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포 있습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봤다.
유해진, 박지훈, 전미도 등이
주연배우로 나오는 사극이다.
영화 보기 하루 전은
캘린더에도 표시해 놨을 정도로
화가 많이 나는 날이었다.
무엇에 화가 났었냐 묻는다면
작게는 사람, 인간이라는 존재부터
크게는 내 인생에
우연히 2년 전 일기를 보게 되었는데
악 쓰며 버티는 현재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어서
귀에 심장소리가 들릴정도로
감정이 통제되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과거에 경험했었기에
그날만은 아무도 건드리지 말고 제발 무난하게 지나가길 바라며 일을 했었다.
출근하자마자 바쁜 주방에서
자긴 퇴근한다며 내 등을 툭 치는 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왔다.
"왜 건드리고 지랄이야."
아마 현장은 너무 시끄럽고 바빠서 못 들었겠지만
그 한마디를 뱉음으로써
심장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밥을 먹고 돌아온 저녁타임엔
그날 흐름이 내 눈치를 보는 듯
밥때 같지 않게 주문이 더디게 들어왔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출근하는 셰프들과 같이
유난히 조용한 시간이 흘러갔다.
평소 친한 면판 셰프가 할 걸 가지고
안쪽으로 들어와
"예영이 일로 와봐, 이거 같이 하자."
여유로운 분위기에 셰프들이 다 모였고
시답지 않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와중 각자 하는 방법이 달라 말이 나왔다.
"이거 물로 하는 거 아니에요?"
"손으로 이렇게 까면 되잖아."
"물로 하면 빠르잖아요."
나는 경력이 최소 몇 년이 된 셰프들 앞에서
배웠던 방법을 말로 꺼냈고
"이제 말대답도 하네~"
"아니에요! 주임님한테 배운 거예요~"
"너 한승이었으면 이미 욕 날라갔어~"
...
퇴근 이후 그날은
내 현실과 괴리감이 너무 커서 감정을 정리하는 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주문이 잘못 나와
치킨 또띠아를 입 한가득 먹는 날 보고
차장님은
원래 그렇게 먹는 걸 좋아했냐며
분위기나 사람에 맞추지 않고
"근데 이거 하나 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이 한마디엔 건장한 셰프들이
내 옆을 다 비켜주었고
집 냉장고에서 과일을 꺼내먹을 때
그 과일이 얼만지 아냐며
요새 물가가 이렇다며
먹고 싶은 걸 얘기하면
네가 사 오라며
뻔뻔한 표정과 현실은 전혀 매치되지 않았다.
이런 혼란 속에서 내 감정을 되찾고 싶을 때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공감을 받아서 배출시키기에
요새 인기가 많은 단종 이야기,
왕과 사는 남자를 보러 갔다.
너무 악쓰면서 울어서 배우들의 얼굴을 많이 놓쳤다는 것도 아쉬웠고
귀가 후
어디서 그렇게 슬펐나 되짚어보니
단종이 엄흥도에게 화를 내며
모든 죄를 자기 쪽으로 뒤집어 씌우는 장면에서
옷과 살을 같이 쥐어잡으며
화면은 울렁여 턱에서 계속 물이 떨어졌다.
다른 것이 아니라
단종이 그 시간을 지나오고
자기 혼자 견디려는 게
그리고 그 방식이 화로 나옴은
상대방이 들어올 틈도 없이 완벽하게 모든 죄를 가지고 가는 그 태도가
한참이 아프게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