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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희 Mar 26. 2022

<Part 2> 02.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Today's recipe. 갈비 덮밥 & 카프레제 갈비 샐러드.

 결혼을 하아이가 생기면서 나는 오롯이 나일 수 없었다. 자고 싶을 때 잘 수 없었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없었다. 엉덩이 붙이고 밥 한번 먹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가 웃어주면 먹지 못해도 배고픈지 몰랐고, 수고한다는 말 한 마디면 자지 못해도 피곤한지 몰랐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아이들이 먹다 남긴 음식을 싱크대 앞에 서서 급하게 먹다가 문득 깨달았다. 나조차 나를 사랑해주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결혼 전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밥을 먹으며 곱게 살던 시절에는 매번 같은 이유로 목소리를 높이는 아빠와 엄마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빠는 엄마가 구워주는 고기를 실컷 먹고 나서는 자기 배가 다 차면 이제 그만 구우라며 엄마에게 윽박을 질러댔다. 그러면 엄마는 서럽다는 듯 나도 좀 먹자며 같이 목소리를 높였. 뭘 몰랐던 그때에는 그저 또 싸운다고 생각했었다. 매번 똑같은 상황을 반복하면서 같은 이유로 싸우는 게 참 신기했다.


엄마는 정말 존경스러울 정도로 책임감도 인내심도 강했다. 나는 그런 엄마를 존경하고 사랑했지만 엄마처럼 살고 싶진 않았다. 아빠의 사업실패로 대신 가장의 역할을 하면서도 알코올 중독자 삼촌의 뒷바라지를 했고 이모가 돈이 필요하다고 하면 빚까지 내가면서 가져다주곤 했다. 술만 마시면 살림을 때리고 부수며 엄마의 머리를 잡고 흔드는 아빠의 곁을 떠나지 않고 아직도 같이 살고 있다. 나였다면 진작에 자식들을 데리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을 갔을 텐데 말이다. 그만큼 엄마는 책임감이 강하고 인내심이 좋은 사람이지만 자신을 사랑할 줄 몰랐기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물론 그 모진 고난과 역경의 시간들을 견뎌내서인지 오빠와 나는 삐뚤어지지 않았고 아니 오히려 일찍 철이 든 편이었지만 그뿐이었다. 엄마의 인생에서 엄마는 없었다.


나는 엄마이기 이전에 나이고 싶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아이들도 온전한 나로서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그 누구보다 나를 더 사랑하면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를 위해 요리를 한다.


엄마는 국수 같은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셨지만 밥을 좋아하시는 아빠와 고기를 좋아하는 자식들을 위해 매 끼 밥을 하고 고기반찬을 하셨다. 정작 자기가 좋아하는 음식은 누가 먹자고 하지 않으면  먹지 않았다.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던 나도 엄마가 되고 나니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이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자고 당당히 말할 것이다.


Today's recipe.

<갈비 덮밥&카프레제 갈비 샐러드>

1. 갈비 1kg은 설탕 1큰술을 넣은 물에 1시간 정도 담가  핏물을 뺀 뒤 흐르는 물에 씻어 체에 밭쳐 물기를 빼준다.

2. 양파 1/4개, 배 1/4개, 키위 1/4개를 믹서기로 곱게 갈아주고 갈아둔 양파, 배, 키위에 종이컵 기준으로 물 1컵, 간장 1/2 컵, 맛술 1/2컵, 다진 양파 2큰술, 다진 파 2큰술, 매실청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참기름 1큰술, 식초 1/2큰술, 후추를 살짝 넣어 양념장을 만들고 취향에 맞게 설탕 또는 물엿을 추가한다.

3. 물기를 뺀 갈비에 양념장을 붓고 냉장고에서 하루정도 숙성한 다음 달군 팬에 갈비를 올리고 중불에서 굽다 핏물이 올라오면 뒤집어 중 약불에서 간이 잘 배도록 앞 뒤로 노릇하게 구워준다.

4. 넓고 오목한 그릇에 밥과 갈비를 담고 취향에 따라 채 썬 양파와 쪽파를 함께 넣은 뒤 계란 프라이를 얹고 간장과 마요네즈, 참기름, 통깨를 입맛에 맞게 넣고 비벼 갈비 덮밥을 만들고 넓은 접시에 샐러드 야채를 담고 방울토마토와 치즈를 넣은 뒤 한 입 크기로 자른 갈비를 올리고 오리엔탈 소스 또는 발사믹 소스를 뿌려 카프레제 갈비 러드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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