쟁이 엄마는 내가 요리하는 걸 반기지 않는다.
본인의 주방을 쓰는 게 못 미더운 것도 있지만, 어려서부터 주방일을 시키지 않기도 했다.
표현이 아주 다정한 엄마는 아니었지만, 엄마는 내게 간단한 설거지도 시키지 않았다.
나중에 시집가면 많이 할 건데 어려서부터 시키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또 단 한 번도 찬밥을 먹이지 않았다.
늘 새 밥을 했고, 라면 국물에도 갓 한 밥을 말아먹었다.
그리고 남아있는 식은 밥은 늘 엄마의 몫이었다.
그게 싫어 엄마에게 식은 밥을 나눠먹자고 해도 한사코 나에겐 따신 밥만을 줬다.
따신 밥 먹는 사람 되라고.
그 덕에 찬밥이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아직도 편의점 삼각김밥의 비닐을 잘 까지 못한다.
전자렌지에 돌리긴 하지만 냉장고에 있는 차가운 밥을 먹는 게 어색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찬밥을 먹이지 않고, 손에 물을 묻히지 않게 나를 키우고 싶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엄마는 옛날 사람이고, 시집살이를 겪은 시대를 산 사람이기에
지금 세대와는 또 생각이 달랐던 것 같기도 하다.
이렇게 귀하게 키웠지만 여느 딸처럼 "엄마가 뭘 알아?!"를 외치며 엄마에게 가장 못되게 군 딸이다.
엄마를 이해하고 조금 더 가까워진 건 엄마와 떨어져 타지에 살면서다.
나이가 들어가고 타지에 있다 보니 내 걱정을 가장 하는 건 우리 엄마구나 싶었다.
그렇게 나는 철이 들어갔고 엄마에 대한 미안함에 대한 나 스스로의 면죄부를 주기 위해
엄마 생일에 밥상을 차렸다.
요리시간이 길어지면 엄마가 부담스러워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쉬운 것들로 만들었다.
놀라울 정도로 갑자기 나이가 들어버린 딸이지만, 엄마의 눈에는 항상 불안한 것 같다.
내가 요리를 시작하자 부엌을 떠나지 못하고 지켜본다.
나 역시도 "접시 어딨어?" , "프라이팬은?" , "간장은?" 하면서 이것저것 묻곤 한다.
시간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선 손질이 편하고, 시판요리를 겸하면 좋다.
떡갈비나 돼지갈비, 단호박을 곁들인 오리훈제, 무쌈말이, 고추잡채 등은 정말 쉽게 할 수 있고 보기에도 좋다. 그렇게 완성된 엄마 생일상 첫 해의 한상은 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쉽게 진행됐다.
어려서부터 요리를 해보진 않았지만, 많이 먹어본 놈이 음식도 잘 만든다고,
제법 솜씨가 좋은 편이다.
이런 걸 동물적인 감각이라고 해야 하나. 후훗.
애호박 전은 소주병뚜껑으로 구멍을 내어 다진 새우살을 넣었고 양파전도 참치를 속으로 넣었다.
내 입에는 모두가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잘 되었는데,
엄마는 새우살이 올라간 샐러드가 가장 맛있다고 했다.
단지 베이비채소에 데친 새우살만 올렸는데 이게 가장 맛있다니.
이런 건 내 계획에는 없었는데, 샐러드가 최애라니.
그래도 엄마가 맛있다니 만족이다.
새우살 샐러드라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으니,
엄마와 함께 보내는 생일이 많이 남아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