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어제저녁에는 모임이 있어서 술 한잔을 기울이고, 돌아오는 길에 비가 세차게 내려서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잠자리에 들어 한창 달게 자고 있는데,
애앵- 하고 귀에서 울리는 모기 소리.
벌떡 일어났습니다. 혼자 자고 있었다면 이불을 뒤집어쓰고 모기를 모른 척해볼 수 있었을 텐데, 옆에 아이가 자고 있었기 때문에 꼭 모기를 잡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모기는 숨어서 나타나지 않았고, 침대에 누워 긴장한 상태로 삼십 분쯤 지났을 때 드디어 모기가 눈앞에 날아들었습니다.
단숨에 모기를 잡았지만 달아난 잠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꽤 오랫동안 불면증을 겪었기 때문에 잠들지 못하는 기분이 들면 지레 걱정을 하고 더 뒤척이게 됩니다. 베개는 이렇게 베어도 저렇게 베어도 불편하고, 이불은 덮으면 답답하고 안 덮으면 허전하고, 반듯하게 누우면 정신이 말짱해지는 것 같고 모로 누우면 숨쉬기가 불편한 것 같고. 참 실없고 괴로운 시간입니다.
언제부터인가 불면의 걱정은 '하루쯤 못 자도 죽지 않는다'는 배짱으로 이겨내려고 합니다. 마침 어제는 제가 좋아하는 비 내리는 여름밤이었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빗소리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더듬었습니다. 이 생각의 끝에 잠이 오기를 바라면서요.
어느 순간, 빗소리가 쫘아아아 하는 소리로 바뀌며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다시 벌떡 일어나 열어놓은 창문을 닫았습니다. 요란한 번개-천둥에 눈을 감고 있어도 눈이 부셨습니다. 비가 갑자기 너무 많이 내리는데? 머릿속에 걱정스러운 생각들이 같이 빗발쳤습니다.
걱정스러운 생각들이란, 갑자기 많이 내린 비에 일어났던 사건 사고들, 갑자기 내린 비에 도사리는 위험을 무릅쓰고 어디론가 가야 하거나 밖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언젠가부터 비는 예상하게 어렵게 갑작스럽고 위험할 만큼 많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제 기억 속에 이 갑작스러움은 1998년 즈음, 게릴라성 호우라는 표현으로 처음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비 내리는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다가, 여느 때의 장맛비보다도 더 세차게 한 번에 내리는 비가 신기해서 계속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10여 년이 지난 후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산속 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는, 국지성 호우라는 것이 내려서 산신령님을 찾으며 비상깜빡이를 켜고 기어가다시피 했던 일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날마다 등장하는 기록적인 폭우라는 언급을 통해 무서워진 비를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습니다. 그 원인이 지구온난화라는 것도 이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정하게 되었죠.
지구에 쌓이는 열기가 균형 잡혀 있었던 물과 수증기의 흐름을 바꾸고 요동치고 있고, 그 엄청난 양과 힘이 갑작스레 들이닥치면 우리는 위험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젯밤 생각의 끝에는, 거센 비에도 모두가, 모든 아빠 엄마와 아이들이 아무 일 없이 평안하게 코 잘 자고, 웃으며 하루를 보내고 돌아와 다시 코 잠들기를 기원하였습니다.
할 수 있는 게 기원뿐이라니 무력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젠 이미 이 위험을 완전히 없앨 수 없고, 그저 조금이라도 더 심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이 냉정한 현실입니다. 이 노력은, 모든 아빠 엄마와 아이들이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하고 효과적인 것이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