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말 한마디가 만드는 리스크
매치-3 게임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폭탄 보석이 생긴다. 반짝이는 그 보석을 건드리면 화면은 화려하게 폭발하고, 쌓여 있던 줄줄이 보석이 한꺼번에 무너진다. 그 순간의 쾌감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 폭발이 항상 나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잘못된 위치에서 터져버린 폭탄은 내가 공들여 만든 콤보 길을 산산이 부수고, 더 큰 점수를 준비하던 기회를 앗아가 버린다. 결국 남는 건 화려한 폭발음 뒤의 허무함이다. 소송에서도 마찬가지다.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내뱉은 말, 필요하지 않은 대화가 법정에서 폭탄처럼 터진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게 보였던 말 한마디가 상대방의 서류 속에서 증거로 변모하고, 사건 전체를 흔들어 버린다.
나는 의뢰인들에게 상담할 때마다 되풀이한다. “제발 소송이 진행 중일 때에는 상대방 당사자와 직접적인 얘기를 하지 마세요.” 그러나 이 말은 생각보다 잘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이혼소송의 경우 그렇다. 한때는 부부였고, 삶을 공유했던 사람들이기에 끊어내는 순간에도 서로에게 확인하고 싶은 마음, 감정을 전달하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하지만 바로 그 대화가 폭탄 보석이다. 순간은 시원할 수 있다. 분노를 토해내며 속이 풀리는 것 같지만, 그 말은 상대방의 손에 들어가 재판부에 제출되는 순간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힌다.
실제로 나는 수없이 많은 서면 속에서 소 제기 후 의뢰인의 발언이 증거로 등장하는 장면을 보았다. 상대방이 제출한 증거를 받아 들여다보면,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짧은 문자 한 줄, 녹음 파일의 몇 초가 사건의 흐름을 바꾸는 경우가 많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며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은 나도 이혼 하고 싶어”라는 말이 나와 모두를 당혹스럽게 마들기도 하고, “그래. 만났다. 그래서 어쩔건데.”라는 말은 단순히 싸움 도중의 감정 섞인 발언이지만, 법정에서는 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자백으로 둔갑한다. 폭탄 보석이 의도와 다르게 터져 버려 전체 판세가 뒤집히는 순간이다.
더 무서운 점은, 이런 말들은 대부분 아무런 준비 없이 튀어나온다는 것이다. 법정에서는 치밀하게 준비된 주장과 증거만이 오가지만, 개인 간 대화에서는 감정이 먼저 앞선다. 상대방이 도발하면 맞받아치고, 억울하면 증명하려 든다. 그러나 소송에서는 감정의 폭발이 곧 상대의 무기가 된다. 나는 종종 이렇게 설명한다. “보석판 위에서 폭탄을 건드리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그 폭발을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차라리 손을 떼는 게 낫습니다.” 불필요한 대화는 전략 없는 폭발이다.
특히 이혼소송에서 상대방은 감정적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때로는 치밀하게 상대의 말 한마디를 유도한다. “그래도 아이는 네 잘못 때문에 힘들잖아” 같은 문장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라, 상대방의 인정과 후회를 끌어내려는 의도적인 질문일 수 있다. 그 순간 의뢰인이 무심코 “내가 잘못했지”라고 대답하면, 그건 단순한 위로의 말이 아니라 법정에서는 책임을 인정한 증언으로 변할 수 있다. 상대방은 그 대화를 녹취하고, 법정에 제출한다. 한마디의 말이 폭탄 보석처럼 판 전체를 무너뜨린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안타까움이 크다. 오랫동안 준비해온 논리, 정성껏 모아온 증거, 차곡차곡 쌓아온 전략이 한순간의 대화 때문에 휘청거린다. 폭탄 보석은 눈에 보이기에라도 조심할 수 있다. 그러나 불필요한 말은 입술 끝에 숨어 있다가, 순간의 분노와 억울함에 이끌려 터져 버린다. 재판부는 기록된 문장을 본다. 맥락은 사라지고, 그 한 줄만 남는다. 판 전체를 뒤엎는 데 필요한 건 언제나 한 줄의 기록이면 충분하다.
의뢰인들은 종종 “그냥 다투다가 말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그게 왜 문제죠?”라고 묻는다. 그러나 소송은 사적인 대화와 다르다. 법정은 ‘말의 기록’을 본다. 그 순간의 감정은 사라져도, 문자와 녹취는 그대로 남는다. 그리고 상대방은 그 기록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편집한다. 결국 본래 의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가 무심코 건드린 폭탄 보석이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는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변호사의 역할은 단순히 서면을 작성하고 법정에서 변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의뢰인의 입을 지켜내는 것, 불필요한 말이 폭탄으로 변하지 않게 막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나는 상담 때마다 반복한다. “말을 아끼세요. 침묵이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사람들은 그 말을 지키지 못한다. 특히 이혼소송처럼 감정이 요동치는 사건에서는 더 그렇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상대방의 서류 속에서 자기 말이 증거로 등장할 때, 비로소 그 무게를 체감한다.
소송에서 폭탄 보석이 터져 버리면 결국 남는 것은 후회 뿐이다. 한마디 불필요한 말이 사건의 판도를 바꾸고, 재판부의 시선을 흐리게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제발 소송이 진행 중일 때에는 상대방과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지 마세요. 말을 섞지 마세요.” 화려한 폭발 뒤의 무너진 판을 다시 세우는 것은 쉽지 않다. 절제가 전략이고, 침묵이 힘이다. 폭탄은 터뜨리지 않는 게 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