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를 잘 정하는 건 생각보다 삶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건 단지 일의 처리 방식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지키고 싶은 나만의 질서를 만드는 방식이기도 하다.
1. 가치의 우선순위
며칠 전,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을 완주했다. 거대한 스케일과 묵직한 서사가 끝난 뒤,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이 남았다. “나는 내 삶에서 무엇을 가장 우선시하고 있을까?” 자유, 평등, 평화 같은 커다란 개념부터 가족의 건강, 업무적 성취, 경제적 안정 같은 개인적인 기준까지. 수많은 가치들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과연 나는 어떤 기준으로 움직일 수 있을까?
명확하게 답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떤 상황이 닥치면 지금과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여기는 가치가 있다면, 그건 세상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나침반이 되어줄 거라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가끔 내 삶의 우선순위를 점검하려 한다. 우선순위가 뚜렷하면, 선택이 쉽고 두렵지 않을 것 같아서.....
2. 순서를 잘 정해야 효율성이 올라간다.
어려운 일이 하나 주어졌을 때, 그걸 어떤 순서로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효율은 극명하게 갈린다. 순서를 고민하지 않고 무작정 손부터 움직이면, 돌고 돌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완성했다고 생각했던 결과물이 생각하지 못한 상황을 일으키는 경우도 존재했다.
나는 복잡한 개발 업무를 맡을 때 '액션 타임라인'을 그리는 습관이 있다. 하나의 기능 안에는 수많은 데이터 흐름과 처리 절차가 얽혀 있다. 순서대로 발생할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던 흐름이, 네트워크 통신이나 비동기 이벤트처럼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요소들에 의해 전혀 다르게 발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책을 읽고 좋아보여서, 조금씩 수행했던 습관인데, 지금은 가장 기본이 되는 루틴 중 하나가 됐다. 흐름을 파악하고 이를 기반으로 명확한 순서를 정의내릴 수 있다면, 생각하지 못했던 예외사항과 마주하는 순간은 적어진다.
일이 많을 때도, 올바른 순서 정의가 필요하다. 특히 시간은 한정돼 있고, 처리해야 할 업무가 쏟아지는 날엔 더욱 그렇다. 이럴 때 우리는 종종 아무 일이나 먼저 손대기 시작한다. 마치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느낌’ 자체가 나의 초조함을 덜어줄 수 있을 거라는 착각처럼 그런데 곧 깨닫게 된다. 사실은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따로 있었단 걸. 그렇게 일을 멈추고 다른 일을 시작하고, 또 다시 다른일로 전환하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되고 집중력이 무너진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컨텍스트 스위칭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리가 유튜브로 음악을 틀어놓고 게임을 하고 있을 때 컴퓨터가 그 두 일을 동시에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짧은 시간을 기준으로 음악 재생과, 게임 렌더링을 반복한다. 그런데 동시에 처리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지거나, 게임이 초고사양 게임으로 변하여 각 업무의 업무량이 커진다면, 지연상태 흔히 말하는 렉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체제는 보다 효율적인 자원관리를 위해 스케줄링을 내부에서 진행한다.
우리의 업무 집중력도 다르지 않다. 올바른 순서를 정하지 않으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일이 쏟아질수록 잠깐 멈추고 순서를 정하려 한다. 할 일이 많을수록,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
3. 일상 속의 우선순위
순서는 일상에도 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이 있는 사람은 혼란 속에서도 빠르게 중심을 잡는다. 물론, 모든 상황에 완벽하게 적용할 수는 없다. 사람 마음이라는 게 늘 계산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만의 ‘작은 룰’이 있으면 머뭇거리는 시간을 줄이고, 선택에 대한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나는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정글러’라는 포지션으로 가끔 게임한다. 이 포지션은 ‘동선의 순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무작정 돌아다니면 효율도 떨어지고, 팀원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나 자신의 성장도 챙기면서 각 라인에 있는 팀원들의 상황에 맞추어 지원도 가야한다. 상황에 따라 나의 성장을 할지, 탑, 미드, 바텀 세 라인 중 어느 라인에 지원을 가야할지 우선순위를 판단하는게 매우 중요하고 이는 팀의 승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게임에서도 순서가 중요한데, 하물며 현실에선 오죽할까. 작은 판단 하나에도 흐름이 있고, 그 흐름은 때로 결과 전체를 바꾼다.
카서스처럼
롤에는 카서스라는 챔피언이 있다. 정글로 자주 쓰이는 챔피언이다. 카서스는 후반으로 갈수록 강해지는 구조의 챔피언이다. 그만큼 초반에는 약한 편이고, 동선의 순서와 팀과의 연계가 무척 중요하다. 자신의 성장 기대값만을 높이기 위해 팀원들에 대한 지원을 등한시 하면, 상대 정글러와 라이너들이 우리 라이너들을 밀어붙이게 되고 우리 라이너들이 나를 지원해 줄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든다. 결국 상대 정글러는 내가 성장 중인 우리 정글에 공격적으로 침투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서스는 나의 성장만을 추구하지 않고, 팀원에 대한 케어도 상황에 맞추어 잘 판단해야한다.
아래 이미지는 제가 즐기는 몇 안되는 정글 챔피언 '카서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