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부른 고소의 위험성

잘못된 한 수가 판을 무너뜨린다.

by 지세훈 변호사

매치-3 게임을 할 때 가장 흔히 하는 실수가 있다. 눈앞에 터질 것 같은 보석을 보자마자 성급하게 손을 움직여버리는 것이다. 순간적으로는 짜릿한 쾌감이 따라온다. 반짝이는 효과가 나오고, 점수도 조금은 올라간다. 하지만 그 한 수의 대가가 곧 드러난다. 조금만 더 인내했으면 만들 수 있었던 큰 연쇄를 놓쳐버리고, 보석들이 어긋난 자리로 떨어져 판 전체가 꼬여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한 수 잘못 둔 순간, 남는 건 후회다. 섣부른 고소가 딱 이와 같다. 순간의 분노와 억울함을 달래려 서둘러 고소장을 내면 처음에는 속이 시원해질지 모른다. 그러나 사건의 큰 그림은 망가지고, 원래 바라던 결말에서 점점 멀어진다. 게임에서 잘못 둔 한 수가 되돌릴 수 없듯, 섣부른 고소는 되돌리기 어려운 결과를 만든다.


고소라는 행위 자체는 절차적으로 간단하다. 누구나 경찰서 민원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비치된 서식을 받아 작성할 수 있다. 이름과 주민번호를 적고,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다”는 사실관계를 기재하면 접수는 된다. 때로는 형식만 맞추면 민원 담당자가 친절하게 도와주기도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고소장을 내는 순간 문제의 해결도 시작된다고 착각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고소장은 출발선일 뿐, 그 자체가 해결을 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순간부터 불필요하게 길고 무거운 수사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상대방은 맞대응을 준비하고, 고소인이 기대했던 ‘빠른 사과’나 ‘손쉬운 합의’는커녕 더 거친 반격이 기다린다. 마치 매치-3에서 무심코 한 수를 잘못 두었을 때 보석들이 엉뚱한 위치에 쏟아져 내려오며 판 전체를 꼬이게 하는 것처럼, 섣부른 고소도 사건의 흐름을 돌이킬 수 없이 복잡하게 만든다.


나는 상담 자리에서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듣는다. “변호사님, 제가 당장 고소를 하면 상대가 겁을 먹고 사과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처럼 단순하지 않다. 상대는 움츠러들기는커녕 더 강하게 맞선다. 상대방은 이미 변호인을 선임해 방어 논리를 세우고, 나아가 맞고소까지 준비한다. 때로는 형사사건과 병행해 민사소송까지 제기해 압박을 더한다. 고소인이 기대했던 “사과”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분쟁의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져만 간다. 매치-3에서 한 수 잘못 둔 뒤에는 다시 판을 원상복구할 수 없듯, 고소도 일단 시작되면 쉽게 멈출 수 없다. 경찰과 검찰의 절차는 기계처럼 흘러가고, 고소인은 그 속에서 사건의 주도권을 잃는다. 결과적으로 처음 고소를 택했던 사람조차 “내가 왜 그때 그렇게 성급했을까”라는 후회를 하게 된다.


섣부른 고소가 특히 위험한 이유는 ‘증거의 불충분’ 때문이다. 매치-3에서 보석 두 개만 나란히 있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듯, 소송에서도 증거가 하나나 둘만 있어서는 판이 터지지 않는다. 감정은 충분해도, 법은 냉정하다. 증거 없이 내는 고소장은 곧 무력하다. 수사기관은 고소장의 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따져 묻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모순이 드러나면, 사건은 금세 힘을 잃는다. 오히려 허위 고소로 역공을 당할 수도 있다. 무고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고소인은 상대를 공격하려 했다가, 되려 피의자 신분에 놓일 위험까지 감수하게 된다. 마치 게임에서 잘못 움직인 보석이 의도치 않은 위치에 굳어버려 앞으로의 연쇄를 가로막는 것처럼, 증거 없는 고소는 자신을 더 큰 위험 속에 고정시킨다.


나는 상담 과정에서 늘 강조한다. “고소는 칼입니다. 칼을 뽑았으면 써야 하고, 쓰면 반드시 상처는 남습니다.” 고소장을 제출하는 순간, 관계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변한다. 상대는 “법대로 끝까지 하자”는 태도로 나서고, 그 과정은 기록으로 남는다. 사람들은 종종 고소장을 “협박장”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칼날이 오가는 결투의 시작이다. 한번 칼을 빼들면 더 이상 원만한 대화로 돌아가기 어렵다. 매치-3에서 한 수 잘못 두어 보석들이 어긋나 떨어지면, 그 뒤의 모든 연쇄가 달라지듯, 섣부른 고소도 인생의 흐름까지 바꾸어버린다. 순간의 시원함 때문에 장기적인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은 결코 지혜로운 선택이 아니다.


물론 모든 고소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때로는 반드시 필요하고, 정당하게 행사해야 하는 권리다. 그러나 문제는 ‘타이밍’과 ‘준비’다. 증거가 충분히 갖춰졌는지, 고소가 가져올 파급력을 감당할 수 있는지, 혹은 고소 외에 다른 전략적 선택지가 없는지를 꼼꼼히 따져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매치-3에서 조급하게 한 수를 두는 대신 큰 연쇄를 기다리듯, 참을성을 갖고 전체 판을 바라봐야 한다. 감정이 아니라 전략, 순간이 아니라 전체 흐름을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고소는 시작점일 뿐 결말이 아니다. 그 결말을 감당할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올바른 수가 된다.


나는 실제로 섣부른 고소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본 사건들을 많이 봐왔다. 억울함을 참지 못해 바로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대방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무고죄 고소를 제기해, 고소인이 오히려 피의자가 되어 조사실에 앉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억울함을 풀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는데, 끝내 자신이 방어해야 할 처지가 되어버렸다. 그때 의뢰인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 때 참았으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미 판은 꼬여 있었고, 다시 돌릴 수는 없었다. 한 수 잘못 둔 뒤 무너진 매치-3의 판처럼, 소송의 흐름도 그렇게 변해 있었다.


소송은 게임이 아니다. 그러나 매치-3가 주는 교훈은 소송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잘못된 한 수는 판을 무너뜨린다. 섣부른 고소는 순간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있을지 몰라도, 이후의 모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그래서 고소를 고민할 때는 먼저 멈추어야 한다. 지금 이 한 수가 어떤 연쇄를 만들지, 그 연쇄를 내가 끝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를 차분히 따져보아야 한다. 감정에 휘둘려 한 수를 잘못 두면 판 전체가 무너지고, 사건도 제어할 수 없는 길로 흘러간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의뢰인에게 조용히 말한다. “한 수를 두기 전에, 판 전체를 보셔야 합니다. 고소는 그만큼 무겁습니다.” 눈앞의 보석이 유혹하더라도, 그것이 전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면 손을 멈추어야 한다. 순간의 통쾌함을 위해 전체를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 섣부른 고소의 위험은 결국 매치-3의 교훈과 같다. 잘못된 한 수는 판을 무너뜨린다. 그리고 판을 무너뜨린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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