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러워서 올리는 리뷰 - 서올리
배우 마동석은 충무로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맨주먹 하나로 야쿠자 일당을 제압해도, 힘으로 금고문을 뜯어도, 심각한 상황에 유치한 말장난을 던져도 마동석이라면 괜찮다. 마동석이 기획·제작하고, 각색까지 참여한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동석식 액션과 코미디를 잘 보여준다. 31일 개봉한 ‘범죄도시3’(연출 이상용) 역시 누구보다 강하면서, 누구보다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마동석 유니버스’의 집약체다.
◇‘민중의 몽둥이’ = 전편의 금천경찰서에서 광역수사대란 더 큰 판으로 이동한 ‘범죄도시3’의 ‘마석도’(마동석)는 경찰은 모름지기 ‘나쁜 놈’을 잡아야 한다며 이렇게 말한다. “경찰이 뭐야. 민중의 몽둥이잖아.” 이어지는 동료 형사의 반문. “민중의 지팡이 아닌가.” 영화 속에서 마석도의 주먹은 그의 말마따나 몽둥이에 가깝다. 탐욕에 눈 뒤집힌 빌런 ‘주성철’(이준혁)은 마석도의 ‘주먹 몽둥이’ 찜질에 “어흑”이란 신음을 토해낸다.
마동석의 주먹은 악인을 상대로 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통쾌함을 준다. ‘이웃사람’(2012)에서 마동석이 맡은 안혁모는 납치에 살인까지 서슴지 않고 일삼는 ‘류승혁’(김성균)의 목덜미를 잡고 사정없이 팬다. 너무 일방적이라 맞고 있는 악역이 애처롭게 느껴질 정도다.
‘성난 황소’(2018), ‘악인전’(2019) 등에서도 압도적인 힘으로 악당들을 일방적으로 혼낸다. 이번 영화에서 수많은 일본 야쿠자들을 차례로 무너뜨리는 그의 모습은 흡사 삼국지 장판파 전투의 장비 같다. 일본도를 쥔 야쿠자 살인 무기 ‘리키’(아오키 무네타카)를 주먹 하나로 끝내는 모습은 ‘개연성 너머’에 마동석이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거 내가 할게.” = 건물에서 떨어진 여성에게 마약이 검출되자 심상치 않은 사건의 냄새를 맡은 마석도는 광수대 반장 ‘장태수’(이범수)에게 말한다. “형, 이거 내가 할게.” 이처럼 영화 속 마동석은 늘 솔선수범한다. 선배나 후배에게 궂은일을 미루는 법이 없다. ‘범죄도시3’는 마동석식 솔선수범을 극대화했다. 마석도가 마약밀매 악당들을 무찌르면, 뒤늦게 동료들이 와서 말한다. “아, 벌써 끝났네요.” 이어지는 든든한 그의 대답. “어, 왜 이제 왔어.”
‘부산행’(2016)의 ‘윤상화’도 마동석식 솔선수범 캐릭터의 대표적인 예다. 작중 최강의 전투 능력을 자랑하는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앞장서 좀비가 된 감염자들을 펀치로 쓰러뜨린다. 영화 속 마동석은 악당은 혼내줘야 하고, 약자는 구해야 한다는 목표에서 한순간도 흔들리지 않는, 책임감 넘치는 우리의 영웅이다.
◇악당에게 “짜잔”하며 등장하는 ‘마요미’ = ‘범죄도시3’에서 최종 결투를 앞두고 주성철이 “아직 안 죽었네”라고 하자 마석도가 “짜잔”하며 등장한다. 영화 속 마동석은 어떠한 심각한 상황에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귀여움을 발산한다. 관객들은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그의 느긋한 태도에 안심한다.
코미디 영화에서 작정하고 귀여움을 과시할 때도 있다. ‘굿바이 싱글’(2016)의 스타일리스트 ‘평구’는 파스텔 톤 ‘땡땡이’ 앞치마를 입고, ‘시동’(2019)의 거석이 형은 단발머리 가발을 쓴다. ‘군도 : 민란의 시대’(2014)의 우직한 장사 ‘천보’는 눈밭에서 매복하다가 쿨쿨 잠이 든다.
‘범죄도시3’은 전편의 인기에 기댄 속편의 강점과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강렬한 타격감을 주는 마동석의 통쾌한 액션은 시리즈 팬들을 만족시키기 충분하다. 서울 강남 일대와 인천을 배경으로 야쿠자와 대결을 펼치며 스케일도 키웠다. 전편의 ‘장이수’(박지환)처럼 동료 형사 ‘김만재’(김민재)와 ‘초롱이’(고규필), ‘김양호’(전석호) 등 조연들의 감초 활약도 좋다.
다만 캐릭터들이 일차원적이고, 마동석과 빌런이 최후의 격투를 벌이는 등 이야기 전개가 비슷해 아쉬움을 남긴다. 악역이 두 명으로 나뉜 만큼 강렬함도 함께 줄어들었다. 영화는 4편과 동시에 촬영됐고, 시리즈는 8편까지 계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