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한하다
어학연수를 가는 꿈을 꾸었다
프랑스 파리
파리역에 도착을 했는데 가지고 있던 짐의 태그를 하나 둘 기게에 찍는다.
큰 가방 하나 우산 두 개 그중 하나의 우산 태그가 망가져 기계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다.
난 태그가 찍혔던 우산을 가리키며 같은 우산으로 해달라고 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이민국 직원은 골똘히 생각하더니 찍히지 않는 우산에 새로운 태그를 붙이며
너 파리에다 버리면 벌금이니 돌아갈 때 가져가라고 한다 우산 손잡이에 빨간색 태그가 붙어있고 우산을 반으로 꺾었다.
왜 이런 꿈을 꾸었지?
하긴 일본 어학연수를 다시 가는 꿈을 꾸기도 했으니..
미련일까?
이번 1년 연수는 내 인생의 마지막 어학연수이기에 그 기간으로 빠짐없이 일기를 써보겠다고 마음으로 다짐을 한다.
숙소는 도미토리 2인 1실
내 숙소 한편엔 전에 여기서 살았던 사람들의 짐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내가 아는 눈치다.
어느 형님의 성경책들을... 유리가 받침인 장식장에 수북이 겹겹이 쌓여 있다.
유리가 깨지는 거 아니야?
나는 가지고 왔던 옷들을 정리를 한다 그러다
있던 라디오를 건드렸는데 부서졌다 소리는 나는데 부품들이 떨어져 나간다
고치려고 계속하다가 안돼 다시 고대로 쌓아놓는다
그 망가닌 라디오를 누군가 대신 다시 만져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네가 그랬잖아
만진 사람에게 전가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나란 인생이 사람으로 살아가는 마지막이라면
한국인으로서 살아가는 마지막이라면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할까?
답이 없는 것 같은 것을 찾아서 계속하는 게 맞을까?
답이 없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도미토리에 있는 한국인들이 하나 둘 들어오고 입구의 방에 있는 나에게 인사를 건넨다.
우리는 말의 장벽 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알고 듣는다.
내 나이 50이 넘었다
여기가 마지막 어학연수 해외여행이다
난 영국에서도 있었다 일본에서도 있었다
자랑질을 한다.
시간이 나면 학원에 다닐 거라고 으스대고 있다.
듣기는 어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네가 간절히 듣기 원하면 누군가 너의 마음속에서 알려준다고
단 계속 간절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유지하지 못하면 커다란 슬럼프를 탄다고..
어학은 그런 것 같다고 긴 썰을 푼다
가장 빠른 길은?
가장 빠르게 가는 길은?
목적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가는 길을 잘 알아야 한다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왜 가는가?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강변북로 팔팔도로 어디로 가?
난 강변북로로 다니는 것이 익숙하다
길을 자세히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잠실 운동장으로 빠지려면 난 강변 터미널 앞 쪽에서 차선을 바꿔야 한다.
80킬로 단속 구간은 두 곳
속도가 빠르면 여기서 사진이 찍힌다.
가끔 경찰차가 나와 있기도 한다.
비주기적으로 카메라가 있다가 없다가 하는 곳도 있다.
신호와 과속을 생각하며 가야 할 곳들이 몇 군데 있다
신호가 긴 경우 돌아갈 길을 따로 알아 두어야 한다.
이제 잘 가면 된다.
진짜 빠른 길을 진짜 빠르게 가는 방법은
아는 길을 여유 있게 이미 거기 가 있으면 된다
아빠 언제 주실 건데요..
새 장난감...
아들
먼저 네 방이나 정리하고 말해라
버리지도 못하면서 뭘 더 달라고 하니
받으려면 네가 가지고 있는 쓸데없는
잡동사니를 먼저 버려
꽉 차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는 공간에
난 또 새것을 달라고 칭얼댄다
넣을 곳도 받아 둘 곳도 없다
어떻게 받으려고....
줄려고 하는데 받지 못하는 이유
버리지 못해서
그 하얀 코끼리
뚜렷한 기억이 점점 사라진다
잊히는 기억들
희미한 기록으로 남긴다
기록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난 여기서 살았고 생각했고
살다가 사라진다.
내 생각들도 마찬가지겠지
내 꿈들도 그러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