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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찾는 마음 Oct 10. 2022

서평 - 보통의 가족이 가장 무섭다



제목이 흥미롭다. 보통의 가족이 가장 무섭다. 겉으로는 어느 가족이나 평범하고 행복한 가정처럼 보이지만 가족마다 고통스럽고 가슴 아픈 사연이 하나쯤은 숨어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저자의 말씀처럼 고통을 주는 상대가 가족일 때는 쉽게 끊어내지도 못하니 보통의 가족이 가장 무서울 수도 있겠다. 


저자 김미혜 작가님은 2013년 행복한 가족 상담 센터를 설립하시고  20여 년간 많은 개인과 가족을 상담하시고 치유하셨다. 그 경험을 풀어내신 이 책은 내용이 사뭇 흥미롭다. 특히 상담자들이 자신의 마음 상태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이를 이용해 상담자의 내면을 해석하시는 저자의 통찰력은 감탄을 자아냈다. 또한 몹시 해결하기 어렵게 보이는 사례들을 사랑, 공감 그리고 전문적 지식으로 하나하나 해결하시는 모습도 인상 깊었다. 이 책은 가족이라는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에서도 상호 간의 존중이 가장 중요하다는 통찰을 얻게 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타고난 욕구가 다르고 그 욕구대로 살 때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있어서 자녀의 욕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욕구대로 자신의 인생을 살도록 응원하는 부모들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다. 아이들은 경험이 없고 철이 없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생을 제대로 사는 길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부모들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식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삶을 흔히 강요한다. 


그러나 그런 삶을 강요하는 부모들조차 정말 제대로 사는 방법이 무엇인지,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까? 어쩌면 아직 자신도 제대로 모르는 올바른 삶의 방법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책을 보면 이러한 사례가 많이 나온다. 개인으로서 부부로서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하다 보니 그런 마음 상태가 아이들의 양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사례에서 나름대로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아이를 지나치게 간섭하고 훈계하던 양육 방식은 아이가 등교를 거부하고 무기력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아이는 주도권을 가지고 스스로 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하며 세상에 적응해야 하는데 지나친 보호는 오히려 아이를 짓눌러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반대로 아이가 해달라는 것은 무엇이든 해주는 허용적 양육을 한 경우에도 결과는 좋지 않았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적절한지 교육을 받지 못한 아이는 적절한 행동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게 된다. 부모에 대한 과한 의존과 부모로부터의 분리에 대한 불안으로 부모를 과하게 통제하려 한다. 이런 사례로 엄마에게 대변 처리까지 요구하는 초등학교 5학년생이 등장한다.



자녀에게 문제가 있을 때 부모들이 도움을 주려고 시도하지만,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이유는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자녀를 변화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도움을 주지 않고 부모가 직접 자녀 대신 해결하려는 행동은 자녀의 저항을 부른다. 자녀의 인격과 주체성을 무시하는 이런 행위는 자녀를 보호하겠다는 선한 의도로 포장되어 있지만 자녀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저항감을 불러일으키며 무능하게 만든다. 그리고 급기야 복수심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핵심은 아이가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이며 자신의 욕구를 채우고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야 할 고유한 삶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욕망을 대신 실현해 주는 수단이 아니고 부모의 소망대로 빚어야 할 그릇도 아니다. 각자의 고유한 빛깔과 모양을 타고난 아이들을 그 빛깔과 모양이 잘 드러나도록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많은 부모가 엉겁결에 부모가 되었지만 좋은 부모가 되는 교육은 받지 못했다.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으로 아이를 양육하나 잘못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빈번하다. 문제는 아이들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인 양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데서 발생한다. 이것은 부모, 자식의 관계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을 자신의 방식으로 통제하려 하나 애초에 그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상대에게 불행만을 안긴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든, 부부간의 관계든 상대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상대의 욕구를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가족 간의 관계에서 반영적 경청과 나 전달법을 강조한다. 반영적 경청이란 상대방이 말할 때 주의 깊게 경청하며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한 다음 그 감정을 반영하여 상대에게 말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특히 아동과의 대화에서  '네가 친구 생일에 못 가서 속상하구나. 네가 원하던 선물을 못 받게 되어 화가 나 있구나. 네가 내일 시험을 보게 되어 긴장되고 초조하구나.'처럼 아이의 감정을 화자가 이해한 대로 들려준다.


길을 가다가 아이가 개를 보고 무서워하면 ' 저 개는 너를 물 수가 없어. 묶여 있잖아' 같은 논리적 발언은 오히려 아이에게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오히려 '우리 아기가 개를 무서워하는구나. 저 개는 묶여 있고 엄마가 손을 꼭 잡고 가니 괜찮아.'처럼 아이의 감정을 반영하는 반영적 경청이 아이를 안심시키고 아이의 감정이 상대에게 잘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을 이해시키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 아이는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게 되고 문제의 해결도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반영적 경청은 상대의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고 감정의 응어리를 풀어줄 수 있다. 


반영적 경청의 핵심은 대화에서 상대를 비판하고 판단하는 것을 지양하고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과의 대화뿐 아니라 성인 간의 대화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한다. 우리 모두 자신의 감정이 상대에게 이해되기를 원하지 않는가. 공감이야말로 유대감의 형성에 첫걸음이다. 그러나 우리는 무신경하게도 상대의 푸념을 판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답시고 비난하기 일쑤다. 우리는 올바름보다는 친절함을 택해야 한다. 


나도 이 부분에서 아내와의 대화에 반영적 경청을 많이 시도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한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친할수록 함부로 대하게 되는 사람의 심리를 생각해 보니 내가 그동안 많은 실수를 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나 전달법'은 상대방의 행동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그 결과 자신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표현하는 방법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너'를 주어로 하는 너 전달법에 상반되는 방식이 '나'를 주어로 하는 나 전달법이다. 



'그런 말을 하니 너는 속이 시원해?' 는 너 전달법이고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나는 마음이 아프고 네가 걱정돼.'는 나 전달법이다.


'넌 맨날 게임만 하고 그래서 앞으로 뭐가 되겠어?'보다는 '네가 매일 게임을 하니 나는 네가 공부를 소홀히 하고 건강을 해칠까 걱정돼.'처럼 '너'를 주어로 했을 때 상대를 비난하고 판단하기 쉽고 '나'를 주어로 했을 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어 상대를 변화하게 만들기 쉬워진다. 비난을 들을 때 상대는 기분이 상하게 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더 저항하게 된다. 비난을 듣고 행동이 바뀌기는 힘들다. 오히려 솔직한 화자의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상대에게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더 효과적이다. 


자녀와의 관계에서 부모가 나 전달법을 사용하여 부모의 솔직한 감정을 자녀에게 전하면  자녀는 부모의 감정이기에 논쟁하려 하거나 저항할 기회가 줄어든다. 권위를 내세우는 부모보다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부모의 태도는 자녀가 자신이 더욱 인격적으로 대우받는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자녀는 부모의 욕구를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부모에게 더 좋은 아이가 되도록 노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리고 불행이 선택이라는 선택이론도 흥미로웠다. 보통 사람들은 불행이 환경과 운명에 의해 저절로 발생하는 것처럼 느끼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선택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고나 사건에 의해 불행한 감정이 순간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불행한 감정을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다른 사람을 통제하거나 도움이나 동정을 얻어내기 위해서, 또는 효율적인 행동을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변명하기 위해서가 이유이다. 그런데 이것도 습관이 되다 보면 자신이 불행한 감정을 선택했음도 잊어버린다. 또 스스로 불행한 감정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자기존중감을 떨어뜨리기에 이를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불행을 선택할 수 있다면 같은 상황에서 행복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 사실은 깊은 성찰을 가져다준다. 


김미혜 작가님의 이 책은 가족관계에 대한 많은 통찰을 담고 있다. 자녀와의 관계나 부부관계가 잘 풀리지 않아 고민이신 분들과 좋은 가족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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