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아는 순간 판이 달라진다

다 같은 게임이 아니다.

by 지세훈 변호사

매치-3 게임을 처음 해보는 사람은 대체로 단순하게 생각한다. 같은 색깔 보석 세 개만 나란히 맞추면 된다고. 실제로 게임 초반은 그렇게만 해도 순조롭게 진행된다. 눈앞의 보석은 반짝이며 사라지고, 점수는 올라간다. 그런데 게임이 몇 단계만 올라가도, 보이지 않았던 규칙들이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특정 줄을 없애야 한다든가, 얼음에 갇힌 블록을 풀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든가, 혹은 제한된 횟수 안에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조건이 등장한다. 여기서도 여전히 “세 개만 맞추면 되지”라고 우기며 진행하면, 반드시 턴이 소진되고 목표는 달성되지 않는다. 결국 낭패를 보는 것이다. 겉보기에 단순해 보였던 게임이 사실은 수많은 변주와 규칙으로 이루어져 있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이혼소송도 딱 이와 같다. 소송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배우자가 잘못한 사실을 말하면 되지 않나”, “내가 억울한 걸 쏟아내면 재판부가 알아주겠지”라며 단순하게 접근한다. 하지만 막상 절차에 들어가면, 각 사건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법리와 기준들이 드러난다. 어떤 사건은 외도의 입증이 핵심이지만, 다른 사건은 양육 환경이 중심 쟁점이 된다. 또 어떤 사건은 재산분할의 시점과 평가 방법이 승부를 가르고, 또 다른 사건은 생활비 지급 여부와 그 기록이 본질이 된다. 표면적으로는 똑같이 “이혼”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송이지만, 그 안에는 서로 다른 규칙과 조건이 숨어 있다. 그 차이를 무시하고 “다 똑같은 거 아닌가요?”라는 태도로 임하면, 결국 낭패는 불가피하다.


내가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말이 있다. “아는 사람이 이혼했는데, 그 분은 이렇게 해서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요?” 나는 늘 차분히 답한다. “같은 게임이라도 스테이지마다 규칙이 다르듯, 소송도 사건마다 다릅니다.” 법리는 사건의 맥락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누군가의 성공 사례를 그대로 가져오면, 오히려 내 사건에는 맞지 않는 옷이 될 수 있다. 같은 규칙을 공유하는 듯 보이지만, 미묘한 차이가 모든 결과를 갈라놓는다.


매치-3 게임을 제대로 풀어내는 사람들은 단순히 눈앞의 보석 세 개만 보는 게 아니다. 얼음 블록을 먼저 깨야 할지, 특정한 색깔을 미리 정리해 둬야 할지 등 제한된 턴 안에서 가장 효율적인 순서를 고민한다. 이혼소송도 마찬가지다. 규칙의 차이를 이해한 사람은 억울함을 감정적으로 쏟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떤 부분을 지금 주장하고 어떤 건 나중에 내야 하는지 순서를 정해 놓고 때를 기다린다. 증거의 제출 시기, 주장과 진술의 배열, 이 모든 게 전략이 된다. 결국 규칙을 이해하는 순간 판 전체가 달라 보이고, 그 순간부터 길이 열리기 시작한다.


반대로 규칙을 가볍게 여긴 사람은 끝내 벽에 부딪힌다. “이건 왜 받아들여지지 않죠?”, “저쪽이 잘못했는데 왜 제가 불리해지죠?”라는 당혹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소송은 게임과 달리 되돌리기가 없다. 이미 지나간 턴, 이미 해 버린 진술은 바꿀 수 없다. 규칙을 무시한 대가는 오롯이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늘 강조한다. “이혼소송은 단순히 감정을 풀어내는 자리가 아닙니다. 규칙을 이해해야만 감정도 설득력을 얻습니다.”


매치-3 게임에서 규칙을 알면, 단순히 세 개를 맞추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더 큰 연쇄를 만들고, 턴을 아끼며, 목표를 정확히 겨냥한다. 이혼소송도 마찬가지다. 규칙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낭비와 낭패가 뒤따르지만, 그 차이를 꿰뚫어 보는 순간 사건의 방향이 달라진다. 결국 소송은 억울함만으로 풀리는 게 아니라, 그 억울함을 제도와 절차라는 규칙 속에 맞춰 증명해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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