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 보석 하나가 판을 뒤집는다

사소한 증거까지 모두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

by 지세훈 변호사

매치-3 게임을 할 때마다 느낀다. 대부분의 시선은 중앙에 쏠린다. 반짝이고 눈에 잘 띄는 곳, 한 칸만 움직이면 곧바로 터질 것 같은 위치에 집중한다. 그러나 실제로 판을 뒤집는 것은 중앙에 있는 화려한 보석이 아니라,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구석에 놓인 작은 조각이다. 모서리에 홀로 남아 있던 보석 하나가 예상치 못한 줄을 완성하고, 그 줄이 연쇄를 만들어 판 전체를 흔들어버린다. 이 장면은 늘 내 성격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남들이 잘 보지 않는 부분, 귀찮아서 그냥 넘어가 버리는 작은 부분에 집요하게 시선을 두는 편이다. 화려하고 눈에 띄는 곳보다 구석에 놓인 보석 하나를 끝내 찾아내는 성격, 그게 바로 변호사로서 내가 가진 무기다. 세상은 대범한 결단이나 화려한 전략에 더 많은 박수를 보내지만, 법정에서 사건을 바꾸는 힘은 의외로 구석에서 나온다. 나는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안다.


사건을 검토하다 보면 늘 비슷한 장면을 본다. 당사자들은 대체로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부분을 크게 부각한다. 억울하다고 크게 소리치는 대목, “이 증거만 보면 다 끝납니다”라고 자신 있게 내미는 자료. 하지만 실제로 판을 움직이는 건 그런 부분이 아닐 때가 많다. 재판부는 화려하고 강렬한 주장보다도, 오히려 사소해서 무심히 지나쳤을 만한 부분에 시선을 두기도 한다. 사건은 결국 흐름으로 설득해야 하는데, 흐름을 이어주는 건 작은 조각들이다. 그래서 나는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살핀다. 문자 메시지 하나의 띄어쓰기, 사진의 배경에 비친 시계, 대화 속 말꼬리 같은 것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구석의 보석처럼 아무 의미 없어 보이던 것들이 결국 판을 바꾸는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은 증거를 모아오며 이렇게 말한다.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나요? 이 증거 하나만으로도 다 설명이 되잖아요.” 그러나 나는 늘 고개를 젓는다. 충분하다고 믿는 순간 방심이 생기고, 방심은 소송에서 치명적이다. 실제로 많은 사건들이 ‘결정적’이라 불린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소로 끝난다. 왜냐하면 그 증거가 전체 사건의 흐름과 맞닿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경험으로 안다. 소송의 판도를 바꾸는 건 대부분 사소하게 여겼던 증거이다. 의뢰인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긴 카카오톡 대화 속 말 한마디가 상대의 거짓말을 무너뜨리고, 무심히 찍힌 영수증 상단의 시간 표시가 알리바이를 입증한다. 처음엔 무가치해 보였던 단서가 사건의 큰 그림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순간, 나는 다시금 구석의 보석을 떠올린다. 눈에 잘 띄지 않던 그것이 결국 전체를 뒤집는다.


나는 일단 증거를 살피는 그 순간부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세세하게 검토한다. 누군가는 나를 두고 지나치게 집요하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왜 그렇게까지 작은 것에 매달리느냐며 웃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소송에서는 그 집요함이 무기다. 겉보기에 사소한 것도 끝내 확인하는 성격, 대충 넘어가지 않는 성격. 그것이 재판부를 설득한다. 내가 꼼꼼하게 모든 기록을 다시 확인하고, 의뢰인조차 기억 못한 부분까지 끄집어내면, 사건의 윤곽은 완전히 달라진다. 나는 의뢰인에게 자주 말한다. “큰 증거도 중요하지만, 작은 것 하나가 사건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보석 세 개가 줄을 맞춰야만 반응이 일어나듯, 주장은 작은 증거 하나로 줄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 완성은 재판부를 설득하는 힘이 된다.


재판부도 늘 작은 부분에서 사실관계의 개연성을 따진다. 판결문을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판결을 좌우한 건 화려한 문서나 장황한 설명이 아니라, 작은 정황 증거가 사건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이어줬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피고의 진술은 이 문자 내용과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다.” “제출된 영수증의 날짜가 원고의 주장과 일치한다.” 이런 한 줄이 판결을 바꾼다. 그 순간 나는 내 꼼꼼한 습관을 떠올린다. 아무도 보지 않았던 구석을 내가 봤기 때문에, 판이 달라졌다. 변호사의 화려한 수사보다 더 강력한 것은 꼼꼼함이다. 작은 조각까지 살펴내는 그 눈이 결국 재판부를 설득하는 힘이다.


나는 큰 그림을 보면서도 동시에 작은 점 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숲을 보면서도 나무의 결을 살피고, 나무를 보면서도 잎맥 하나를 놓치지 않는다. 어떤 이는 그런 성격이 번거롭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다르다. 작은 흔적 하나가 전체 숲의 색을 바꾼다. 판결은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작은 사실관계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매치-3 게임에서 구석의 보석 하나가 전체 판의 흐름을 바꾸듯, 소송에서도 사소해 보이는 증거 하나가 결과를 완전히 뒤집는다. 나는 그 원리를 믿고, 늘 구석을 살핀다. 그것이 내 직업적 본능이다.


사건을 맡을 때마다 나는 스스로 다짐한다. “이번에도 끝까지 찾아내자. 이번에도 구석을 놓치지 말자.” 그래서 자료를 밤새 뒤적일 때도 있고, 이미 다 봤다고 생각한 문서를 또다시 들여다볼 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집요함을 과하다 말하겠지만, 나는 안다. 그 과함이 결국 승소라는 결과를 만든다. 의뢰인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 작은 증거 하나에서 나올 때, 나는 다시금 확신한다. 내 꼼꼼함은 결코 헛되지 않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가 이 일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라는 것도.


세상은 언제나 큰 목소리와 화려한 전략을 좋아한다. 하지만 법정은 다른 세계다. 법정에서는 차분함과 꼼꼼함이 오히려 더 큰 무기를 가진다. 상대가 큰 목소리로 주장할 때, 나는 작은 목소리로 구석을 지적한다. 그리고 그 순간 재판부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건의 흐름을 뒤집는 건 중앙에서 빛나는 화려한 보석이 아니라,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구석의 보석이다. 그리고 나는 그 구석을 끝내 찾아내는 변호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건 기록을 펼쳐놓고 구석부터 살핀다. 남들이 지나치며 무가치하다 여기는 자리, 의뢰인조차 대수롭지 않게 여긴 부분, 그곳에서 작은 단서를 찾는다. 그것이 내 습관이고, 내 무기다. 그리고 나는 확신한다. 구석 보석 하나가 판을 뒤집듯, 사소한 증거 하나가 사건을 바꾼다는 것을. 결국 변호사의 꼼꼼함은 단순한 성격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사건의 운명을 가르는 가장 현실적인 힘이다. 나는 오늘도 그 힘을 믿고, 끝까지 구석을 바라본다.




매거진의 이전글섣부른 고소의 위험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