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성일 Mar 09. 2023

점핑 사진 이렇게 찍었습니다.

사진과 글쓰기의 공통점은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일입니다.

점핑 사진을 찍으려면 셔터 속도를 높이면 된다. 보통 1/250 초 정도의 셔터 속도로 찍는다. 하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을 찍기 위해서는 셔터 속도를 50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셔터 속도가 느리면 움직임에 잔상이 생겨 흐릿한 사진이 되기 때문이다. 떨어지는 물방울을 담기 위해서는 1/4000 초로 찍기도 하고, 스포츠 전용 기자들은 성능이 좋은 1/8000 초로 찍는다. 그러면 아무리 빨리 움직이는 피사체라고 하더라도 표정과 근육의 움직임을 안정적으로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셔터 속도를 높이면 사진도 어두워진다. 이때 방법은 두 가지이다.     


1. 일단 조리개를 최대한 낮게 한다. 조리개는 빛을 받아들이는 창이다. 낮을수록 창이 크고, 높을수록 창이 작다. 성능 좋은 렌즈는 2.8, 심지어 그 이하도 있다. 조리개가 낮을수록 빛이 많이 들어와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할 수 있다. 그런데 2.8까지 열리는 렌즈는 대부분 가격이 백만 원이 넘는다. 조리개가 높으면 뒤에 있는 사람이 흐려진다. 물론 앞사람을 강조하기 위해 배경을 흐리는 아웃포커싱 사진을 찍을 때도 조리개를 낮게 한다.     

2. ISO(감도)를 높인다. ISO는 빛에 대한 민감성이다. 높을수록 빛에 민감해서 작은 빛이라도 받아들이고, 낮을수록 빛에 둔하다. 보통 카메라는 감도가 100~200정도에 맞춰있다. 그런데 밤에 사진을 찍으려면 감도를 높여야 한다. 문제는 감도를 높일수록 노이즈가 증가하고 채도와 선명도가 떨어진다. 노이즈는 사진이 거칠어지고 작은 입자가 생기는 현상이다.


 다음 두 장의 사진 중 아래 사진은 윗 사진의 일부를 확대한 것이다. 자글자글한 입자가 전체에 퍼져 있는 것이 노이즈다. 그리고 뒤에 있는 마스크 낀 사람의 모습이 거의 뭉개진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낮은 조리개와 높은 감도가 갖는 한계이다.

   


결론은 어두운 실내에서 노이즈 없는 선명한 점핑 사진은 찍을 수 없다. 

저는 점핑 사진을 이렇게 찍었습니다.     


첫째, 조리개를 최대인 2.8로 개방한다.

둘째, ISI(감도)를 5000이상으로 올린다. 나중에 점핑이 격렬해지면서 10,000까지 거의 최대치로 올렸다. 노이즈는 감수한다. 

셋째, 셔터 속도는 500이상으로 해야 하지만, 실내 조명이 없는 상태에서는 사진이 어두워지기 때문에 160 정도로 했다.

넷째, 가장 높이 점핑한 상태를 찍는다. 다리가 트렘펄린에 내려왔다가 최고로 올라가는 순간은 일시 정지 상태가 된다. 그 찰나의 순간을 찍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점핑 박자에 호흡을 맞추어 최고로 점핑하기 0.1초 전에 셔터를 눌러야 한다. 0.1초는 내가 셔터를 누르고, 카메라가 이를 받아들이는 시간이다.

다섯째, 연사로 찍는다. 연사로 찍으면 1초에 5장이 찍힌다. 그러면 5장 중에 한 장은 얻어걸린다. 물론 여러 번 반복해야 한다. 

여섯째, 많이 찍는다. 찍고 LCD 확인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따라서 무조건 많이 찍고 그중에 몇 장 얻어걸리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날 40분 동안 500장이 넘는 사진을 찍었고, 그중 얻어걸린 사진은 10장 내외였다.

일곱째, 크롭을 한다. 아무리 구도를 생각하고 찍어도 막상 컴퓨터로 보면 불필요한 부분이 있다. 글쓰기와 사진의 공통점은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작업이라는 점이다.      


카메라는 가전제품이다. 사용법을 많이 알수록 환경에 맞는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물론 사진을 예술의 경지에 올린 작가들은 다르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사진은 사용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찍은거다.



작가의 이전글 이재후가 내 이름을 불러주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