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등으로 마음고생 하는 사람들을 위한
변호사님, 이런 경우 사이버명예훼손 혹은 모욕죄 중 어던 항목으로 고소를 진행해야 할까요?" 변호사 사무실을 나오며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나마 일주일에 한 번, 몇 시간씩 게임을 하고 나면 한 주간 스트레스가 다 풀렸는데, 이제 또 이런 경우가 생길까봐 게임도 못할 것 같다.
*포스팅은 실제 이야기를 각색한 것입니다.
주말마다 팀으로 게임을 진행하면서 서로 디스코드를 통해서 채팅도 하고 익명을 사용했지만, 오프라인 모임도 여러 번 하면서 가까워졌다. 이제 서로가 누구인지 다 알만큼 가까워진 것이 문제였던 걸까? 게임을 하던 중 다른 멤버인 A가 지속적으로 나를 깎아내리며 비하하는 발언을 하였다. 처음에는 넘겼지만, 점점 다른 멤버 B까지 동조하게 만들면서 오프라인 모임도 나가기 껄끄러운 상황이 되었다. 이제 오프라인 게임 모임은 나의 사회생활이기도 한데, A 때문에 내 평판이 나빠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다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상담을 받게 되었다.
사이버 명예훼손, 모욕죄 중 어떤 죄명으로 고소해야 할까? 죄명을 잘못 선택하면 죄를 입증하지 못하고 사건이 끝나기도 합니다!
지인에 대해서 ‘형사고소’를 한다는 것은 큰 결심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사연자의 경우처럼 상대방의 부당한 비하 등 나의 평판을 저하하는 행위가 지속되는 경우 부득이 고소를 진행하게 되는 것인데요, 큰 마음먹고 고소를 했는데 잘못된 선택 때문에 죄를 입증하지 못하고 끝나기도 합니다.
악플, 비방글 등 온라인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고소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떤 항목으로 고소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대법원은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으로 ‘대머리’라고 부른 사안에서 경멸적 표현으로 ‘모욕’에 해당할 여지는 있지만, 객관적으로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아 ‘사이버명예훼손’은 무죄로 판결하였습니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9033 판결). ‘모욕’으로 죄목을 구성하였다면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이 선고되었겠지만,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기 때문에 무죄판결을 받은 사례입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여 불쾌감을 일으켰다면 사이버 명예훼손, ‘경멸적 표현’으로 모욕감을 일으켰다면 형사상 모욕죄를 구성합니다.
사이버 명예훼손은 법률상으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제2항을 위반한 것으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인 명예훼손과의 차이점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반면, 사이버 모욕죄라는 죄목은 사실 없습니다. 왜냐하면 위 정보통신망법에서 모욕죄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모욕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일반 형법의 규정이 적용됩니다. 특히 모욕죄의 경우는 명예훼손과 달리 공익이라는 위법성 조각사유(형법 제310조)도 없기 때문에 구성요건에 해당된다면 처벌대상이 됩니다.
모욕이나 사이버 명예훼손의 경우,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과는 달리 피해자가 특정될 것을 요구합니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익명인 경우에 성립하지만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은 익명이라면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연자의 사례처럼, 요즘에는 온라인 모임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져 지칭한 아이디나 닉네임만으로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사연자의 경우에는 특정성도 있다고 보입니다.
욕설이나 폭언 등 명백히 경멸적 표현에 해당하면 모욕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비난하여 구체적 사실에 해당한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의 죄명으로 고소를 하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간혹 사실을 적시한 것인지, 경멸적 표현에 해당하는 것인지 불확실한 경우도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고인이 지나가는 모든 주민들에게 ‘저 집은 바람피고 저 집은 애인있네’라고 이집 저집 흉보고 다닌다”라고 한 발언으로 고소를 당한 사건에서, 그 내용은 피해자가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취지이어서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추상적 판단이나 평가에 불과하므로 이를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명예훼손이 아닌,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11. 3. 선고 2017고정188 판결).
또한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를 지칭하며 '공공의 적', '분명히 벌 받을 사람이 있다'라고 지칭하면서 피해자가 고통과 피해를 주어 N이 자살하였다는 취지로 홈페이지에 글을 게시하고, 취재기자들에게 말을 한 것은 사이버 명예훼손이 아닌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도 있습니다(대법원 2013. 10. 11. 선고 2011도16505 판결).
<통매음과 관련된 설명은 다음 영상을 참고>
그렇다면 애매한 경우, 사이버 명예훼손이나 모욕 중 어떤 죄목으로 고소를 진행해야 할까요?
법원은 검사가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기소한 경우, 공소장 변경이 없이는 모욕의 죄까지 검토해주거나 인정해주지 않습니다. 이에 검사가 형사사건 공판 진행 중 공소장 변경의 절차를 거쳐 예비적 죄명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검사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된 사건을 모욕으로, 모욕으로 고소된 사건을 명예훼손으로 예비적 죄명을 추가해줄지 아닐지는 우리가 알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고소인의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죄목을 잘 구성하여 고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우리는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되, 예비적 또는 택일적으로 모욕의 죄명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또는 여러 사건의 경우, 어떤 사건은 명예훼손에 가깝다면 명예훼손으로, 모욕에 가깝다면 모욕으로 나누어서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형사고소에서 구성요건을 확인하여 죄명을 구성하는 것은 상당히 전문적인 영역입니다. 한번 고소를 한 사건에서 불송치결정이 난다면 항고를 하여 이의신청은 가능하겠지만, 불리한 심증을 줄 수 있으므로 처음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