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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c May 06. 2022

드보르작의 피아노 5중주를 알파앤델타 KS3로

사운드디자이너의 이어폰 이야기는 싱가폴의 Alpha & Delta


Alpha & delta ks3의 사운드가 주는 첫인상은 “풍족함이 주는 윤택함”이라 하겠다. 이 첫인상의 근원은 무엇일까?  




Alpha & delta ks3의 저음역대에서 먼저 그 근원을 찾아보기로 했다. Alpha & delta ks3의 저음역대는 그야말로 방대하고 깊고 넓은 레인지를 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저음이 중심을 이루는 악기들의 선율에 마음을 더욱 깊게 담근 채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베이스 악기들의 울림통 속에서 오래도록 흔들리며 물결치는 공기를 끝까지 품고 있고, 작품 속에서 베이스 선율들의 역할과 존재감이 무엇인지를 계속 인지 시켜준다. 그리고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음악이 고조되어 갈 즈음에는 저음으로 층층이 쌓아 올리가며 단단하고 널찍한 발판을 만들어 준다. 생각해 보면 그저 양감이 많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Alpha & delta ks3의 저음들은 리드미컬한 움직임마저 갖고 있어서 킥의 그루브는 물론 타격감도 좋고, 밀도 있고 깊이감 있게 탄성이 꽤나 좋은 저음을 구사한다. 그래서 Alpha & delta ks3의 저음역대는 뜬금없을 수 있지만 영화 ‘쿵푸팬더’에 나오는 용의 전사 팬더가 떠오르는 이미지라고 하겠다. 보신 분도 계시겠지만 커다란 덩치 때문에 움직임도 반응도 둔해 보일 것 같지만 유연함과 타격감, 탄력성 그리고 밀고 당기는 힘에 있어서 강점을 가진 캐릭터를 닮은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주인공 팬더의 존재감으로 다른 용사들이 좀 가려지는 것마저도 닮았다. Alpha & delta ks3가 저음이 돋보이다 보니 다른 음역대의 선율보다 귀가 좀 더 향하게 되는 현상이 있다. 그래서 아마 혹자는 이 면을 단점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Alpha & delta ks3의 중음역대는 그야말로 리치(rich)하다. 중음역대가 조금 더 자신 있게 표현될 때, 전체 사운드는 따뜻함이라는 온기를 품게 되어 음악의 온도 상승을 하게 한다. 동시에 Alpha & delta ks3의 중음역대는 음악 전체의 밸런스를 잡아주면서도 표현력이 좋은 선율들의 교차를 너무나도 잘 보여준다. 그래서 음악을 더욱 속속들이 들려주는 느낌을 받게 된다. 우리가 흔히 먹는 먹거리에서도 속이 꽉 찬 음식들을 칭찬하며 또 좋아하듯이, 내성이 풍성하면 음악이 더욱 쥬시(juicy)하게 느껴지고 더욱 윤택하게 들린다. 그러니 Alpha & delta ks3의 윤택함은 어쩌면 이 중음역대의 표현력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지…  재차 생각을 옮겨본다.



이렇게 저음역대와 중음역대가 탄탄하게 받쳐주는 제품들의 고음역대는 이미 금상첨화의 꽃이 될 수밖에 없다. 그저 꽃이기만 하면 어떤 꽃이든 너무도 훌륭한 완성체로서 받들어진다. Alpha & delta ks3의 고음들은 치찰음이 적절히 선처리된 상태로 표현되어 피로감 없는 구사력을 펼친다. 그리고 전체상의 윤택함에 어울리는 해상도를 가지고 우아함을 뽐낸다. 명확하게 반짝이는 맛은 없지만, 너무 가늘지 않은 선율들이 곡에 생생함을 불어넣어 주고 표현력 넘치게 춤을 춘다. 윤택함이라는 단어의 범위 안에서, Alpha & delta ks3의 고음역대의 움직임은 장시간 사용에 있어서도 피로감을 주지 않는다. 화려한 고음역대의 확고함 대신, 고음역대의 화려함을 윤택하게 빛내주는 능숙함을 내재하여 리스너로 하여금 만족스러운 감상이 가능하다. 




다음으로 Alpha & delta ks3의 무대 구성력은 어떠한가? 




Alpha & delta ks3가 표현하는 음악의 무대는 무척 가깝게 형성이 된다. 그리고 무대가 깊게 들어가 있다. 공연장 안의 높은 천장과 큰 공간도 품고 있어서, 현악기들의 피치카토의 공기 울림들이 오래도록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조합으로 Alpha & delta ks3는 입체적인 표현력과 윤기 넘치는 선율들, 양감 넘치는 파워풀한 사운드로 리스너를 무대 가까이로 앉히고 음악을 한껏 쏟아낸다. 하지만 묘사력이 양적으로 많고 다양하며 전달해야 할 음악의 양도 많다 보니 클라이맥스에 가까워져 갈수록 무대는 몰려오는 음악을 다 담을 수 없어 넘칠 듯 꽉 차 오르는 현상이 생긴다. 이로 인해 음악이 눌리는 느낌이 드는 아쉬움이 있다. 이것이 Alpha & delta ks3의 한계인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lpha & delta ks3의 묘사 역량과 커버력으로 품을 수 있는 장르와 무대가 결코 한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틀림없이 칭찬하고 싶은 제품이다. 예상할 수 있듯이, Alpha & delta ks3는 중저음을 믿고 들어 볼 만한 장르의 음악은 모두 포용한다. pop에서 jazz, classic 그리고 게임 음악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동안 음악의 못에 푹 담겨 있을 수 있을 정도이다. 



드보르작의 피아노 5중주 2번 op.81을 Alpha & delta ks3으로 감상을 했는데, 마치 프라하의 남쪽 시골 마을의 1월을 떠올리게 하며 고즈넉한 풍경을 유화처럼 담아내는 Alpha & delta ks3의 실력에 가슴 절절하게 감상에 젖게 된다. Alpha & delta ks3는 드보르작 특유의 애수 섞인 선율을 노래하는 제1 바이올린으로 하여금 우아한 외로움을 노래하게 한다. 첼로의 풍성한 울림을 통해 무대 위의 모두를 하나로 안아주는 힘 또한 느껴진다. 비올라의 내성적이던 선율이, 뚝심 있고 멋스러운 춤사위를 보여주는 것 같아 더욱 새겨듣게 된다. 그리고 현악기 4대를 끌어당기기도 뒤에서 밀어주기도 하며 때론 숨기도 하는 피아노 선율의 배려와 끼 넘치는 움직임을 하나하나 다 읽어주는 듯하다. 참 즐거운 감상이었다. 5명의 연주자가 뒤엉키고 얽혀가며 깊은 좌절에 빠져들기도 하지만 또다시 벗어나려 함께 몸부림치고 생존과 삶의 고통의 굴레에서 인생 역전을 이루어내고, 인생의 어디쯤에서인가 깊은 추억을 살포시 꺼내어 가만가만 이야기를 들려주는 선율들이 느껴진다. 승승장구하는 삶의 자만과 고뇌를 늘어놓는 악기들, 삶의 부정과 긍정을 오가며 결론을 향하는 선율들의 합을 Alpha & delta ks3로 넉넉하게 바라보며 공감할 수 있었다. 프라하의 차가웠을 1월을 들어보려 한 음악이었지만, Alpha & delta ks3의 우아한 윤택함에 한기는 어디에도 없어 전혀 춥지 않았다. 왠지 따스한 카페 안에서 창가 너머의 아름다웠던 겨울 풍경을 바라보듯, 행복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보통 물건을 살 때 2가지 타입이 있다. 가격을 먼저 보고 제품을 차근차근 들여다보는 타입, 반대로 제품을 보고 마음에 들면 가격을 보는 타입인데, 당연히 물건에 따라 그리고 누구의 지갑에서 나오는 돈이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만약 전자의 타입이라면 이 좋은 물건을 그냥 스쳐 지나가 버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든다. 저렴한 가격이 색안경이 되어 사운드의 가치마저도 같이 취급될 여지가 있다. 하지만 후자의 타입이라면, 중세시대 고서에 나오는 진주 상인처럼 물건을 놓칠 새라 어서 지갑을 열고 즉시 챙겨야 할 물건이 아닐까 싶다. 이 가격에 이 실력이라니. 물가고로 마음과 지갑에 금이 가는 우리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제품은 정말 기회와 같은 제품이다. 가성비에 놀랄 뿐이다.








https://www.alphandelta.com/products/k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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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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