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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토아부지 Jun 21. 2023

Z세대 거미 영웅…<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서러워서 올리는 리뷰 - 서올리

수많은 스파이더맨 중 단 하나의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 영화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전편인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보다 더 현란하고 대담해졌다. 소니픽처스코리아 제공


엠제이를 짝사랑하는 찌질함의 표본 ‘스파이더맨’(토비 맥과이어)과 허우대 의젓해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앤드루 가필드)을 지나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작지만 강한 꼬마 ‘스파이더맨’(톰 홀랜드)까지. 쟁쟁한 스파이더맨 선배들이 자리를 지키는 상황에서 또 하나의 스파이더맨이 필요할까. 그것도 애니메이션으로.


21일 개봉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그에 대한 대답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의 속편. 평론과 관객 모두에게 극찬을 받은 전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질주하는 걸작이다. 주변의 인정이 고픈 성장기 소년이 영웅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는다는 이야기는 서사적으로 탁월하고, 시각적으론 폭발할 듯한 예술적 감수성으로 가득 차 있다. 이후 나올 3편까지 이 트릴로지는 현시대의 클래식으로 불릴 만하다.



1편에서 우연히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 그웬과 힘을 합쳐 스파이더맨으로 데뷔한 마일스 모랄레스는 이번 작품에선 자신처럼 거미줄을 쏘는 수많은 존재와 마주한다. 각자의 세계를 오가는 것을 넘어 아예 세상의 모든 스파이더맨이 모이는 세계(스파이더-소사이어티)가 등장한다.


로커가 연상되는 반체제주의 스파이더맨 호비, 뭄바튼(뭄바이+맨해튼)에 사는 인도계 스파이더맨, 오토바이 타는 임신부 스파이더우먼, 그리고 미래의 ‘2099 스파이더맨’ 미겔 등 각각의 스파이더맨 캐릭터는 저마다 다른 작화와 채색으로 묘사됐다. 이들이 각기 다른 세계에서 왔기 때문. 예를 들어 마일스와 그웬 둘 다 뉴욕에 살지만, 둘의 뉴욕은 다르다. 마일스가 사는 뉴욕에 비해 그웬이 사는 뉴욕은 주로 보랏빛이 드러나는 파스텔톤으로 묘사된다. 레고 인형이나 일본 아니메식 캐릭터도 나온다.


그냥 각 세계 그림 다른거 구경만 해도 흥미롭다.


마블 코믹스와 영화적 앵글, 그리고 팝아트적 속성을 뒤섞은 현란한 편집은 1편에 비해 강화됐다. 록, 펑크, 힙합, EDM 등을 빌려와 현시대 문화의 최전선에서 시청각 예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영화가 시도한 신선함과 대담함은 스크린을 찢을 듯 분출한다.


영화는 멀티버스(다중우주) 설정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기존 영화에 비해 몇 배는 복잡한 멀티버스를 상정하고 있다. 오죽하면 그웬 역의 헤일리 스테인필드가 “영화의 면면을 제대로 감상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번은 봐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 그렇지만, 일부러 꼬아놓았다는 인상은 들지 않는다. 평범한 10대와 영웅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하는 마일스와 그웬의 감정선만 따라가도 감상하기엔 충분하다. 게다가 우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통해 각기 다른 세계의 스파이더맨이 한데 모인 광경을 보며 멀티버스를 학습한 바 있다. 수백 명의 스파이더맨 떼가 마일스를 쫓는 장면 등 실사 영화라면 불가능한 장면을 관객은 만끽하면 된다.


스크린으로 보면 대개 황홀함.


영웅이 될 운명을 타고난 다른 스파이더맨들과 달리 ‘변칙점’이었던 마일스는 스파이더맨으로서 숙명적 결단의 순간에 직면한다. ‘모두를 구할 것인가, 하나를 구할 것인가.’ 여기서 마일스는 영웅은 희생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거부한다. 운명에 굴복하고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하고 개척한다는 발상.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Z세대의 대답 같다. “다들 내 이야기가 이미 정해진 것처럼 떠드는데, 내 이야기는 내가 쓸 거야!”


거꾸로.


이번 영화와 이야기가 이어지는 후속편이 예정된 상태다. 북미에선 “실사영화를 포함한 모든 스파이더맨 시리즈 중 최고”라는 호평을 받으며 흥행 중이다. 개봉 13일 차에 4억 달러를 돌파하며, 이미 전편 성적을 넘어섰다. 1편이 2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다면, 이번 2편은 3편을 열망하게 한다.


숱한 영화가 연상되는 이 포스터엔 중요 캐릭터들이 촘촘히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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