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펜하이머

Christopher Nolan 04. Oppenheimer

by Sue
"They won't fear it until they understand it. And they won't understand it until they've used it"
- J. Robert Oppenheimer


영화 초반에 비현실적 이미지가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분리와 융합. 폭발과 형성.


스탠퍼드 대학에 다니던 시절 오펜하이머는 이미 이 세계 넘어를 볼 수 있었다.


이 비현실적 이미지는 영화 중반에 다다라 핵폭발 실험 트리니티를 재현하는 장면에서 다시 모습을 들어낸다.


약 2년간 20억 이상이 투자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과학자로서 트리니티 실험의 성공을 나타내는 핵폭탄 폭발을 직접 마주하는 오펜하이머의 장면은 이미 오래전 이 일을 봤다는 듯 순수했으며 심대했던 그의 오래된 야심을 나타낸다.


그렇게 영화의 제1막이 막을 내린다.




트리니티의 성공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후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 후반은 깊은 비애감의 정서가 감돈다. 프로젝트 진행 내내 도덕을 찾을 때마다 그는 독일의 나치를 견제하는 거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하지만 핵폭탄의 방향은 갈수록 본래의 목적과 유리된다. 나치의 자살과 독일의 항복으로 핵폭탄 본래 목적이 사라졌고 추축국에서 혼자 남은 일본도 힘을 잃고 있자 승리가 뚜렷해진 연합국의 미국과 소련은 이미 전쟁 그 후를 바라본다. 이미 승리를 알고 원자폭탄을 투하한 것은 러시아를 향한 견제에 혈안이 되어 수많은 무고한 생명의 희생을 눈 감고 정의와 승리를 외치는 것이다. 이토록 무망한 참극이 있었을까.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한 후 오펜하이머는 전쟁을 끝낸 위대한 과학자로 오르지만 얼마 안 되어 그는 냉전시대 정치에 휘말리고 새로운 시대를 연 자신의 발명, 삶을 천착한 열정의 집적물 에 용서될 수 없는 죄책감을 느끼며 파멸한다.




관객들은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오펜하이머의 시선에서 보고 듣고 느낀다.


그가 못다 한 말을 하며 단면적으로 재앙의 창시자라며 오펜하이머를 비난하는 것이 아닌 다각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게 하려는 영화의 태도가 보였다. 영화에서 얘기하는 오펜하이머는 정말 프로메테우스를 연상케하는 인물이었다. 그의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는 다르게 핵 개발과 원자폭탄이 무슨 결과를 불러일으킬지 예상하지 못했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따른 죄책감과 비난을 평생 이고 살게 되는데 이는 자신의 선의와는 다르게 고난을 겪는다는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와 닮았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에게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나누어준 그 대가로 평생 돌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그가 인간에게 가져온 불은 추후에 철 생산과 무기 제조에 큰 역할을 하며 인간 역사를 바꾸는 큰 사건이 된다. 같은 선상에서 오펜하이머도 마찬가지이다. 불을 원자폭탄으로 보았을 때 그는 평생 과학과 물리의 세게에 천착하여 원자폭탄을 이론에서 현실로 끌어내고 원자폭탄은 결국 대전쟁을 끝내는 역할 이상의 문을 연다. 그는 그것이 정치적으로 이용되고 통제되지 않는 상황을 어디까지 예상했을까.


영화는 그가 필시 그의 창작물의 광막한 외연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을 거라고 제시한다. 영화 뒤편에 나오는 클립들은 트리니티 실험 성공 전에도 여러 번 짧게 등장하며 그가 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트리니티 후에도 오펜하이머는 자신을 바라보고 미국 국기를 휘날리며 박수를 치는 군중을 바라볼 때 트리니티 실험 당시 경험했던 원자폭탄 폭발을 또다시 경험하는 것으로 연출되었다.


사실 이보다 더 전, 그가 맨해튼 프로젝트(원자폭탄 제작)의 총괄로 임명되었을 때 아인슈타인과 나눈 대화에서 이미 그는 원자폭탄의 연쇄작용에 대해 암시한다:

Albert Einstein: When they've punished you enough, they'll serve you salmon and potato salad, make speeches, give you a medal, and pat you in the back telling all is forgiven. Just remember, it won't be for you. It would be for them.



실존 인물의 전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흥미롭게 만들 수 있다니 ,,,

3시간의 러닝타임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적절한 길이였다.

이 영화의 원작인 American Prometheus도 꼭 한번 읽고 싶다.


수학 시험 전날에 본 걸 후회(...)하지 않는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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