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워서 올리는 리뷰 - 서올리
영화 ‘리바운드’(연출 장항준·사진)는 좌절을 맛보거나 미래가 기대되지 않았던 청춘들이 뭉쳐 무언가를 이루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직 선수 출신으로 공익근무요원을 막 마친 코치와 달랑 6명의 선수들이 전국 고교농구대회 결승까지 갔던 2012년 부산 중앙고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 영화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 드라마에 기대하는 감동을 끝내 전달한다.
‘리바운드’엔 실화가 주는 묵직한 울림이 있다. 교체 선수 하나 없이 매 경기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며 전국대회 결승까지 진출해 최강 용산고를 상대하는 부산 중앙고의 이야기는 고작 한 경기를 분투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 속 북산고의 이야기를 압도한다. ‘천재’ 소리를 듣던 유망주였지만 키가 자라지 않아 정체 상태에 놓인 기범(이신영)과 발목 부상으로 엇나가는 규혁(정진운)은 앙숙에서 동료가 되고, 여기에 정식 농구 경기를 해본 적 없는 친구들과 함께 기적을 만들어간다. 무한 긍정의 에너지로 흔들리는 소년들을 잡아주는 코치 강양현(안재홍)의 존재감도 크다. 전국대회 과정에서 이들은 ‘내일’ 농구를 하지 못할 것처럼 ‘오늘’ 농구를 한다. 장항준 감독은 28일 시사회에서 “한때 유망했지만 지금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코치와 미래를 알 수 없지만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자신들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6명의 소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똑같이 농구를 소재로 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존재는 영화에 양날의 칼이다. 농구란 스포츠가 ‘슬램덩크’로 친숙해졌다는 점은 분명한 호재. 반면 애니메이션의 화려하고 박진감 있는 플레이로 높아진 눈높이를 영화가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슬램덩크’가 가지고 있던 원작에 대한 향수와 각 캐릭터의 상품성 역시 ‘리바운드’엔 없다.
이들의 전국대회 활약이 주 내용이다 보니 시합 장면이 영화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실제 농구 해설자인 조현일 해설위원이 극 중 중계진 역할로 참여해 생동감을 더했다. 다만 농구 용어부터 선수들의 상태와 배경 설명까지 중계진의 해설에 의존하며, 내용 전개에 편의적으로 활용한다는 인상을 준다. 장 감독은 “농구 규칙을 관객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게 지상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갈등이 벌어지고 그것이 해소되는 과정이 다소 산만하고 느닷없이 이뤄지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영화의 마지막 영화 속 배우들과 이들의 모델인 실제 선수들의 모습이 겹쳐지는 장면은 감동 포인트. 영화는 이 장면을 위해 꿋꿋이 달려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팀원 6명 중 4명이 프로 농구선수가 됐다.
제목 ‘리바운드’는 슛이 안 들어가고 튀어나왔을 때 잡아내는 것을 뜻하는 농구 용어. 영화에선 실수와 실패를 만회하려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로 쓰인다. 실패를 성공의 디딤돌로 삼겠다는 제목처럼 영화는 긍정 에너지를 발산한다. 강 코치는 매 경기 “오늘을 즐기자. 미련 없이, 후회 없이”라고 외친다. 허훈, 강상재 등 농구 팬이라면 반가울 이름들이 상대 팀 선수로 등장한다. 장 감독의 아내이자 스타작가인 김은희가 작품의 시나리오 작업을 도왔다. 오늘 개봉.
[별점 첨부 한줄두줄평: 세줄까진 안넘어가는 평] ★★★
평범함이 모여 이룬 기적에 대한 이야기. 연출도 평범, 연기도 평범, 내러티브도 평범. 심지어 부산 사투리도 서울 사람이 듣기에 평범. 그런데 최근 한국 영화 중 드물게 평범이란 기준을 충족한 영화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