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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살청춘 지혜 Jun 07. 2022

버그 마을 창조 페스티벌1

   창조성의 걸림돌, 명성, 경쟁심과 두려움의 해독제

  

미루는 것을 이젠 게으름이라고 부르지 말자.
그것은 두려움이다.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미완성에 대한 두려움, 
실패와 성공에 대한 두려움,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창조성 회복을 가로막는 것은 이러한 두려움이다.
'두려움의 치료제는 단 하나, 바로 사랑이다.’
 
-아티스트웨이 260p-     


6월의 파란 하늘 아래 초록 녹음이 우거진 숲속이 이른 아침부터 왁자지껄해요. 오늘은 여러 곤충이 모여 사는 버그 마을에 특별한 축제가 열리는 날이랍니다. 꽃 사이로 ’윙윙‘ 벌과 팔랑팔랑‘ 나비와 행글라이더 잠자리가 날개 활짝 펴며 날아와요. 여치, 메뚜기, 매미는 나뭇잎과 풀잎을 폴짝폴짝 점프하며 ‘찌르르 찌르르’ ‘맴~맴’ 합창을 해요. 땅에서는 줄을 맞춘 개미와 엉금엉금 사슴벌레, 쇠똥구리도 마다 길거리 퍼레이드를 펼치며 춤을 춥니다.    

  

버그 마을 촌장 거미 할머니도 튼튼한 거미줄 그네를 만들어 애벌레들을 직접 태워주는, 다소 위험해 보이지만 오늘만큼은 각자가 창조해낸 것들을 공유하며 맘 놓고 신나게 즐기는 버그 마을 창조 페스티벌!     


저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함께 나누어요. 쇠똥구리는 맛있게 빚은 똥 떡을, 벌과 나비는 달콤한 꿀물을, 메뚜기와 여치는 신선한 이슬 주를 준비했군요! 이 페스티벌에서는 그해 추운 겨울 월동 준비를 위한 각종 정보와 각자가 만든 신기술을 소개하고 교류해요. 그래서 버그 마을의 주민들이 일 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축제이지요.      


‘날씬해 나비 부인’은 번데기를 지을 때 어떻게 실을 감아야 자신처럼 가녀린 몸매를 만들 수 있는지 이야기해요. ‘안아파 꿀벌 아저씨’는 로열젤리로 겨울 동안 10년 젊어지는 회춘 비법을, ‘저가유~ 굼벵이’는 불면증이 있어 자꾸 겨울잠을 자다 깨는 버그들을 위해 나무나 땅에서 편안하게 숙면하는 굼벵이 특허기술을 선보였어요. 곤충들만이 가진 재미있는 창조를 듣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부족할 지경이네요.       


이 모든 창조 속에서도 버그 페스티벌의 꽃은 뭐니 뭐니해도 월동 집짓기 대회 결승전이죠. 대회 우승자에게는 삼 년 치 양식과 버그 마을 차기 촌장의 영예가 주어져요. 특히나 작년 겨울에 급작스러운 한파로 많은 버그 마을 주민이 얼어 죽거나 굶어 죽었어요. 그래서 이번 페스티벌에 새롭게 선보일 월동 집짓기 신기술에 기대가 무척 크답니다. 심지어 먼 이웃 숲속 마을 버그들까지 와글와글 구경을 왔네요.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잘 들리시나요, 여러분?" 

이때 검은 점박이 빨간 무당벌레 사회자와 진드기 해설가가 마이크를 들었어요."네~" 대답하며 모든 버그들이 무대를 향했어요. 


“친애하는 신사 숙녀 버그님! 버그 창조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월동 집짓기 결승전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치열한 예선을 거쳐 페스티벌 결승에 오른 두 팀을 소개합니다. ‘업글 개미팀’과 ‘욜로 베짱이 팀‘!” 무당벌레 진행자의 한마디에 운동회 줄다리기나 이어달리기 결승전보다 더 큰 대동단결 환호성이 울려 퍼집니다. “업글! 업글!” “욜로! 욜로!” 응원의 함성에 놀란 하루살이 떼들이 휘리릭 하늘로 하얀 안개꽃처럼 흩어지며 참가 팀원들이 한 마리씩 무대로 올라옵니다.


“일만해 개미 팀장과 다잘해 개미, 나중에 개미의 업글 팀!” 무당벌레 진행자의 말에 이어 진드기가 해설을 덧붙였어요.

“이 팀은 말이죠, 자신들의 근면, 성실, 꼼꼼함을 무기로 한겨울에도 따뜻하고 튼튼한 집을 지어 보이겠다고 합니다.” 

    

“막놀아 베짱이 팀장과 충분해 베짱이, 그냥해 베짱이의 욜로 팀!” 우렁찬 무당벌레의 소개에, 궁짝이 딱딱 맞는 진드기의 해설이 구성지게 이어집니다.

“욜로 팀은 말이죠, 속전속결이 강점인데요, 겨울에도 음식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집을 구상하고 있다는데, 이거이거 가능하면 대박인데 말이죠? 내일 아침까지 두 팀이 어떤 신기술로 어떻게 새롭게 집을 지어낼지 기대됩니다.”     

 

“자~ 이제 월동 집짓기 공간 보여주세요.” 무당벌레와 진드기가 함께 외치자, 무대 뒤를 가리고 있던 커튼이 양옆으로 촤라락하고 열렸어요.    

 

넓은 산비탈을 깎아 만든 무대 뒷면은 양쪽으로 땅속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삼면이 유리로 씌워져 있어요. 그래서 무대 밖에서도 땅속 내부가 어떻게 만들어져 가는지 훤히 볼 수 있어요. 마치 개미 키우기 유리 상자처럼 말이죠. 참가자들은 집을 짓기 위해 무대에서 직접 연결된 긴 계단을 통해 유리로 마감된 언덕 위로 올라갔어요. 드디어 긴 경적이 울리자, 버그 주민들의 환호성과 함께 버그 페스티벌 월동 집짓기 결승전이 시작되었어요.    

 

개미 팀은 도착하자마자 일만해 팀장의 구령이 맞추어 바로 흙을 고르고 나르기 시작해요. 엉치기 영차~ 아침에 눈 떠 잘 때까지 늘 하던 일이라, 일만해, 다잘해, 나중에 개미의 호흡은 척척이네요. 파고, 물고, 나르고, 파고, 물고, 나르고.... 


반면 베짱이 팀은 가자마자 나무 그늘에 자리를 펴고 앉아요. 그리곤 메뚜기가 만들었다는 달달한 이슬 주를 먼저 시원하게 한 잔씩 걸칩니다. 충분해 베짱이가 나무 밑둥지를 둘러보며 “이 정도 나무면 충분하죠?” 막놀아 팀장과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아요. 그들만의 특별한 전략이 있는 걸까요? 그냥해 베짱이는 연둣빛 날개를 파르르 펼치며 무대 아래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추는 꿀벌 아가씨들에게 윙크를 보내요.    

 

베짱이들의 이런 모습을 멀리서 얼핏 보며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군! 쯧쯧쯧!" 개미 팀은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어요. 그리곤 안심하며 하던 일을 계속해요. 땅을 파고, 흙을 물고 나르고...     


’업글 개미 팀‘과 ’욜로 베짱이 팀‘, 그들은 어떤 집을 지어낼까요? 과연 그들이 창조한 기술이 올겨울 버그 마을 주민들에게 희망이 되어줄까요?     



베짱이를 질투하는 개미과인 나. 

저의 창조성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인정의 욕구, 일중독, 게으름안에 숨겨진 두려움)과 그 해독제를 생각해보고 부담 없이 적절한 해결점을 찾아보려 동화적 소설 형식을 빌어 의인화해봅니다.

백살청춘 지혜 개미의 질투는 어떻게 승화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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