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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10. 2024

<2년차 귀농인의 하루>귀농의 진입장벽2:농부도 전문직

- 귀농 2년차에 경험한 열네번째 이야기

    “작물하고 대화를 할 수 있어야 해요. 이 친구의 현재 컨디션이 어떤 지, 무엇이 부족한 지를 알아야 하죠.”

토마토 멘토가 수업시간중에 한 이야기이다. 

  “그럼 주로 나타나는 증상을 보고 작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시겠어요?”

  증상별 대처방안을 알고 싶어 하던 내가 질문을 던졌다. 

  “작물이 나무나 잎, 열매를 통해서 보여주는 증상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원인은 여러 곳에서 오기 때문에, 쉽게 진단할 수 없어요.”

  같은 증상이라도 영양분이 부족한 상태가 원인이기도 하고, 병에 걸려 있을 수도 있고, 날씨의 영향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작물을 키우는 농부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보 농부에게는 너무 어려운 영역이었다. 


  농작물 재배가 끝나는 겨울이면, ‘그린대로’라는 농업교육포털에서 필요한 과목들을 골라서 수업을 듣곤 했다. 주요 작물들의 재배 기술뿐 아니라 하우스 관리, 귀농이나 귀촌할 때 유익한 내용들이 있는 강의도 있다. 귀농이나 귀촌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매우 유용한 지식 창고이다. 나는 주 재배작물인 토마토와 고추에 대해서 여러 개의 수업을 들었다. 실제로 농번기에 수시로 이 수업 노트를 들춰보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 온라인 교육이어서, 실제 작물을 재배할 때 맞닥트리게 되는 구체적인 상황까지 공부하기는 어려웠다. 초보 농사꾼이 알아야할 기본적인 사항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2024년 2월에는 횡성군 농업기술센터에서 한 달짜리 오프라인 토마토 수업이 개설되었다. ‘수경재배 방법’이 강좌의 제목이었지만, 토마토 재배기술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이 소개되었다. 매주 이틀씩 4주간 교육시간이 할당되어서, 많은 내용들을 접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많은 도움이 되었던 교육이었다. 

  “토마토의 1화방이 나오기 전에 7~8개의 본엽들이 나오죠. 이들 본엽들은 제각기 역할이 있어요.”

  토마토 재배기술로 박사학위를 받은 강사가 한 이야기였다. 1~4번째 본엽은 뿌리 활착과 뿌리의 양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단다. 따라서 10~15센티미터만큼 자랄 때까지 적엽(摘葉)을 하지 말고 키우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5~7번 본엽은 1, 2화방의 화아분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적어도 7번엽까지 나와야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화방이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지식들이었다. 토마토의 성장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하엽을 제거해줘야 한다. 제 역할을 다 마친 하엽은 누렇게 죽어 가기도 하거니와, 통풍을 좋게 해주기 위해서 제거해준다. 이 강의에서 하엽 제거를 언제부터 시작하고, 왜 그래야 하는 지에 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병충해 예방 및 방제 방법, 적당한 온도/습도의 조절 방법 등 토마토 재배에 필요한 다양한 내용들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외에도 융복합센터나 ‘현장 교수’라고 칭해지는 각 농산물 분야별로 지정된 전문 농업인들에 의한 교육과정들이 개설되어 있다. 비용부담이 크지 않은 교육들이어서, 초보 농부에게는 좋은 프로그램들이다. 


  초보 농사꾼인 나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농작물의 특성을 파악하는 일이다. 각 농작물마다 어떻게 재배해야 하는 지 그 방법을 배우거나 경험한 적이 없는 탓이다. 나의 경우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을 통해서 농작물의 파종/정식에서부터 수확과 출하까지 미리 경험할 수 있었다. 큰 도움이 되는 기간이었다. 하지만 한번의 재배주기로 모든 것을 알기 어렵다. 맛보기에 불과하였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교육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작물이 자라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다양한 상황들을 대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농작물의 종류에 따라, 그리고 자라는 곳의 토양이나 자연환경이 제각각 이기 때문이다. 결국 필요할 때마다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마을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된다. 

  “칼륨이 부족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거예요. 비료를 좀 더 줘야할 것 같네요.”

  어느 날 내 하우스를 방문한 마을의 송사장이 한 코멘트였다. 송사장은 수천평의 토마토를 재배하고 있는 베테랑이었다. 2024년 7월말에 접어들면서 싱싱하게 자라던 토마토의 잎 끝이 누렇게 변해가는 증상이 나타났다. 나는 잎곰팡이 병이 아닌가 하는 조바심이 났다. 2023년에 잎곰팡이 병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되살아났던 것이다. 

  송사장이 내 하우스를 방문하기 며칠 전에, 멘토가 내 밭에 왔었다. 내가 구입한 친환경 비료를 운반해주기 위해서 온 것이었다. 하우스를 둘러보던 멘토는 잎 끝이 누렇게 변하는 현상이 하우스의 입구부분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에 주목했다. 

  “농약 피해 같네요. 이랑의 모서리나 앞 뒤부분에 농약이 많이 뿌려지곤 하죠. 농약을 뿌리는 농부들의 행동 특성상, 모서리나 잎 뒤부분에서 좀 더 머무는 경향이 있거든요.”

  같은 증상이지만 두 사람의 원인분석이 너무 많이 달랐다. 초보농부인 나에게는 굉장히 헷갈리는 순간이었다. 이 일이 있은 뒤 보름이 지나서 그 결과가 나타났다. 잎곰팡이 병이었다. 두 사람이 말한 것이 맞고, 이후에 잎곰팡이 병이 나타날 수도 있었다. 유난히 무덥고 비가 많이 온 해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초기에 원인 파악이 되었다면, 토마토를 좀 더 건강하게 재배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칼륨이 부족해서든, 농약을 조심해서 살포하든, 아니면 하우스 안의 습기를 줄일 수 있는 대처방안을 찾든 했을 것이다. 농사를 잘 짓는 농부는 작물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건사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논밭에 작물의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는다고, 저절로 작물이 훌륭하게 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작물이 필요할 때에 맞춰서 적정량의 물을 줘야 하고 영양분도 공급해줘야 한다. 때로는 병해충을 예방하거나 없애기 위해서 약도 뿌려줘야 한다. 무엇보다도 작물의 생육상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할 수 있는 전문성이 필요하다. 

  농사도 공부를 해야 잘 지을 수 있다. 각종 온오프라인 교육을 받는 것은 어쩌면 기본적인 지식을 얻는 도구에 불과하다. 실제 작물을 재배하면서 필요한 지식들을 수시로 습득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 같은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이웃 주민들이 큰 도움이 된다. 그들이 오랜 시간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습득한 지식들이기에. 하지만 이웃 주민들도 농번기에는 바쁠 수밖에 없다. 내가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답을 얻으려면, 그들과의 관계에도 신경써야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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