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유학생의 의미

by Sue

누군가는 조기유학, 즉. 대학교 전 유학이 전부 도피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화를 피하기 위해서 그 질문에 직접적으로 대답은 안 하겠으나, 단 하나 말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유학이 절대 꽃길은 아니라는 것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그대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교과서 대신 불친절한 전공 서적이 있고, 시험에 대비시켜 주는 그 어느 문제집은 일절 없고, 어느 나라의 어느 대학에 가는지 스스로 공부해서 지원시기 또는 방법은 알아서 놓치면 안 되고, 객관식은 커녕 답을 알아도 정해진 시간 안에 에세이와 그래프로 논리 정연하게 작성하지 않으면 점수는 주어지지 않고, 재수 따윈 없어 무조건 한 번에 가야 하는 빡센 2년 코스를 잘 따라올 자신이 있냐고. 아 물론 2년 동안 매주 운동, 창의 활동, 봉사 활동을 일정 시간 이상 병행해야 하고, 그 과정과 성찰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이외에도 할 건 훨씬 많다. 예를 들면, 각 과목당 하나의 소논문을 정해진 시간 내에 높은 수준으로 작성해 제출해야 하고(경제는 예외이다. 하나가 아닌 총 3개의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언어과목은 무려 15분 동안 원어민 선생님 앞에서 쉴 틈 없이 떠들고 질의응답 해야 한다. 많고 많은 특징들을 줄이고 줄여서 늘어놓아봤는데 이걸 하고 높은 점수를 받을 자신이 있다면 나는 유학을 선택하라고 하고 싶다. 이게 내가 한 유학생활이니까. 하지만 이걸 할 자신이 없다면 한국에서 대학을 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라고 말하고 싶다. 적어도 당신을 도와줄 문제집과 옆에는 같은 목표를 향해 달리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유학은 단순히 공부하는 장소를 해외로 옮기는 일이 아니다. 익숙했던 사회적 위치와 정체성을 내려놓고, 외국인 학생 또는 외국인 노동자로서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하며 살아가는 과정이다. 한국 안에서 당신이 영위하던 빛나는 특징들이 해외에선 전부 당신의 외면의 껍질 속으로 숨어 그 누구도 당신을 한국인, 또는 아시아 여자/남자로 구분해도 그런 시선을 감내하는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외국의 문화가 이해되지 않아도 그에 적응해 살아야 한다는 걸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만약 지금까지 유학생들이 모두 쉽게 성공의 지름길에 올라탔다고 생각했다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보길 바란다. 많은 경우 그들이 단단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유학이라는 환경이 그들을 사정없이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유학생활이라는 것은,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로는, 이런 것이다. 그 나라 사람들보다 배로 열심히 살아야 하고 나를 향한 익숙지 않은 시선들을 감내하는 것.


유학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어 어떻게 보면 유학생활에 겁을 주는 것처럼 썼지만, 나는 유학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유학이 나에게 준 건 너무나도 많고 그에 대해 너무 감사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이 책에서 차차 설명하겠다.


이 책을 유학을 오는 또는 이미 유학 중인 학생, 그리고 그중에서도 잘하고픈 열정이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유학생을 자녀로 둔 부모님께도 추천한다. 이 책 속에는 내가 유학생으로서 직접 부딪히며 얻은 방법들과 생각들을 정리한 기록이 가득하고, 이 기록이 꼭 어린 날의 나처럼 열정이 있지만 아직 잘 모르겠는 유학생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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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