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사람은 함부로 불행해지지 않는다.
어리다는 이유로 모든 것에 대한 무지가 용서된다. 하지만 세상은 당장 오늘도 나에게서 빠르게 달아나고 있다. 배려받고 싶다. 도움받고 싶다. 배려받을 염치가 없기에 나는 배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외딴 카페에 가서 홀로 검색을 한다. p222
이 문장을 보면서 나는 슬며시 웃었다. 내가 잘하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모르면 물어 보는 것
둘째, 해보고 안되면 도움을 청하는 것
그래서 학교에서 34년차 수석교사가 젊은 교사들에게 늘 묻는다. 늘 도움을 청한다. 부끄럽지 않다. 그대신 나도 누군가의 도움 요청에는 최선을 다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으면 감사하면 되고, 또 누군가 도움을 요청하면 도와주면 된다.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조용함은 웃을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울 일이 없는 상태이니까. 기쁜 일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하루니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이 조용한 하루들은 우리 인생의 공백이 아닌 여백이니까. p229
행복은 이벤트나 큰 성취가 아닌 일상이어야 한다. 때로는 힘든 일이 있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삶 속에 감사로 채우는 것이 행복이다. 션의 말이 생각난다.
내 잔을 작게 만들면 물이 넘쳐 다른 사람에게 흘러 갑니다. 내 잔을 크게 만들면 아무리 채워도 빈 공간이 생깁니다. 내 욕심을 줄이고, 타인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것이 행복입니다.
행복은 상황이 아니라 감사하는 태도가 결정한다.
가족이 가족을 위로하기도 힘든 세상이다.p233
때로는 가족으로부터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 위한다는 이유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한 말이 자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뼈저리게 겪었다.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어른이 된 자녀 인생은 스스로 선택하고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다. 반대로 자녀도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부모를 힘들게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대부분 부모가 되어봐야 깨닫는다. 이것도 세월이 흘러서야 뼈저리게 겪었다. 가족이 가족을 가장 힘들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잘되기를 바라고 기도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그 이상은 욕심이다.
기록되지 않은 기억은 생각보다 더 추억으로 남지 못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지갑만큼이나 카메라를 잘 열어야 했다. 늙어서 돈이 없는 것만큼 서러운게 추억이 없는 것이었으니까 p236
아름다운 풍경,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장면을 보면 카메라 열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생각나는 사람에게 보내야 한다. 초원사진관이 좀 더 이런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간관계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때로는 소유하지 못한 고통보다 소유하는 불편함이 더 크다. 놓아줄 것은 놓아주고 소중한 것에 더 집중하는 성숙함을 배울 것이다. p241
행복도 불행도 모두 사람에게서 온다. 어제 느닷도서관에서 그림책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로 토론하면서 기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마음을 주었는데 돌아오는 마음이 없어서 아프다면 답장이라는 기대를 하고 주었기 때문이다. 기대없이 준 마음은 답장을 기다리지 않는다. 준 걸로 끝이다. 문득 든 생각.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 중 10년 뒤에 얼마나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있을까? 인간관계는 둘이 서로 맞아야 유통기한이 유지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좀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태수 작가가 한 말처럼 늙어죽기 전에 가능이나 할까?
사람의 진짜 우아함은 무너졌을 때 드러난다고 한다.
마음이 지옥 같은 날, 모든 게 실패한 것 같은 날일수록 보다 공들여 웃고 감사하고 인사하자. 나를 위해서, 내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 그 작은 태도가 어떤 말보다 강력한 신호가 되어 줄테니.
실패해도 나는 무너지지 않았다.p247
누가나 마음이 무너지는 시기가 있다. 나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다. 웃음이 사라진다. 밥맛이 없다. 잠이 가장 위기다. 이럴 때 내가 지키는 것이 있다. 바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삼시세끼 제대로 먹기, 어떤 운동이라도 하기, 기도하기. 감사일기 쓰기. 우아함은 바라지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단지 내가 무너지지 않았음을 스스로에게 증명한다. 그래서 오늘도 왕복 한시간 30분 라이딩, 퇴근 전 30분 근력 운동, 퇴근 후 스쿼트 100개를 하고 추어탕과 텃밭의 케일, 고추로 정성스런 저녁을 먹었다.
사람은 혼자일 때가 아니라 함께 있어도 혼자 같을 때 외롭다.p252
감각에도 휴식이 필요하다. 스마트폰, 티브이, 유튜브 등 나노 초단위로 우리의 눈과 귀와 코와 뇌로 주입되는 정보에서 완벽히 해방되는 시간이 우리의 감각에겐 필요하다.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스마트폰으로부터 눈과 귀를 차단하고 너덜너덜해진 오감에게 조용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p262
내가 할 수 있는 일
1. 자전거나 운동할 때 이어폰으로 라디오 듣지 않기. 그냥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기. 몸에 집중하기
2. 밥 먹을 때 유튜브 보지 않기 - 근데 이건 결심해도 이틀을 가지 못한다.
3. 산책할 때 휴대폰 집에 두기
4. 자기 전 명상하기 - 이것도 참 꾸준히가 안된다.
5. 카톡 알람 완전 끄고 가끔씩만 확인하고 시간 정해서 한꺼번에 정리하기
현명한 사람은 함부로 불행해지지 않는다. 불행은 행복에 비해 너무 강하고 구체적이다. 행복이 상상이라면 불행은 일상인 것이다. 어른이 될수록 불행에 대한 수비력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p 278
시간이 달라지면 계절처럼 불행도 견디고 견디다보면 사라질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로, 겨울에서 다시 봄으로. 불행은 이름만 바꿔갈 뿐 지치지도 않고 내 옆을 꼭 지켰다.p282
물론 위인들의 말처럼 추위도 이겨낼 만큼 튼튼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대단한 일을 이뤄내가 전에 아마도 나는 늙어 죽을 것이다. p283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쇼펜하우어 말이 생각난다. 행복은 금방 잊혀지고, 불행은 내내 온몸과 마음으로 맞닥드려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 다 그렇게 살고 있다. 하지만 힘든 시간들도 내가 선택한 일로 차곡차곡 채우자. 그리고 견디자. 내가 그 시간만큼 단단해져있지는 않았더라도 견뎌낸 것만으로 스스로를 칭찬할 만 하다.
이상으로 태수 작가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에서 와 닿는 문장을 쓰고, 내 생각을 담았다. 이 책은 처음부터 한꺼번에 쭉 읽는 책이 아니다. 그냥 하루에 한 편 정도씩 조용히, 천천히 읽기를 권한다. 맛있는 사탕을 깨어먹지 않고 살살 녹여먹는 것 처럼.
자기계발서가 에너지드링크같은 책이라면, 이 책은 당충전이 필요할 때 먹는 디저트 같은 책이다. 디저트는 말 그대로 후식이다. 그 날 하루 내 삶을 온전히 살고 난 뒤 먹는 디저트 같이 읽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