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치-3 게임에 턴 제한이 있듯, 소송을 원없이 할 수는 없다.
매치-3 게임 중에는 움직일 수 있는 횟수가 정해져 있는 것들이 있다. 열 번이면 열 번, 스무 번이면 스무 번 안에 반드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그 제한 안에서 원하는 조합을 완성하지 못하면, 아무리 화면에 보석이 남아 있어도 게임은 그대로 끝난다. 추가 턴은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더 신중해지고, 시야를 넓혀 전체 판을 본다. 잘못된 선택 하나가 결국 실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소송도 이와 다르지 않다. 무한정 기일을 열어달라거나, 하고 싶다고 계속 서면을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기회는 제한적이고, 그 안에서 모든 걸 보여주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소송을 시작할 때 이런 생각을 한다. “시간은 많으니 천천히 해도 되겠지.”, “준비가 덜 되었어도 다음 기일에 맞추면 되겠지.” 하지만 현실은 그리 여유롭지 않다. 기일은 재판부의 일정에 따라 배정되며, 횟수도 무한하지 않다. 불필요하게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사소한 쟁점에 집착하면, 정작 중요한 주장을 펼칠 기회를 잃는다. 서면 역시 무제한으로 받아주는 것이 아니다. 제출 시기와 분량, 주제 모두 절차 속에서 통제된다. 하고 싶다고 해서 마음껏 소송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 이것이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낯설다.
이혼소송에서 그런 사례는 더 자주 나타난다. 당사자는 쏟아내고 싶은 말이 끝도 없다. 억울했던 기억, 참아온 분노, 상대방의 작은 잘못까지 모두 기록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재판부는 모든 이야기를 다 들어주지 않는다. 제한된 기일, 제한된 분량 안에서 본질적인 문제만을 본다. 아무리 하고 싶다고 해서 무한정 주장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소송의 무게는 결국 선택과 집중에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반드시 해야 하는 말을 구분하지 못하면, 판은 이미 끝을 향해 흘러간다.
민사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돈을 빌려주고 돌려받지 못했다는 단순한 억울함은, 절차 안에 들어가면 복잡해진다. 상대방은 변제를 주장하고, 차용증의 진정성을 문제 삼고, 이자 지급 내역을 내민다. 여기서 원고가 “이 말도 하고 싶고, 저 주장도 하고 싶다”며 끝없이 서면을 낸다고 해서 소송이 길어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재판부는 일정 시점이 되면 심리를 종결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주장과 증거만을 토대로 판단한다. 하고 싶다고 해서 영원히 계속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제대로 된 수를 두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나는 그래서 의뢰인에게 늘 강조한다. “모든 말을 다 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소송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한정 풀어내는 자리가 아닙니다.” 제한된 턴을 의식하면 자연스럽게 우선순위가 보인다. 매치-3 게임에서도 작은 점수를 위해 턴을 쓰기보다 목표 달성을 위한 큰 그림을 그려야 하듯, 소송에서도 사소한 감정보다 사건의 본질을 겨냥한 주장을 앞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중한 기회가 소모되는 동안, 정작 본질은 말하지 못한 채 끝나버릴 수 있다.
소송은 무한정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의미한 반복, 끝없는 주장, 감정의 발산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재판부가 내리는 결론은 제한된 시간과 횟수 안에서 정리된 주장과 증거에 따라 내려진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변호사의 역할은 더 중요하다. 제한된 기회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게 해주는 것,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주장을 담아내도록 돕는 것, 그것이 변호사의 실력이다.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것을 제대로 하는 것. 그것이 소송의 본질이자, 판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