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세포검사 결과를 받다
많이 불안하시면 오늘 받으셔도 돼요
잠시 고민을 했다. 혹시나 벌써 세포 변형이 진행되었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에 세포 검사를 받았다.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는 검진 치마도 지퍼백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담겨 있어 기분 좋게 검진을 받을 수 있었다.
치마로 갈아입고 나왔더니 간호조무사 선생님께서 검진 의자로 친절하게 안내해 주셨다. 이내 긴장되는 마음을 꾹 누르며 검진 의자에 앉았다. 아래에서는 뭘 하는지 보이지 않게 가림막으로 가려주셨다.
“정확하게 검사 들어갈 수 있도록 할게요. 액상세포검사는 브러시가 커서 불편하실 수 있어요. 오늘 검사해서 출혈이 조금 있을 수 있으니 놀라지 마세요. 질 안쪽 소독 해드려서 노란 기름처럼 나올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간호조무사 선생님께서 의자를 내려주셨고 치마를 갈아입고 진료실로 나왔다.
“결과는 목, 금, 토 중으로 결과 나왔다는 문자가 갈 거예요. 세포 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음성이나 반응성세포변화라고 문자로 알려드리고, 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내원하라는 문자 보내드릴 거예요.”
불안했지만 이미 검사는 받았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세포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낮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산부인과에서 온 대망의 세포검사 결과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 곧바로 4시 예약을 하고 정신없이 달려갔다. 내가 받은 메시지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진료 시간 확인 후 내원해 주세요
정말 눈앞이 깜깜했다. ASCUS (비정형세포) 소견인가? 아니면 Cin1? 정말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며 병원을 향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02로 시작하는 전화가 걸려왔지만, 바로 이전에 선거 전화가 걸려왔기에 또 이런 전화구나 하고 거절했다. 빠른 걸음으로 걷다 보니 3시 40분쯤 병원에 도착했다. 대기실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앉아있었는데 곧바로 진료실에 들어가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아, 예약되어 있는 거 보고 제가 놀라서 연락드렸는데 전화가 꺼져 있으시더라고요. “
“저는 요즘 선거철이라 그런 전화가 많이 오길래 선거 전화인 줄 알았어요.”
“일단 여기 결과지 보시면 세포 이상은 없으시고요. Negative라고 되어 있는 건 정상 범위라는 뜻이고 아래에 보면 반응성세포변화 라고 해서 염증소견이에요 “
정상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꾹 누르고 있던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티슈를 몇 장 뽑아서 나에게 건네주셨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제가 진짜 몸 관리 열심히 했거든요. 영양제도 매일 챙겨 먹고 운동도 많이 하고 잠도 잘 잤어요. 선생님 제가 16번에 감염되기 이전에 가다실 9가를 맞아서 세포 변형 없이 지금 염증 소견에 그친 거 일수도 있나요?”
“네 맞아요. 바이러스 검사랑 세포검사는 많이 불안하면 3개월 뒤에 해봐도 되는데 그 기간도 사실 많이 짧아서 6개월 뒤인 10월쯤 와서 다시 해보면 될 것 같고 오늘 진료비는 따로 안 받는 걸로 이야기해 놓을게요. 그동안은 잊고 다른 공부나 일에 집중하세요.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네. 감사합니다.”
진료실을 나와 데스크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눈 뒤 병원을 나왔다. 받은 결과지를 보는데 내 몸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세포 변형 없이 염증 소견 정도로 나와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은 6개월 동안 해야 할 숙제가 생겼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잘 자고 푹 쉬고 행복해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