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대한 짧은 수필

땡감 같은 시 홍시로 드시면 더 맛있었을 텐데

by 류하해

시를 쓴 건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인가 싶다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고등학교 1학년

우린 젊었고 아무것도 몰랐고

문학의 밤이 있는 세심제 기간이 있던

시화전을 준비했고 연극을 올렸었지

난 시보단 연극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고

1학년 책수레 난 광염 소나타의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늙은 작가가 되었지


고등학교 2학년

후배들이 들어왔고 시와 연극엔 관심도 사라졌지만

문학의 밤이 있고 세심제가 있었던

후배들에게 시 쓰라고 연극을 하라고 강요했던

2학년 책수레 난 못난 써글장이 되었지


고등학교 3학년

후배들이 또 들어왔고

학력고사가 우릴 기다렸고

문학의 밤이 세심제가 열렸고(아마 지금은 사라졌으리라..)

세심정 위 언덕에서 사진도(효범이 얼굴도 가리고) 찍고

3학년 난 무얼 해야 할지도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무얼 써야 할지도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가 되었지

하지만 1학년 보다 2학년 보다 늙었고 조금은 사회에 대해서 알 것 같은 조금은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시 쓰는 난

아무것도 모르는 커다란 비수를 어린아이가 들고 있는 모습이라

그래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무엇을 밸 수나 있었을까

아무도 안 다쳤으니 다행이었다

그렇게 시 쓰기는 잊혀졌다

언젠가 다시 쓸 수 있겠지라는 의구심도 들지 않았다


사회에 나와선 여러 발자국으로 정신없다가 천직이다라고 생각한 생각 없는 보고서를 한 10여 년 쓰던 어느 날

문득 다른 일을 해보고 싶어 이직을 한 다음

실패해서 방황하고 고민하고 갈등하고 살기 싫고

죽기는 더 싫고 그렇게 살고 있을 때


그 어느 날 이후

눈에 무엇인가 껍질이 벗겨진 날

눈물이 하염없어 끊이지 않았던 날

내 옷이 더 이상 검다 못해 찢어져

벌거숭이가 된 그 어느 날 그 후

내게 새 옷이 생긴 날


시는 내게 불현듯 다시 찾아왔다


그 뒤에도 많은 아픔과 슬픔이 나를 찌르고 나를 누루고 나를 짓밟았지, 그러기를 수일 아픔들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너를 잊은 날 보다는 아프지 않았다


살아있다는 것을 알라

감사하라 라는 소리 같기도 했다

하지만 난 머리를 흔든다

아니야

시는 이렇게 슬픈 것이 아니야


시를 마음속에 꾹 눌러 담는다

나오지 마 나오지 마 나오지 마

아프기 싫어

싫어

싫다고


다른 시인들의 시들이 들려온다

입으로 전에 아무 생각 없이 읽었던 시 구절이 나오기 시작한다

내 마음의 시를 달래기 위해 다른 시인들의 시를 읽는다

읽고 읽고 그 시인의 마음에 나를 녹인다


아 가을

그렇다

가을에 시가 왔었다


난 다시 조용히 묻어 두었던 시를 꺼내 놓는다

미안해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그리고 고마워 오랫동안 날 기다려줘서


난 시에게 가끔 편지를 쓴다

시야 잘 지내? 보고 싶다 가끔 얼굴 보여줘라

시를 기다리며.


요 몇 날 시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직도 시는 나에게 말을 건다 다행이다

아픔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축복이자 저주 같다. 마음도 잡을 수 없고 동요와 감정 기복이 심해져 나도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런 시를 나는 조금이나마 잘,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희망사항이지만..

아픔이 겉히면 다시 희망이 살아나니까

예방주사를 맞으면 감기엔 덜 걸려 몸 고생 덜 하니까


처음 시를 읽는 당신에게 바라는 점을 시작해서 시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시를 잊은 우리에게 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중간중간 시를 가장한 넋두리들.. 너무 길어진 것 같다

그럼 마지막 시 두 편으로 나의 시에 대한 짧은 에세이를 마치려 한다.


선물세트를 까먹은 후


선물세트를 받고

조금씩 까서 먹는다

내가 좋아하는 맛은 없어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좋다


달고 쓰고 씁쓰름하고

...........

많은 껍질이 쌓이고

빈 상자 덩그러니 던져져 있다


거기 껍질들과 빈 상자가

있었다는 것을 까먹고 있다


이게 뭐지

껍질과 빈 상자를 뚫고

무엇인가 쏘옥 위로 올라와 있다


희망이었다


희망은 원래 선물세트엔 없는 것

나중에 찾아오는 것

나중에 피어나는 것

나중 핀 것을

나중에 가꾸는 것


희망 잘 가꿔봐야지


희망을 찾아 멀리 떠난

아이들을 불러봐야겠다

치르치르 미치르 돌아와

여기 희망 있다




한 점이라도

한 단어라도

좋다


욕이라도 저주라도

새로운 느낌과 오래된 감정이라도

복잡해도 안 써져도

좋다


한 점 한 단어에서

시작되는 나의 마음

마음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어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나를 낳고

또 다른 내가 되어

또 다른 나를 본다


한 점이라도

한 단어라도

쓰자

그걸로 좋다


신에게 보내는 너의 마음

너의 지금

너의 노래

너 살아있음

계속

계속 쓰자


신은 살아계시니까

우리 사는 한


신은 사랑하시니까


시를

그리고

당신을


일이 없어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 한편으로 감사합니다..

그런데 일을 찾아서 먼데로 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브런치스토리 자주 못 찾아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빨리 찾아올 수 있도록 기도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여물지 못한 땡감 같은 글 읽어 주셔서..

그리고 기도해 주세요 땡감 잘 여물어 달콤한 홍시 되도록..


추신

계속 쓰시길..

저주라도 하시길 신은 저주도 선으로 바꾸시는

욕도 용서로 바꾸시는 분이라..

성경에 나온 시편의 70%(80%?)는 저주라고 합니다

저주의 시도 기도가 된다고 하셨으니....

계속 쓰시길 그리고 꼭 적어두시길.. 잊으면 잃습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