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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되었다.

서툰 고백

by 복덕


그녀라는 말을 해 본다.

불쑥 다가온 생각,

나는 왜 오늘

나 자신이 아니라

그녀가 되고 싶을까.


지하철에 탔는데 빈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무심결에 앉으려는데 옆에서 같이 앉으려 한다.

앉으시라고 멋지게 양보를 했는데

자기는 가까이 간다고 나더러 앉으라고 한다.

자리에 앉아서 정면을 바라보다가

스스로 그녀가 되어본다.


그녀는 바쁘지도 않은데 바쁜 걸음으로 걷는다.

단지 남편 담당 교수님 회진 시간에 맞춰 가면 그뿐이다.

병동 앞까지 와서는 문 앞에서 누가 문을 열어 주기만을 기다린다.

구태여 간병인한테 전화해서 문 열어 달라고 하지 않는다.

요즘 들어 부쩍 내향인 인척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녀가 병실에 들어가니 남편은 무심하게 쳐다본다.

간병인은 마음 편히 있으라며 그녀와 교대를 했다.

남편의 몸에 주렁주렁 달린 줄들이 하나만 남아 있었다.

회진 오신 교수님은 별말씀이 없으시고

궁금한 마음을 알았는지 주치의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오늘이라도 변을 누면 퇴원할 거라고


아니나 다를까

서류 떼러 원무과에 다녀왔더니

남편은 화장실에서 수술하고 처음으로 변을 보고 있다.

내일 퇴원을 하게 되려나 어쩌려나.

그녀는 바쁘지도 않은데 집으로 가기 위해 병실을 나왔다.


오늘 나는 나를 버리고

그녀가 되었다.

어쩌면 내일도, 모레도,

나는 계속 그녀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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