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한 짧은 수필
땡감 같은 시 홍시로 드시면 더 맛있었을 텐데
by
류하해
Oct 6. 2023
시를 쓴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인가 싶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고등학교 1학년
우린 젊었고 아무것도 몰랐고
문학의 밤이 있는 세심제 기간이 있던
시화전을 준비했고 연극을 올렸었지
난 시보단 연극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고
1학년 책수레 난 광염 소나타의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늙은 작가가 되었지
고등학교 2학년
후배들이 들어왔고 시와 연극엔 관심도 사라졌지만
문학의 밤이 있고 세심제가 있었던
후배들에게 시 쓰라고 연극을 하라고 강요했던
2학년 책수레 난 못난 써글장이 되었지
고등학교 3학년
후배들이 또 들어왔고
학력고사가 우릴 기다렸고
문학의 밤이 세심제가 열렸고(아마 지금은 사라졌으리라..)
세심정 위
언덕
에서 사진도(효범이 얼굴도 가리고) 찍고
3학년 난 무얼 해야 할지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무얼 써야 할지도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가 되었지
하지만 1학년 보다 2학년 보다 늙었고 조금은
사회에 대해서 알 것 같은 조금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시 쓰는 난
아무것도 모르는 커다란 비수를 어린아이가 들고 있는 모습이라
그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엇을 밸 수나 있었을까
아무도 안 다쳤으니 다행이었다
그렇게 시 쓰기는 잊혀졌다
언젠가 다시 쓸 수 있겠지라는 의구심도 들지 않았다
사회에 나와선
여러 발자국으로 정신없다가 천직이다라고 생각한
생각 없는 보고서를 한 10여 년 쓰던 어느 날
문득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이직을 한 다음
실패해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갈등하고 살기 싫고
죽기는 더 싫고 그렇게 살고 있을 때
그 어느 날 이후
눈에 무엇인가 껍질이 벗겨진 날
눈물이 하염없어 끊이지 않았던 날
내 옷이 더 이상 검다 못해 찢어져
벌거숭이가 된 그 어느 날
그 후
내게 새 옷이 생긴 날
시는 내게 불현듯 다시 찾아왔다
그 뒤에도 많은 아픔과 슬픔이 나를 찌르고 나를 누루고 나를
짓밟았지, 그러기를 수일 아픔들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너를 잊은 날 보다는 아프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것을 알라
감사하라 라는 소리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난 머리를 흔든다
아니야
시는 이렇게 슬픈 것이 아니야
시를 마음속에 꾹 눌러 담는다
나오지 마 나오지 마 나오지 마
아프기 싫어
싫어
싫다고
다른 시인들의 시들이 들려온다
입으로 전에 아무 생각 없이 읽었던 시 구절이 나오기 시작한다
내 마음의 시를 달래기 위해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읽는다
읽고 읽고
그 시인의 마음에 나를 녹인다
아 가을
그렇다
가을에 시가 왔었다
난 다시 조용히 묻어 두었던 시를 꺼내 놓는다
미안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그리고 고마워 오랫동안 날 기다려줘서
난 시에게 가끔 편지를 쓴다
시야 잘 지내? 보고 싶다 가끔 얼굴 보여줘라
시를 기다리며.
요 몇 날 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직도 시는 나에게 말을 건다 다행이다
아픔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축복이자 저주 같다. 마음도 잡을 수 없고 동요와 감정 기복이 심해져 나도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런 시를 나는 조금이나마 잘,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희망사항이지만..
아픔이 겉히면 다시 희망이 살아나니까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엔 덜 걸려 몸 고생 덜 하니까
처음 시를 읽는 당신에게 바라는 점을 시작해서 시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시를 잊은 우리에게 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중간중간 시를 가장한
넋두리들.. 너무 길어진 것 같다
그럼 마지막 시 두 편으로 나의 시에 대한 짧은 에세이를 마치려 한다.
선물세트를 까먹은 후
선물세트를 받고
조금씩 까서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맛은 없어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좋다
달고 쓰고 씁쓰름하고
...........
많은 껍질이 쌓이고
빈 상자 덩그러니 던져져 있다
거기 껍질들과 빈 상자가
있었다는 것을 까먹고 있다
어
이게 뭐지
껍질과 빈 상자를 뚫고
무엇인가 쏘옥 위로 올라와 있다
희망이었다
희망은 원래 선물세트엔 없는 것
나중에 찾아오는 것
나중에 피어나는 것
나중 핀 것을
나중에 가꾸는 것
희망 잘 가꿔봐야지
희망을 찾아 멀리 떠난
아이들을 불러봐야겠다
치르치르 미치르 돌아와
여기 희망 있다
시
한 점이라도
한 단어라도
좋다
욕이라도 저주라도
새로운 느낌과 오래된 감정이라도
복잡해도 안 써져도
좋다
한 점 한 단어에서
시작되는 나의 마음
마음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나를 낳고
또 다른 내가 되어
또 다른 나를 본다
한 점이라도
한 단어라도
쓰자
그걸로 좋다
신에게 보내는 너의 마음
너의 지금
너의 노래
너 살아있음
계속
계속 쓰자
신은 살아계시니까
우리 사는 한
신은 사랑하시니까
시를
그리고
당신을
일이 없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 한편으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일을 찾아서 먼데로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브런치스토리 자주 못 찾아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여물지 못한 땡감 같은 글 읽어 주셔서..
그리고 기도해 주세요 땡감 잘 여물어 달콤한 홍시 되도록..
추신
계속 쓰시길..
저주라도 하시길 신은 저주도 선으로 바꾸시는
욕도 용서로 바꾸시는 분이라..
성경에 나온
시편의 70%(80%?)는 저주라고 합니다
저주의 시도 기도가 된다고 하셨으니....
계속 쓰시길 그리고 꼭 적어두시길.. 잊으면 잃습니다.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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