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디자이너의 헤드폰 이야기는 오디오테크니카의 ANC700BT
이번 리뷰 제품은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에서 발표된 Audio Technica의 ATH-ANC700BT Wireless Headphones이며 리뷰에는 재생 디바이스로서 Astell & Kern의 AK380을 주로 활용하였으며 Bluetooth접속 및 bypass NC로 진행하였다.
ATH-ANC700BT로 음악을 들으려 귀를 덮는 순간 촉이 오는 사운드의 온도가 있다. 귀를 압박하지 않는, 귓바퀴를 존중하는 공간의 확보. 귓바퀴의 기능을 살리는 사운드를 나만의 공간에서 오로시 나에게만 들려주겠다는 소중한 공간이 느껴진다. 배려와 따뜻함과 포근함을 담은, 압박하지도 답답하지도 않은 자유로운 공간이 사운드를 듣기 전 착용감에서부터 느껴져 흥미롭다.
ATH-ANC700BT의 능력을 가늠하기 위해, 고음역대를 확인하기 위한 음악으로 고음 보컬(Sia의 Chandelier와 아이유의 좋은 날, 분홍신)과 고음 악기 바이올린 독주곡 Paganini Caprice no.24를, 중음역대를 위한 음악으로는 중음 보컬 (Jazz vocal Chie Ayado의 Moon River와 Pop 가수인 Adel의 Hello)과 Jazz ensenble을, 저음역대를 파악하기 위한 음악으로는 바렌보임의 Beethoven symphony no.7 2악장의 저음 악기들과 BTS의 킥과 베이스를 중심으로 들어보았다.
Sia의 고음을 유감없이 들려주는 Chandelier는 절규와 폭발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고음이 장기인 곡이다. 아이유의 좋은 날 역시 3단 고음이라는 장기가 있는 곡이고 분홍신 역시 발랄한 고음의 파워와 리듬이 특징적인 곡이다. 필자는 고음의 직선적인 공격력에 피로를 쉬이 느끼는 편이라 가능하면 볼륨을 많이 낮추어 듣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것은 볼륨의 변화에도 귀의 피로도가 크게 없으면서 충분한 볼륨 속에서도 공격적인 고음들을 포근함으로 감싸서 찬란함과 따듯한 자유함으로 들려주었다. 고음이 이렇게까지 편하기는 요 근래 참 오랜만이라는 생각이다. 파가니니의 무반주 바이올린 독주곡 Caprice no.24 역시 바이올린이 낼 수 있는 고음 장기 곡 중 하나이다. 날이 선 고음 위에서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하는 바이올린 현의 가늘고 날카롭게 달려들어오는 선율은 곡이 마쳐진 뒤에도 귀를 먹먹하게 마비시킬 정도이다. 그런데 이것은 그 마비를 막아주었다.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공격성을 모두 제거해준다. 하지만 고음의 파워는 분명 존재한다. 째려보는 고음이 아닌 쳐다보는 고음으로 바꿔주었다고 하면 그 차이를 전할 수 있을까.
고음의 성격을 바꾸는 능력이라면 분명 중음역대가 두드러지게 좋은 제품이라는 기대 부푼 선입견으로 Jazz vocal Chie의 음악을 들었다. 이건 뭐지? 고음 보컬에서는 고음의 도드라짐 때문에 당연히 여긴 보컬의 센터몰이었는데, 중음 보컬에서도 보컬을 센터로 몰아주고 있다. 모든 악기들이 보컬을 중심으로 하여 둥글게 깔리고 모이고 흩어지며 센터의 보컬을 서포트 하는 무대가 돋보인다. Adel의 곡에서도 피아노의 가만가만한 코드 위에 보컬의 무게감 있는 워킹 감, 결코 보컬을 앞지르지 않는 반주의 한 발 뒤 연주 역시 보컬을 중심 역할을 하게 돕고 있다. 음악의 중심에 주인공을 정확히 세워놓는 무대가 분명히 보인다. 그래서 멋진 무대를 즐길 수 있다. Jazz ensenble 역시, 로테이션하며 돌아가는 매인 악기들이 정확히 센터로 등장하고 퇴장하는 멋진 무대를 경험할 수 있었다. 중음의 고급스러움을 과시하며 음악의 중심을 제대로 들려주는 이것은 음악을 아는 헤드폰이다.
그러면 저음 능력은 어떨까? 바렌보임의 Beethoven Symphony no.7 2악장 도입부에 나오는 콘트라베이스의 워킹에 귀를 기울여 본다. 큰 기대를 꽉 채우지는 못했지만 콘트라베이스의 울림과 선율을 굵게 그려내고 있었다. 오히려 고음 악기인 바이올린보다 굵게 그려지는 저음 현악기군의 선율이 인상적일 정도이다. 목관악기군이 활발히 움직이는 3악장을 연이어 들어보았다. 역시 고음 악기의 존재감보다는 중저음 악기의 존재감이 더 크다. 그래서 궁금증에 BTS의 뮤비를 얼른 감상해보았다. 질풍노도 하는 10대의 폭발하고 싶은 욕구의 비상구인 이들의 음악 속에 있는 킥과 베이스의 힘의 게이지에 주의를 기울여 본다. 킥의 타격감 후 잔향들이 마치 흙먼지 뿌옇게 채워지는 듯, 귀의 공기가 탁해짐을 느낀다. 베이스의 육질감은 어떤가.. 굵고 파워 있다. 그런데 그 뒤는 젠틀하다. 파격적이라기보다 파워풀했는데 젠틀한 뒤끝이다.
이쯤 되면 ATH-ANC700BT의 능력이 정리가 된다. ATH-ANC700BT는 청자의 귓바퀴의 역할 - 사운드를 중심으로 모아 증폭시키는 능력을 이어캡 속에 모아 담고, 고막을 향해 공격적으로 직진하는 사운드들을 젠틀하게 마모시키는 사운드 오존막을 하나 덮어준다. 그러니 모든 소리가 배려 속에 자유롭다. 그래서 젠틀한 뒷맛에 귀가 결코 피곤하지 않다. 지구인이 지구 안에서 모든 자연법칙 안에서 자유롭고 편안한 삶을 누리듯, ATH-ANC700BT를 귀에 덮는 순간 청자의 귀는 이것의 법칙 안에서 사운드의 자유와 안락함을 누리게 될 것이다.
https://www.audio-technica.com/en-us/ath-anc700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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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중 이미지는 제조사 상품 페이지와 본 글의 기고 매거진에서 발췌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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