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도 시작하면 끝내기가 어렵다.
매치-3 게임을 켜면 늘 그렇다. 잠깐 손만 대고 그만 두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연쇄가 터지고 점수가 쌓이면서 멈출 타이밍을 놓친다. 다음 판만 하고 끄자, 이 레벨만 넘기고 끄자,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게임이 주는 쾌감과 집착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런데 소송도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단순히 내 억울함을 풀기 위해, 작은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시작하지만, 막상 절차가 열리면 생각보다 쉽게 멈추지 못한다. 한 번 발을 들인 순간 사건은 상대방의 대응과 재판부의 일정에 맞춰 흘러가고, 개인의 의지만으로 중간에 멈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는 이렇게 말한다. “일단 소장 내면 상대방이 알아서 연락 오지 않을까요?” 하지만 소장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다. 그것은 공식적인 절차의 시작이고, 상대방을 법정으로 끌어들이는 초대장이다. 소장이 접수되는 순간 상대방은 대응해야 하고, 재판부는 사건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미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매치-3에서 보석을 한 번 움직이면 연쇄가 터지고 멈출 수 없는 것처럼, 소송도 한 번 개시되면 개인이 ‘잠깐만 하다 그만두자’는 마음대로 멈추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소송의 리듬을 통제하는 주체가 내가 아니라는 데 있다. 게임은 그래도 내가 휴대폰을 꺼버리면 끝나지만, 소송은 상대방이 버티고 재판부가 판을 끌고 간다. 내가 중간에 포기하고 싶어도, 상대방이 맞불을 놓으면 사건은 계속 이어진다. 심지어 내가 원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반소를 제기하거나 항소를 하면 새로운 국면이 열리기도 한다. 한 번 움직인 보석이 계속 연쇄를 만들어내듯, 내 의도와 상관없이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의뢰인 중에는 소송을 쉽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다. “원하면 언제든지 취하할 수 있죠?” 물론 취하라는 제도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미 진행된 소송을 되돌리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다. 취하에 상대방이 동의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이미 들어간 비용과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게다가 취하의 흔적은 남아 상대방에게 또 다른 메시지를 준다. “결국 끝까지 가지 못하는구나”라는 신호로 읽히며, 이후 협상력마저 잃어버리기도 한다. 즉, 취하라는 버튼은 게임에서 ‘재시작’과 같지 않다. 남는 기록이 있고, 그 무게가 뒤따른다.
이혼소송에서는 그 무게가 더욱 크다. 단순히 부부의 문제가 아니라, 자녀의 양육권과 재산분할, 위자료 문제까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혼 여부만 가리면 될 줄 알았는데, 소송이 진행되면서 부수적인 문제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매치-3 게임에서 하나의 보석이 사라지면 위에서 또 다른 보석들이 떨어지고 새로운 조합이 생기는 것처럼, 이혼소송도 한 번 시작하면 예상치 못한 쟁점들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 결국 “잠깐만 하다 말자”는 생각은 허상에 불과하다.
형사사건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고소만 해두면 상대방이 사과하고 합의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수사기관이 개입하며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건은 검찰로 넘어가고, 재판까지 이어지며, 고소한 당사자가 시간을 내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까지 해야 하는 등 실로 감당하기 어려운 길로 접어든다. 한 번 던진 폭탄 보석이 어디까지 연쇄를 일으킬지 알 수 없는 것처럼, 형사절차도 시작해버리면 끝낼 수 없는 흐름에 휩쓸린다.
나는 그래서 늘 강조한다. 소송은 시작 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게임은 시작해보고 재미없으면 끌 수 있지만, 소송은 그렇지 않다. 한 번 손을 대면 내 손을 떠나고, 법과 제도가 이끌어가는 리듬 속에 들어가게 된다. 그렇기에 처음 소송을 제기할지 말지를 고민하는 순간이 가장 무겁다. 그때 충분히 숙고하지 않으면, 이후에는 멈출 수 없는 강물 위에 올라탄 배와 같아진다.
이런 이유로 나는 의뢰인에게 묻는다. “정말 이 싸움을 시작할 각오가 되어 있나요?” 단순히 억울한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힘, 예상치 못한 쟁점까지 감당할 수 있는 의지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 매치-3에서 한 번 움직인 보석이 어디까지 연쇄를 일으킬지 모르는 것처럼, 소송도 어디까지 확장될지 알 수 없다. 그 불확실성을 견딜 각오가 없다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할 때도 있다.
결국 소송은 “잠깐만”이 통하지 않는 길이다. 시작과 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게임처럼 중독적이고 멈출 수 없는 흐름에 휘말리면, 그때는 이미 늦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같은 말을 되풀이한다. “소송은 게임과 같아서 한 번 손대면, 정말로 끝내기가 어렵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그 무게를 짊어질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소송의 리듬과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