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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토아부지 Apr 12. 2023

죽기 전까지 죽이는 남자의 장인정신 <존 윅 4>

서러워서 올리는 리뷰 - 서올리

12일 개봉한 ‘존 윅 4’(연출 채드 스타헬스키)는 ‘최대한 보여달라’는 시대적 요구에 충실한 영화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은 적어도 요즘 극장가에선 통하지 않는다. 관객은 치솟은 티켓값만큼 영화가 많은 것을 보여주길 원한다. ‘존 윅 4’는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액션을 남김없이 끌어모아 사정없이 투하하며 그 기대를 충족시킨다. 비현실적 세계관과 황당한 설정에 눈감는다면, 누가 오든 그 무엇이 오든 전부 죽여버리는 ‘존 윅’이 주는 쾌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이 시리즈, 액션만큼은 진심이다.


이제 강아지 복수의 문제를 넘어섰지만, 개는 건드리면 안된다는 시리즈의 일관된 불문율은 반복된다.


죽은 아내가 남긴 강아지에 대한 복수로 시작됐던 존 윅(키아누 리브스)의 여정은 이번 편에선 최고회의와 ‘너 죽고 나 살자’식 극한 대결로까지 치닫는다. 최고회의의 공세에 목숨을 지키기 위한 방어에 집중했던 존 윅은 이번 영화에선 최고회의와 정면대결을 펼친다. 최고회의는 존 윅을 죽여 질서를 지켜야 하고, 존 윅은 지긋지긋한 최고회의에서 해방돼야 한다. 컨티넨탈호텔 뉴욕 점장 윈스턴(이언 맥셰인)은 아버지 같은 조력자로 나선다. 홍콩 액션 스타 견자단은 존 윅과 오랜 친구인 케인으로 나와 목숨을 건 교우 관계를 보여준다.


엽문이랑 네오랑 친구 먹다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스턴트맨 출신 감독 스타헬스키는 시리즈 전매특허인 총기 액션과 주짓수뿐 아니라 홍콩 무협, 서부극, 카 체이싱 등 액션이란 액션을 총집합시킨다. 그리고 영리하게도 존 윅의 동선에 따라 도시별로 액션의 유형을 나눴다. 오사카에선 쌍절곤을 활용한 근접 액션, 베를린에선 주짓수를 활용한 격투기, 파리에선 총기 액션의 진수를 선보인다. 존 윅에게 편중됐던 액션 장면 역시 오사카 컨티넨탈호텔 점장인 코지(사나다 히로유키)의 사무라이 액션, 케인의 맹인 액션 등 캐릭터별로 다변화했다.


이 친구 몇 대 맞고 죽는지 맞춰보실 분 ㅜ


영화의 스케일이 커졌어도 한 명 한 명 정성스레 처리하는 ‘존 윅’의 장인정신은 여전하다. 장전과 격발을 매번 정확히 보여주며, 사살하든 때려죽이든 모든 적을 반드시 처단하고 넘어가는 ‘존 윅’의 ‘진짜’ 액션은 적들을 대충 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기존 액션 영화를 ‘가짜’로 만든다.


존 윅은 시리즈가 갈수록 순교자스럽게 변해간다. 이 양반들이 액션 예수님을 만들고 있는지도.


12개 범죄 조직의 수장들로 구성된 최고회의, 암살자들의 안전지대 컨티넨탈호텔 같은 설정은 영화라기보단 게임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단계에 따른 임무를 부여받고, 이를 성취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서사는 게임 내러티브의 전형이기도 하다.


이 구도 좋다. 내기 바둑이라도 둘 것 같은 분위기.


최고회의 권력자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과의 최후 결투 장소인 파리 사크레쾨르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 푸아이아티에 222계단을 정해진 시간 내에 올라가야 하는 신(scene)은 대표적 예. 계단을 거의 다 올라갔던 존 윅이 불의의 일격에 거의 절반 이상을 굴러떨어지는 장면은 탄식을 자아낸다. 사람에 따라 실소를 참지 못할지도 모른다. 드론 시점의 오버헤드 프레임을 통해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파리 아파트 내 총격 신은 ‘서든어택’ 같은 FPS(1인칭 슈팅) 게임의 잔상이 어른거린다.


촛불 몇 갠지 세어보실 분 ㅜ


모든 시리즈 영화가 그렇지만, ‘존 윅 4’는 전편에 동의하지 못한 관객이라면 동의하기 힘든 지점이 많다. 반대로 ‘존 윅 시리즈’를 기다렸다면,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대를 확실히 충족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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