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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Braun Nov 22. 2021

MAGAZINE B  10년의 아카이브 전시회

나에게는 이벤트가 된 완결된 상품으로의 전시회

 자녀를 계획할 때쯤 육아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아내에게 표현한 적이 있다. '커리어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MBA도 하고 그러지 뭐. 아기? 내가 업고 수업 들으면 되겠네'. 정말 나는 다를 줄 알았다. 요리도 청소도 남성 평균보다는 좀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정했다. 일만 해도 시간이 부족한 것은 물론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을 내는 것도 1주일 한번 올까 말까 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유로운 재택환경인데도 말이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돌본다는 것, 그것도 이제 시작하는 사람을 돌본다는 것. 거기다 그 사람이 내 자식이라는 것. 예측하고 자신감을 가졌다는 사실은 일종의 삶에 대한 기만처럼 느껴졌다.


 시작이 길었다. -육아를 반복하는 나에게 어느  아내가 카카오톡 링크를  던졌다. 매거진 B 10주년 전시회란다. 남산에 있는 Piknic에서 한다. 어찌저찌 주말에 시간이 3~4시간   있으니   돌릴  갔다 오라는 것이었다. 아내가 나에게 선물하는 육아 면제권 같은 것이었다.  

 지금은 서울 남동쪽, 출근과 육아에 유리한 환경을 찾아 거주하고 있지만 결혼 데이트는 주로 강북에서 했다. 단순히 데이트 지역만 가지고  공간 기호에 대한 설명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신혼집을 서대문구에 구했다. 종로구와 가깝다는 이유였다. 아내는 강남, 강북을 나눠 강북을   선호하는 입장 정도였다면 나는 단호한 강북주의자였다. 누군가 '?'라고 묻는다면 '글쎄'라고 대답하겠지만 그래도 '뭔가 이유가 있을  아니야?'라고 다시 묻는다면, 아마 '인간적이어서?'라는 모호한 대답을 던질 것이다. 서촌의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완벽하지 않은 인간을 떠올리게해서 '인간적'이라는 단어를  것은 아니다. 다만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들이  자리에서 각자 개성 있는 모습으로 트렌드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으면 정말 개성 강한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자기 자신이 브랜드 같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아마도 은연중에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고  동네에 가면 왠지 나도 그런 사람인  같았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서촌병이 도지면 혼자라도 기어이 그곳에 도착하여 새로 지어진 한옥 처마 밑에 앉아 커피를 시켜마시곤 했다.  모습이 아내에게는 조금 유별나 보였던 모양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총각 시절, 혼자 살던 집에는 아주 두꺼운 Kinfolk 책이 여러  인테리어 되어있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나는 아내에게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었을  같다. 아무튼 매거진 B + Piknic 조합은 Kinfolk+서촌의 조합과 일맥상통하여 아내가 생각하기에 내가 확실히 좋아할 이벤트라고 여겨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내가 옳았다.(아내는 항상 옳다)  정도로는 표현이 아쉽다. 아마도 삶에 일어나는   되는 이벤트  하나로 기억하게   같다. 전시회가 너무 좋았다는 이야기로 들릴  있지만 평가류의 의견이 아니다. 전시회의 좋고 나쁨은 관람객 개인이 정할 몫이다. 그러나 인생의 이벤트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전시회의 '탁월함' 나라는 사람이 처한 '타이밍' 때문이다.

  전에 AI글을 올리며 도메인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가 있다. 말이 좋아 도메인 전문가이지 아직은 정형화된 무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일을 동네 이장처럼 한다. 그중에 가장 어려운 일을 꼽으라면 내가  아는 산업(도메인) IT사이에서 중매를 서는 일이다. 심지어 AI라니. 하루에도  번씩 '도메인', '서비스', 'AI' 메모장에 써두고 노려본다. 내가 아는 도메인의 거친 모습을 생각해보면 부들부들하고 일상 지향적인 IT 서비스와 연결할 모양새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겨우겨우 머리를 짜내어 나름대로 기발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도출하여도 의문투성이다. 역시 남들이 택하지 않은 길은 쉽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며 괜한 후회도 많이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시회를 가볍게 볼리 없다. 심지어 매거진 B 발행인은 업계 최고의 전문가이다. , 지금 열심히 쓰고 있는  브런치라는 공간도  분의 손바닥 안이구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든다. 발행인은 풍기는 느낌이 서촌 같은 사람이다. 서촌에 존재감 있는 건물 하나는  가지고 있을  같은 사람이 하는 기획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사람이 직접 하지 않았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매거진 B라는 브랜드가 기획하는 프로덕트란 어떤 것일까?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매거진 B의 10년 기념 특별판이 공간의 모습으로 출간되다'이다. 심지어 전시회 가격마저 15,000원으로 매거진 B 한 권의 가격과 비슷하다.

 1층의 시작은 인테리어 소품에도 제격인 매거진 B 시리즈에 대한 실물 전시로 시작한다. 이후 브랜드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곡선으로  길에 새겨놨다. 이후 안내된 길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숫자가 적힌 종이판들이 벽에 빽빽히 걸려있다. 종이 하나하나에는  브랜드에 대한 설명이 요약되어 있다. 요약본이라고 해도  내용이 절대 가볍지 않다. 이후 벌어질 경험을 미리 알지 못하기에 관객들은 각자 익숙한 브랜드 위주로 종이를 챙긴다. 나도 두어 개쯤 챙겼다. 좋아하는 노래가 개인의 취향을 대변하듯 좋아하는 브랜드 역시 취향을 말해준다. 그래서인지 왠지 내가 집어가는 브랜드를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 싫은 느낌이었다.  종이가 전시회 기념품쯤이라고 여겼던 나는  전시가 진행되면서  생각이 오산이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이후 연결되는 전시장에는 하얀 바탕에 검은 숫자가 심플하게 적힌 선반 위에 브랜드와 관련되어 있는 오브제가 올려져 었다. 브랜드들은 보통 물리적 상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약간 럭셔리 백화점 혹은 편집숍 같아 보이기도 했다. 가볍게 번호를 하나하나 지나가다 보니 문득 아우디의 선반이 보잘것없어 보였다. 기술 관련된 설명판이었는데 서울 과학관에나 있을법하다. '자동차야  가져올  없으니 한계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옆에는  나침반이 하나  있고 SUUNTO라고 적혀 있다. '이건 물건을 구하기 힘들었나?'라는 생각과 함께 무슨 브랜드인데 저거밖에 없지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사진을 찍고 번호를 기억한다. MUJI 선반 위에는 물품이 너무 많게 느껴졌다. 물품의 통일성이 점점 모호해지면서 진열이라는 관점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포르셰 선반에 와서야 ' 오브제 하나하나에 브랜드에 대한 이해를 담았구나'라고 깨달았다. 같은 자동차 브랜드였지만 포르셰에 대한 표현은 브랜드 로고가 박힌  하나를 전시해 두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전시 하나하나가 다시 구조화되었다. 갑자기 짓궂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도시인 'SEOUL'이나 'KYOTO'같은 공간은 어떻게 표현해놨을까?  나라기념품이라도 올려놨을까? 그러면서 도시 번호를 기준으로 되돌아봤더니 웬걸 결번이다. ' 역시 도시는 물건 하나로 표현하기 힘들었나'라는 생각을 하다 보니 옆에 모니터가  걸려 있는 벽면이 있다. 결번인  알았던 도시의 번호가 하나씩 적혀있고 모니터는 도시의 사진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이해가 된다. 도시는 직접 가보지 않고서야  찍힌 사진 자체가  브랜드일 것이다.

 나도 모르게 히죽히죽거리며 관람을 즐기기 시작했다. 코로나 시대라 모두가 마스크를 써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혼자 전시회를 관람하며 히죽거리는 이상한 아저씨가 될뻔했다. 전시를 모두   종이가 있던 벽면의 방으로 다시 향했다.  모르지만 인상 깊었던 브랜드에 대해 알고 싶어서였다. 이제야  종이들의 의미가 이해되었다.

 득템 했다는 기분으로 종이를 들고 다음 층으로 올라가니 암막이 걸려있다.  입구에는 짧은 설명이 되어있는데  문구가 마음에 박힌다. ' 사람의 꿈과 아이디어가 수많은 저항과 리스크를 돌파하고 세상에 나오는 힘은  브랜드의 DNA 각인된다.' 보통 성공한 브랜드들을 바라볼 때면 우리는  독특한 아이디어와 감각을 부러워한다. 그래서인지 그런 브랜드들을 보면 약간 배가 아프다. '나도 저런 류의 사람인데', '나도 아이디어가 있는데'  뭔가 내가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모종의 아쉬움이 있다. 그런데  문장에서 아이디어텍스트 전체의 20프로 정도만 차지한다. 오히려 '수많은 저항과 리스크를 돌파'하는 것에 대해 힘을 준다. 브랜드가 성공하는 것은  아이디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유지시킬  있냐는 것이다. 일관성에 대한 문제이다. 고집이면서도 아이덴티티이다.  가지 생각을 꾸준히 발전시키면서  중심을 무너뜨리지 않고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인간과 닮았다. 그래서  브랜드를 만든 사람 경험과 생각은 아마  브랜드 자체일 것이다.

 암막 뒤에는 브랜드 창업자들의 인터뷰가 준비되어있었다. 바로 이전에는 브랜드에 대한 아카이브를  특색 있게 나열했다면 이곳은  경험을 조금  깊은 수준으로 이끄는  같았다. 재밌는 사실은 관람객이 유난히 하나의 인터뷰 앞에 몰려있었다는 사실인데  영상은 매거진 B 발행인 조수용 님의 것이었다. 매거진 B 다른 브랜드들을 인터뷰하고 해석하여 기록해 왔는데  아카이브 자체가  다른 양질의 브랜드가 되었음을 방증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이상 보여줄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마지막 층으로 향했다. 여기서    충격을 받았다. 마지막층은 매거진 F 가득  공간이었다. 매거진 F F Food 음식 고유의 특성에 대해 기록하는  다른 작품이다. 예를 들면 Honey라는 주제라고 하면 꿀에 대한 여러 가지 내용을 심도 깊게 담는다. 그렇다 보니 매거진 B보다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 강하지만  브랜드 이미지 측면에서는 매거진 B 보완하면서 발전하게 한다. 이런 식이면 매거진 Z까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느낌이고 알파벳들이 점점 추가되면  상위 브랜드로써의 매거진 서비스는 아이덴티티가 완성이 되겠다 라는 생각을 했다. 전략적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마지막 전시공간은 옥상인데 옥상 한편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다양한 소금 종류 중 하나를 골라 뿌려주는 아이스크림인데 매거진 F의 이미지를 그대로 닮았다.(매거진 F에 '소금' 콘텐츠도 '아이스크림' 콘텐츠도 있다.) 매거진 B 10주년 특별판의 별책 부록 같은 아이스크림이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멀리 보이는 남산타워와 남대문시장을 보니 또다시 서촌병이 도진다. 내가 이 장소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또다시 나는 그런 사람의 부류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관람을 마치기 위해서는 정해진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데 지하 1층이 기념품 판매소이다. 여기서 또다시 짓궂은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 B 전체를 잔뜩 쌓아놓고 판매하고 있는  아니야?' 합리적인 의심이었고 그래야 맞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하나의 완결된 상품으로의 전시를 생각해보면 왠지 모르게 매거진 B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경제적 이득을 포기하기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반반의 기대감을 가지고 지하 1 기념품샵으로 향했다.

 역시, 그곳에는 매거진 B 89권의 책은 없었다. 오늘을 기념하는 아카이브 서적과 에코백 정도는 판매하고 있었다.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브랜드는 끝까지 머리를 들이미는 형식의 장사는 하지 않는 군이라고 생각하며 조금 걷기 위해 남대문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중에 찾아보니 1 서점에서는 매거진 B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는데, 서점이 자연적인 공간 경험의 동선에 없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세상에 의미 없는 것들은 없다. 자연적으로 혹은 의도적으로 의미는 생겨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부여된 의미로 가득 찬 공간을 경험하는 것은 정말 가치가 있고 제품으로 살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나 자신의 브랜드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왔다. 나도 모르게 나의 브랜드화를 위해서는 창업하고 독립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녹녹지 않다. 심지어 내가 사회에 성공적으로 발을 디디게 해 준 본업은 힙한 브랜드와는 동떨어져 있는 분야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 브랜드를 만들려면 나는 본업을 놓아야 자유로워진다고 은연중에 생각했다.

 그런데 전시회 이후에 생각이  바뀌었다. 브랜드라는 것을 '사람의 특정한 사고방식이 기인하며 그것을 이루어내는 각종 노력과  결과물'이라고 재정의하게 되었다. 이런 정의라면 나의 본업에서도 브랜드는 존재한다.  IAI 만나면 어떤 식으로 확장될지도 모른다. 특히 요즘 같은 합종연횡의 사업환경에서는  핵심이 중요하다. 산업을 조금  근본에서 생각하면 브랜드화된 나만의 서비스를 가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의 전시회는 나의 일생의 이벤트가 되었다. 앞으로 3년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시 잡는 계기였다.

 그럼에도 서촌병은 언제나 나를 찾아올 것이고 현실은 녹록치 않다. 어쩌면 브랜드 정체성을 운운하는 나와 직장에서의 현실은 더 크게 부딪칠지 모르겠다. 다만 일에 의미를 더하고 뭔가를 목표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더욱이 내가 회사라는 환경에서도 타인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회사 밖에서는 더더욱 가능할 리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열정이 크게 올라온다.

 죽음에 대한 고민은 사춘기 이후 꾸준히 해왔다. 그중 재밌는 부분은 광신도와 무신론자의 죽음에 대한 부분이다. 내일 신이   데려간다는 광신도의 죽음이 그것이 없는 무신론자의 죽음보다 값지다는 생각은 류다. 오히려 사회적 안정 측면에서는 때에 따라서는 광신도가  위험하기도 하다. 다만 개인의 안정과 행복이라는 관점에서 죽음 직전의 광신도가 조금  편할 것도 같았다. 사실이든 거짓이든 광신도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같은 관점에서 내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관점도 조금은 광신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내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에 타인이 먼저 나에게 유리한 의미를 부여해 주는 것은 정말 드문 일이다. 나를 브랜드화하는 일의  번째 스텝은 나의 환경을 믿고 나를 믿는 일인  같다.     

- 끝 -

 


전시회 최초에 마주하게 되는 매거진 B 아카이브


1층 길을 따라 줄지어진 질문들 '상업적인 브랜드가 진실하다는 것은?'
2층 브랜드 종이판으로 가득 찬 벽면
나를 혼란하게 만든 SUNNTO
도시가 브랜드인 경우



큰 의미로 다가온 문구
매거진 F의 HONEY
메거진 F 컬렉션
매거진 B의 10주년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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