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몰아붙이지 않기 위해서

by 지세훈 변호사

누군가와 다투게 되는 순간은 대개 비슷합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분쟁을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말 한마디가 오해로 번지고, 오해가 감정으로 커지고, 감정이 쌓이다 보니 어느새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는 지점에 도달합니다. 그때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내가 뭘 잘못해서 여기까지 왔을까. 이 질문이 길어질수록 마음은 점점 더 거칠어집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다툼에 이르렀다는 사실 자체는 도덕적 평가의 대상이 아닙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누구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입장이 엇갈리고, 결국 다툼이라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다툼이 생겼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이후를 혼자 감당하려 든다는 점입니다. 이때부터 사람은 현실보다 ‘해석’과 싸우기 시작합니다. 상대방의 말 속 의미를 과도하게 추측하고, 앞으로 벌어질 최악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에서 수십 번씩 반복 재생합니다.


변호사를 만난다는 선택은, 이 지점에서 자신을 구출하는 일입니다. 변호사를 만나는 이유는 단순히 싸움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누가 더 나쁜 사람인지 판단받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개인의 감정으로 더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다툼이 생기면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기 삶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직장, 가족, 미래 계획까지 모두 이 분쟁 하나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때 변호사는 사건을 ‘삶’에서 떼어내 ‘사건’으로 만듭니다.


많은 분들이 변호사를 찾는 이유를 ‘이기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결과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상담실에서 제가 자주 들려드리는 말씀은 “이 분쟁이 언제쯤 끝나는지”, “앞으로 어디까지 더 나빠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일단 분쟁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 이전에, 의뢰인 분들이 불확실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 드리려고 합니다. 사람을 가장 지치게 하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끝을 알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죠.


변호사를 선임하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걱정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막연한 공포에서, 관리 가능한 문제로 바뀝니다.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지금은 무엇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한지 같은 판단들이 정리됩니다. 혼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이 바뀌던 문제들이, 일정과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정돈됩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재판부의 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판부는 억울함의 강도를 보지 않습니다. 분노의 진정성을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정리된 주장과 증거, 그리고 그 흐름을 봅니다. 감정에 휩쓸려 쓴 글과, 제3자의 시선으로 구조화된 문장은 출발선부터 다릅니다. 변호사를 만난다는 것은, 재판부가 보는 언어로 사건을 다시 번역하기 위해서입니다. 혼자 느끼는 억울함이, 법정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를 만나야 하는 또 하나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다툼이 생기면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스스로를 과도하게 노출시킵니다. 설명하고, 설득하고, 억울함을 풀어내려다 불리한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나중에 보면 “그 말은 안 했어야 했는데” 싶은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변호사는 말을 줄이기 위해 존재합니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구분해 주기 위해서입니다. 침묵이 전략이 되는 순간을 혼자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변호사를 만난다면 다툼까지 이르게 된 현재의 운명을 탓하지 않게 됩니다. 이미 벌어진 일을 뒤돌아보고 후회하지 않게 도와드립니다. 앞으로의 불확실한 미래를 혼자 상상하며 위축되지 않도록 옆에서 힘이 되어 드립니다. 모든 선택을 스스로 떠안을 필요가 있나요. 제대로 된 변호사는 잠깐의 다툼이 인생 전체를 삼켜 버리지 않도록, 선을 확실히 그어 드립니다.


결국 답은 단순합니다. 누군가와 다투게 되었을 때, 스스로를 몰아붙이지 마세요. 불안을 혼자 짊어지지도 마세요. 더 이상 의미 없는 상상을 반복하지 마시고, 지금 바로 제대로 된 변호사를 만나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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