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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일 Apr 08. 2023

컨설팅하려다 컨설팅 당했습니다.

신규교사와의 대화

    

교무실 책상에 샌드위치가 놓여져있다. 올해 발령 받은 신규교사가 첫 월급 기념으로 모든 선생님께 돌린거라고 한다. 감동이다. 사람됨과 따스한 마음이 느껴진다. 마침 그 선생님과 3교시에 컨설팅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나)선생님. 대단해요. 교사 첫 월급 얼마안되는데. 부모님 선물은 뭘 했어요?     


부모님은 아직 제 월급 받은거 몰라요. 뭘 해드릴까 며칠 째 고민중입니다. 동생은 용돈을 줬어요.     


(나)동생에게 너무 잘했네요. 어떻게 교사가 되었어요?     


27살까지 수영강사를 했어요. 그때까지 한 번도 교사를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근데 수영반에 초등학교 선생님이 계셨는데 교사가 되라고 자꾸 이야기했어요. 나중에는 방법까지 하나하나 가르쳐줬어요. 결국 교육대학원에 갔고, 임용고사 첫 번에 붙었어요. 그래서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제가 교사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랍니다.      

제가 교사가 되었다는 말을 들은 친구가 제게 물었어요.     


(친구)“아이들이 네 말 안들으면 어떻게 할래?”      


“차근차근 알아듣게 말해야지”     


(친구)“교복도 안입고, 오토바이 타고 등교하면 어떻게 할래, 교실에 가도 아이가 없으면 어떻게 할래?”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에 그런 학생이 없었으면 좋겠다.”     


(친구)“그게 니 담임 선생님 마음이었다.”     


순간 쿵했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저의 모습이었어요. 제가 그런 학창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아이들의 행동이 대부분 이해가 됩니다. 이게 저의 장점이자 재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가 잘못하더라도 그 부분이 크게 와닿지 않아요. 그렇다보니 그런 아이들을 누구 보다 잘 이해하게 됩니다.  

    

(나)그게 선생님 큰 무기입니다. 잘못된 행동을 계속하면 실패지만, 바뀌면 멋진 무기가 됩니다. 선생님의 과거 경험이 교사로서의 멋진 무기가 되었네요.    

 

저는 사람이 바뀐다고 믿습니다. 저의 교육철학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고쳐쓰지 못한다.”라고 말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생들의 변화에 대한 믿음이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선생님이 허용적일 수 있는 이유는 높은 자존감이네요. 아이들에게 자존심으로 다가가면 충돌하게되지만 선생님의 자존감으로 포용하면 아이들이 선생님 마음을 이해할 거에요.   

   

저희 집이 학교 뒷문 근처라서 그리로 자주 등교했어요. 어느날 선생님에게 걸렸는데 다짜고짜 학생부로 데려가서 반성문을 한 페이지 쓰라고 하는거에요. 아무리 써도 몇 줄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뒷문으로 등교했다고 반성문 쓰고, 반성문 분량 못채웠다고 맞았어요. 그때 저는 다음에는 안걸려야지 하는 생각만 했고, 선생님 없는 시간에 계속 다녔어요.

만약 그 때 선생님이 뒷문으로 오면 안전 문제, 외부인의 출입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를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는 학생 지도할 때 가능한 허용적이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이유를 물어보고, 바른 방향을 제대로 가르쳐주고 싶어요.     


(나)그래요. 잘못과 인격을 동일시해서 처벌만 하려면 자기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처벌에 대한 반감만 생기죠. 인격은 존중하되 잘못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훈육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럴려면 아이 잘못이 교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되죠. 그건 자존심으로 아이를 대하는 것이죠. 선생님처럼 자존감으로 대하는게 좋아요. 결국 서로의 자존심이 다치지 않죠.     


저는 교육 철학이 배움이에요. 교사는 가르치는 직업인 동시에 늘 배워야 하는 직업이에요. 시대가 변하고, 아이들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직업은 오래할수록 숙달되지만, 교사는 오래할수록 힘든 이유입니다. 그래서 교사는 늘 배워야 해요.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은 참 축복이겠어요. 오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컨설팅하려다 컨설팅 당했습니다.

그래서 또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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