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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일 Mar 11. 2023

탑을 쌓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문수산 돌탑 장인 이종복씨를 만나다.

 3월 10일쯤이면 문수산 천상저수지에 붉은 노루귀가 이쁘게 핀다. 모처럼 그녀석들 만날까 싶어 카메라를 챙겼다. 5년 만에 찾은 그곳은 노루귀 개체가 현저히 줄었고, 이쁜 녀석도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등산로를 따라 큰골 폭포로 향하니 돌탑 무리가 보인다. 가까이 다가가니 돌을 쌓던 분이 나를 보더니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아준다.     


강건한 체구에 웃음이 호탕하다. 좋은 카메라로 돌탑을 찍어 주면 고맙겠다고 한다.  


처음 보는 돌탑이네요. 언제부터 쌓으셨어요?     


3년쯤 되겠네요. 코로나 시작쯤부터 쌓았어요. 가족들 건강과 모든 사람의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쌓기 시작했는데, 쌓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높이가 3미터는 될 듯하다. 나뭇가지로 엉성하게 만든 사다리에 의지해 무거운 돌을 들고 균형을 잡아가며 수백 수천 번 오르내리는 모습을 상상하니 위태위태하다. 이리저리 찍고 있으니 돌탑을 쌓은 마음을 들려준다.     

어느 여인이 돌탑에 와서 자주 빌길래 사연을 물었더니 남편이 중병에 걸렸다고 해요. 그래서 그분을 위해 돌탑을 쌓았어요. 왼쪽 끝에 있는 저 돌탑이에요. 돌탑 가운데 구멍을 내어 부처를 모시고, 그 아래 여인의 소원을 적은 쪽지를 두었지요. 

    


오른쪽 제일 큰 돌탑은 네 방향으로 문이 나 있다. 세상 모든 일이 사통팔달로 뚫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쌓았고, 그 옆의 돌탑은 아들의 공무원 시험 합격을 기원하며 쌓았다고 한다.     


초록색 티셔츠는 돌을 안고 다니느라 닳아서 커다랗게 구멍이 뚫려있고 온통 해져 있다. 거기다 땀에 절어 온통 얼룩이다. 몇 벌이나 저렇게 되었을까?     


문수산 큰골폭포 코스는 등산객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 큰골폭포를 지나면 가파르기 그지없다.      


돌탑을 쌓기 전에만 해도 119 구조대가 자주 이곳에 와서 다친 사람을 구조하는 것을 봤어요. 그런데 제가 돌탑을 쌓은 이후에는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여름에 큰물이라도 지면 다 쓸어 내려갈까 마음이 쓰였는데, 오늘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주시니 이제 걱정이 없습니다. 자연의 힘이야 우리가 어찌할 수 없겠지만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남아있으면 되지요.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서 한잔해야겠습니다.     


인사를 하고 등산로를 오르다가 멀리서 돌탑 쌓는 모습을 담아본다. 나를 보며 또 웃는다. 세상 행복한 모습이다. 그가 탑을 쌓는 마음으로 나는 글을 쓴다. 나도 세상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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