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그 무게에 대한 단상

by 류하해

2021. 12. 22. 13:42

10년 동안의 만남 흔적 명함들


명함

이름과 직함이 적혀있는 종이

내가 어디에 있는 무슨 회사에 어떤 역할의 누구이다라고 소개하는

만날 때 사람들이 서로 교환하는 이름 카드


"너의 이름을 부르기 전 너는 하나에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넌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김춘수의 꽃 중에서


........


이름을 갖는다는 것은 존재의 시작이다. 처음 태어나서 갖게 되는 것 그리고 평생을 같이 하는 것. 존재의 시작점 이름

그래서 그런지 이름에는 보이지 않는 무게감이 있다. 하지만 우린 가끔 그 무게감을 모르고 산다.


명함 정리를 미루다 이렇게 다시 꺼내 놓았다. 이제 이 이름들을 놓아주려 했다. 어쩜 내 흔적들을 지우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도 그들도 서로 잊혔으니.....

10년 넘게 회사 관련 보고서를 쓰는 일로 여러 회사를 방문했었다.

세어보지 않았지만 족히 1300장은 되어 보인다.


같은 회사를 여러 번 간 적도 있다.

처음 대표님과 면담을 했었으나 나중에 방문했을 땐 대표님은 돌아가셨다고 이야기를 들었던 회사도

A사에서 만났던 재무 담당자를 B사 관계자 미팅에서 만나는 경우도 있었다.

또한 회사가 잘 나가다가 졸지에 부도가나 산산조각 난 회사, 방문했던 회사 주가가 3년 사이에 몇 십배 뛰는 것도 보았다.


회사(법인)도 인간도 생과 사 길흉화복을 알 수 없으며 어떤 사람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

단 만나게 될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다 만난다는 것. 그것 만은 확실한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나에겐 필요 없는 종이이라 그냥 버리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름이 적혀 있어서 함부로 하면 안 될 듯싶다. 어떻게 하지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본 처는 현명하게도 시골 내려갈 때 가져가서 깨끗하게 태우면 된다고 이야기해 줬다.


"그래. 완전히 소멸시키면 된다.


처음이 없었던 것처럼.. 만나지 않았을 때처럼"


그런데 그냥 아무 말 없이 그냥 태우면 안 될 듯싶다.


"만났던 분들 중에 고인이 되신 분이 계시면 삼가 명복을 빕니다".


"지금도 이 세상 속에 계신 분들은 모두 잘 지내시고 행복하세요"


이 자리 이 시간을 통해 또 마음의 짐,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름의 그 무게감을 덜어본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원래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행복을 알기 위해서.. 그래서

불행과 어려움을 먼저 겪으면서 알아가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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