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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영 Aug 12. 2024

정보과부하가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

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요즘은 어딜 가던 정보와 이슈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정말 말 그대로 멈추는 걸 모르는 폭포수처럼 우악스럽게 말이다. 처음에 나도 유튜브 쇼츠에서 제공되는 유용한 꿀팁들과 강렬한 챌린지들을 보는 일들이 흥미로웠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내 세상에는 없는 정보지식들을 핸드폰 하나면 알 수 있는 게 얼마나 유용한가. 그래서 지하철에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화장실 변기에 앉으면서도 작은 스마트폰을 꼭 쥐고 유튜브를 재생했다. 그렇게 얕고 쓸모없는 정보들을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내가 추구하고 있던 감성과 가치관, 교양들이 흩어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한 번은 생각 없이 보고 있던 영상 속 배우의 행동이 조금 무례하다고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여 댓글들을 읽어 보았는데, 오히려 배우에 대한 유쾌하고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하나하나 댓글들을 읽으며 난 설득당했고, 두 번째로 같은 영상을 보았을 때 어쩐지 정말 다른 시청자들처럼 그 배우는 내게도 유쾌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영상 속 배우의 행동을 싫어했던 내가, 사람들의 반응과 댓글, 편집과 자막을 통해 가치관의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내가 불편하거나, 혹은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댓글을 통해 확인하고 주변 다른 콘텐츠들을 보며 끊임없이 자문을 구하면서 깊은 고민과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닌 검색과 시청으로 시간을 낭비했다. 


그렇다 보니 내 취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 나만의 취미를 갖는 것도 없어졌다. 한 번의 손가락 터치면 난 세상 곳곳의 지식과 윤리적 가치를 알아볼 수 있었다. 이런 쉬운 방법이 있으니 심도 있게 내면을 들여다 보는 일은 무료한 것이 되었고, 깊은 생각은 골치 아픈 것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난 바보가 되어버렸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을 달라고 폭동을 일으키는 시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라고 괜히 말한 게 아니다. (실제로 앙투아네트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이것도 유튜브에서 봤다. 하하.) 가설이라 하더라도 과연 그녀가 정말 멍청이라 그렇게 내뱉었을까. 아니다. 그녀는 정말 몰랐던 것이다. 그녀에게 풍족한 의식주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기 때문에 굶주려 죽어가는 시민들을 이해할 필요도 없었고 깊은 생각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 풍요로움이 앙투아네트를 바보로 만들었다. 세상 밖에 관심과 정치는 머리 아픈 것이었고,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달콤한 케이크와 디저트, 아름다운 드레스는 단순한 즐거움을 주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쉬운 것에만 관심이 가는 것이 당연했다. 


지나친 풍요로움은 사람을 쉽게 망가뜨린다. 독서를 해야만 알 수 있는 단어나 어릴 적 좋아했던 작가들의 작품들은 까먹은 지 오래다.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 단어가 생각이 안 나 어버버 하기 일 수고, 이제 2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집에서 보는 일도 드물다. 빠른 재생과 짧은 숏영상 만이 나를 이해시키는 어지러운 세상. 과도한 정보의 홍수가 피곤하다. 


최근 도파민 디톡스라는 게 유행이 돌고 있다고 하긴 하는데. 이것도 SNS 유행인 거 같아, 좋은 것을 쫓는 것도 괜히 거부감이 든다. 난 대체 무얼 해야 하는 걸까. 도전을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두려운 요즘.


우선은 손에 쥔 이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일부터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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