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넷

Christopher Nolan 03. Tenet (2020)

by Sue

I.

"This film is not a time-travel film. It deals with time and the different ways in which time can function. Not to get into a physics lesson, but inversion is this idea of material that has had its entropy inverted, so it's running backwards through time, relative to us." -Christopher Nolan


시간 역행의 기술에 대해 설명해 보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말에 따르면 인버젼(시간역해) 기술은 엔트로피가 반전되어서 우리의 (현재) 시간과 비례하여 시간이 거꾸로 흘러가는 실질적인 관념이다.


여기서 '엔트로피를 반전시킨다'라는 것은 정말로 엔트로피를 '되돌려서 복구시킨다'라는 게 아니라, '소진되는 방향만 반대로 만든다'라는 것이다.


이거 때문에 영화 초반에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I-i.


인버젼 기술을 사용한 도구는 총알이며 이는 박혀있던 탄환이 빠져나와 총구를 거꾸로 지나 탄창으로 되돌아오는 현상을 가능하게 한다. 극에서 이 무기를 처음 접하는 주인공에게 바버라(테넷팀의 연구원)는 이 현상을 핵분열의 역복사로 인해 기존에 증가하던 엔트로피가 반대로 감소하는 '인버전'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I-ii.


When you exit the airlock, take a moment to orient yourself. Things will feel strange. When you run, the wind will be at your back. You encounter fire, ice will form on your clothes as transferred heat is reversed. Gravity would feel normal but you're reversed from the world around you. You may experience distortions in your vision and hearing, this is normal.


인물이 인버전에 돌입하면 그 대상의 엔트로피가 움직이는 방향만 반대일 뿐, 그 밖의 모든 것은 그대로 유지된다.


따라서 인버전을 거친 사람에게는 온 세상이 인버전된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은 뒤로 걷고 차들은 후진하고 떨어진 물건은 떠오르고. 호흡을 하는 것조차 인버젼되었기 때문에 인버젼에 돌입하려면 산소마스크를 껴야 한다. 대화 역시 음성을 reverse 한 것처럼 들린다.


현상에 대해 더 말해보자면 만약 인버젼상태에서 불이 나면 인버전된 물체에는 열전달이 반대로 일어나기 때문에 오히려 기온이 내려가게 된다. 그래서 인버젼에 돌입한 주인공 차가 불이 붙는 장면에서 얼음이 어는 것을 볼 수 있다.



I-iii.


인버젼 기술을 회전문 없이 설명할 순 없을 정도로 영화에서 회전문, 특히 회전문을 둔 투명한 벽으로 나눠진 두 방으로 사토로가 인버젼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처음으로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회전문은 계속 설명했던 그 인버젼을 인버젼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장치이다.


두 방 모두 기본적으로는 현실이고, 회전문을 거쳐야만 인버전이 발동되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버전 돌입(과거/역행)은 왼쪽과 파란색(통칭 파란 방)으로

인버전 해제(현재/순행)는 오른쪽과 빨간색(통칭 빨간 방)

으로 표시하고 있다.


근데도 쉽게 이해하지 못했다ㅎ




II.


영화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정리하기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CIA 요원인 주인공이 사토르랑 싸우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인공과 대치하는 인물인 사토르(Sator)는 알고리즘의 발견자인데 이 알고리즘(the algorithm)은 물질의 형태를 한 공식으로, 가동하면 "세계" 그 자체의 엔트로피가 역전, 즉 온 우주를 인버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세계가 멸망할 수도 있는 위험한 물건이다. 그렇기에 인버전과 알고리즘을 발한 미래의 과학자는 자신의 발명이 세계의 파멸을 부를 것이라고 생각하여 이 무형의 기술을 유형의 조각 9개로 나눈 후, 과거로 보내서 핵을 소유한 9개 국가의 핵무기 보관소에 봉인했다. 하지만 현재 시대의 사토르는 이 중 8개를 손에 넣었고, '플루토늄-241'로 알려진 나머지 하나를 둘러싸고 테넷 팀(주인공과 닐을 포함한)과 사토르 사이에 싸움이 벌어진다는 것이 본작의 주된 줄거리이다. 참고로 영화 내내 주인공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는다.


a. 영화의 인류 관점(미래 전쟁과 무기)에서 해석하자면:


주인공은 영화에서 가끔 이 사건의 protagonist라고 지칭되는데 이는 '주인공'보단 '주도자'라고 해석하는 게 알맞으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이 영화를 개인적인 이야기보단 인간의 실존적 투쟁으로 풀어내고 싶어 그런 게 아닌가 싶다.


b. '테넷 기술'에 집중하여 해석해 보면:


Sator가 주인공에게 대치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protagonist의 반의어인 antagonist(적대자)의 포지션을 맡게 되는데 이는 시간 역행, 즉 inversion을 영화 초반부터 쓰던 Sator와 그에 비해 비교적 시간의 순행에 사는 주인공의 시간 방향(순행/역행)을 접두사 pro-와 ant-가 보여주기도 한다.



II-i.


약간의 여담으로 영화 속 요소들의 설정과 이름을 사토르 마방진*에서 따왔다.

*라틴어 단어들로, 가로로 읽으나 세로로 읽으나 똑같이 읽히기도 하지만 거꾸로 읽어도 같은 회문이다.


사토르의 이름 SATOR는 씨 뿌리는 사람 또는 창조자라는 의미이고, 영화 제목이자 조직의 이름인 TENET은 잡다/도달하다의 의미이다. 이 외에도 OPERA는 첫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 ROTAS는 프리포트를 설립한 회사의 이름으로 극 중에서 쓰였다고 한다.



III.


사실 영화 연출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기에 역시나 특히 영화 중후반부에서 드러나는 내용들은 초반부에서 '벌어진' 일들을 인버전을 통해 다른 시각에서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는 관객으로서 인버젼에 대해 더 각인시켜졌던 장면이었다.


하지만 사실 테넷의 명장면은 바로 이 고속도로 씬이다. 이 하나의 장면이 전달하는 게 많아 유튜브에 검색하면 이 장면을 설명하는 수백 개의 영상이 있다. 주인공이 닐과 플루토늄-241을 가지고 달아나는 장면인데 처음으로 이 장면을 보는 관객 입장에선:


검은색 SUV가 후진하며 무섭게 주인공과 닐이 탄 BMW를 쫓아간다.

옆까지 쫓아온 차 안에는 산소마스크를 낀 사토르가 캣을 총으로 위협하며 플루토늄을 넘기라고 한다.

그 순간 도로 저 앞에 전복됐던 흰색 차량이 뒤집히면서 복원되어 정면으로 달려온다.

그 상황을 인지할 틈새도 없이 주인공은 빨리 플루토늄을 일단 그 흰색 차량에 던지고 빈 상자를 사토르에게 던진다.

그 후 인버젼에 돌입하여 그 상황으로 간 주인공의 입장을 보는 그 장면은:

흰색 차량을 타고 고속도로에 진입하자

멀리서 역주행하는 BMW와 정주행하는 검은색 SUV가 나타난다.

뒷좌석에서 달그락거리던 플루토늄이 BMW에 탔던 주도자의 손으로 돌아가며, 뒤이어 텅 빈 케이스도 사토르의 손을 떠나 주인공에게 돌아간다.

사토르는 주인공이 탄 사브를 전복시키고, 흘러나온 기름에 라이터를 던져 불을 붙이고 떠난다.


∴ 즉 (순행 시점에서) 좀 전에 주도자가 플루토늄 케이스를 사토르에게 넘기기 위해 받침대로 썼던 사브에 탔던 사람은 바로 주도자 자신이었다.



사실 이 외에도 이 장면이 나타내는 바가 많고 액션이다 보니 꼭 이 씬을 봤으면 좋겠다.



IV.


이 장면은 영화 마지막에 닐과 주인공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Neil: You're only half way there. I'll see you in the beginning, friend.


이는 사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을 연상시켰다.

헤어질 결심에서 서래가 '당신이 사랑을 말한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난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라고 한 말처럼 미래의 주인공(protagonist)이 현재로 보낸 닐, 즉 모든 걸 알고 있는 닐은 주인공이 모르게 계속 주인공을 살리며 살아왔지만 주인공은 닐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왔으며 지금에서야 닐이 자신을 계속 살렸다는 것과 지금의 닐과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에 저 장면에서 닐이 작별 인사를 할 때 주인공은 그제야 닐과의 우정이 시작되었다고 말하며 벅차올라 한다.





What's happened, happened. Which is an expression of fate in the mechanics of the world. It's not an excuse to do nothing.


사실 영화를 다 본 후에 나무위키를 완독했는데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몇 있다.

솔직히 바로 이해가 되는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력서에 넣으세요.

그중 하나가 바로 결정론적 세계관이다. 영화에선 자유의지를 결정론적 세계관에 접목시킨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며 인버젼을 사용해도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유의지는 있다. 그래서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 이 둘의 역설은 뭘까. 그래서 영화에서도 작전부대에게 실패할 작전이지만 최선을 대해 수행하라고 한다. 왜일까. 사실 모르겠다. 다시 봐야겠다.


결론적으로,

1. 온몸으로 복선을 외치는 영화이다.

2. 나중에 다시 보면 재밌을 것 같다.

3. 다음학년 과목선택으로 물리를 선택한게 조금 후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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