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를 만나다

창업주의 바람이 실현된 행복한 회사

by Ari

지난 6월 중순, 학교의 ESG 동아리에서 의류 회사 파타고니아의 김광현 팀장님을 모시고 강연을 듣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파타고니아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환경을 생각하는 브랜드, 재사용 폴리에스터로 옷을 만들고 유기농 면화를 사용한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파타고니아의 플리스 자켓을 한 벌 가지고 있는데 몇 년 전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복지 겸 근무복으로 나눠 준 것입니다. 회사가 매각되기 전의 사장님은 욕심 많은 아저씨였는데, 마주칠 때마다 "파타고니아 옷 내가 돌리라고 그랬어! 좋지!" 또는 "야 이거 파타고니아야!" 하고 소리치곤 했습니다. 디자인이 독특하게 아름다운 것은 아니고, 사장님은 절대 지구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닌데... 왜 그렇게 파타고니아를 좋아하는 걸까? 직원들끼리 이야기하곤 했었습니다. 제 마음속의 결론을 말씀드리면, 사장님이 선망하는 어떤 '쿨'한 사람들이 그 옷을 좋아해서 (아마도 미국의 고소득 직장인들) 사장님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습니다. 휴, 지구 환경을 위해서는 쿨하고 멋진 분들이 사장님에게 모범을 보여 준 게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요?

그래서, 제가 강연을 신청한 동기는 '어떤 회사인지 궁금해서'였습니다. 저 역시 십여 년 넘게 일하는 동안 '지속가능한'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나름의 열정을 쏟았습니다. 하지만 소위 '경제적'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들 앞에서 흔들리고 그 철학이 궁색해 보이는 경우도 많이 겪었습니다. 파타고니아는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여유로운 고급 브랜드의 표정일까? 아니면 열성적인 캠페인을 하는 회사? 하는 정도의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고, 어느 쪽이든 마케팅 수단으로써 지속가능성을 바라보는 면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강연은 '파타고니아의 지향'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확고한 미션과 핵심가치, 최고 품질 지향, 진정성, 리더십의 일관된 의사 결정, 직원의 행복. 이 문장만 들여다본다면 그저 미사여구인 것들과 구별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파타고니아가 만들어지고 걸어온 길을 듣는다면, 저것은 진짜구나 하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파타고니아는 창업자 이본 쉬나드의 꿈과 바람을 잘 실현시킨 회사이다. 이렇게 정의하고 싶습니다. 다른 회사들과 조금 다른 것은 창업자가 자신이 사랑하는 것 (자연을 즐기는 것)을 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으며,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고, 이타적이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강의 내내 이본 쉬나드가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이본 쉬나드는 암벽등반을 너무나 좋아해서 자신과 친구들이 쓸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자기의 생명을 책임질 장비를 만드는 것이기에 누구보다 더 많이 연구하여 좋은 것을 만들었고, 다른 암벽등반가들에게도 팔기 시작했습니다. 입소문이 나면서 빠르게 성장했지만 시장과 고객의 특성상 '지속가능한 속도'였을 겁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만들어 팔던 제품이 암벽에 박혀서 빼낼 때 바위를 망가뜨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본과 친구들은 자신들이 사랑하는 암벽을 해치지 않고 보존하면서 암벽등반을 계속하기 위해 'clean'한 제품을 개발하였습니다. 신제품 카탈로그에는 이전의 암벽등반 관행과 장비가 암벽을 해친다는 사실을 고발하는 교육적인 내용을 담았다고 합니다. 직접 보지 않았어도, 사랑하는 암벽이 망가지는 것에 대해 느낀 안타까움과, 더 나은 방법을 사람들에게 말해주는 그들의 열정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 후로 오랫동안 파타고니아 사람들은 그때의 모습과 생각 그대로 회사를 꾸려온 것입니다.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여 자기들이 사용할 최고의 물건을 만듭니다. -> 그 물건은 자연에 해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만들 수 있도록 연구하고 개발합니다. -> 해를 끼치지 않다는 것에는 파타고니아가 생산한 물건이 쓰레기로 버려지지 않도록 내구성이 정말 좋고 (희망하기로는 영원히) 사용과 재사용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관점까지 포함됩니다. 그래서 '더 이상 우리의 옷을 사지 마세요!'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 이것만으로는 사랑하는 자연이 망가져가는 속도를 늦추는 데 부족하기 때문에 매출 (수익이 아닌)의 1%도 환경보호활동을 지원하는 데 기부합니다.

파타고니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특히 초반에 거의 대부분이 열성적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회사가 일손이 더 필요하게 되면 친구, 가족이 합류하여 함께 일을 하였습니다. 자연스럽게 가족의 삶이 한켠에 있는 회사가 되었고, 파타고니아는 미국 안에서 사내 어린이집과 각종 복지의 선구자격인 회사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자신으로 살기 위해'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일 뿐이었죠.

업무 시간 중에 서핑과 같은 활동을 하거나 자연보호 활동을 하는 것이 가능하고, 혹시 경찰에 연행되거나 사법적 처리가 필요할 때 필요한 비용과 절차도 회사에서 지원해 준다고 하네요. 파타고니아는 고위 임원일수록 경찰서에 더 많이 다녀온 활동가이자, 뛰어난 경영가라고 합니다. 김광현 팀장님은 본사 CEO와 이런 점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 나도 한 번 다녀오라는 뜻인가?' 하고 생각하셨고, 환경 보호단체의 활동을 지원하다가 험한 일을 부탁받으셨을 때 '이것이 기회인가?' 했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해주셨습니다.

이본 쉬나드는 이런 독특한 가치를 지켜나가려면 불특정 다수에게 회사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비상장기업으로서 회사를 환경재단에 기부하였습니다.


김광현 팀장님은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서도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암벽 등반을 좋아할 뿐인 백수 청년이었다고. 역경을 헤치고 파타고니아에서 일하기 위해 준비된 사람인가 싶은 운명적인 점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외에 인상적이었던 점은 회사가 가진 인지도와 비교하여, 회사가 추구하는 모습과 지향에서 대해 "저희도 그저 답을 찾아가는 중일뿐입니다."와 같이 매우 겸손한 태도로 말씀하셨다는 것입니다. 강연 중반에는 저를 비롯해 많은 참석자들이 파타고니아의 영향력이 더 확산하고, 리더십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본질에 충실한 파타고니아이기 때문에, 좋은 본보기가 되고자 할 뿐 인위적인 확장과 리더십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보는 점에 대해 공감합니다.


강연 후 이본 쉬나드가 쓴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책을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파타고니아의 경영 철학을 내부에 전하기 위해 쓴 책이라고 합니다. 사실 이본 쉬나드는 훌륭한 사업가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알 수 있게 단단한 핵심을 가진 책입니다. 자기만의 꿈을 투영한 회사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곁에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프롤로그 제목이 '옳은 것을 선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압도적으로 성공하는 법'이네요. 파타고니아에 대해 아주 잘 정리한 문장입니다.


이제 저의 파타고니아 회색 플리스 자켓을 아끼고, 오래도록 잘 입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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