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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귀농인의 하루>중국 무릉도원 여행기1:반일감정

- 귀농 2년차에 경험한 열여섯번째 이야기

by 유진

“관광객이 거의 다 중국 아니면 한국 사람들인 것 같네요?”

“그렇죠. 특히 일본 사람들을 보기 힘들 거예요. 2차대전때 일본 군인들이 벌였던 학살 만행 때문에, 이 지역 사람들의 감정이 좋지 않거든요.”

농한기를 맞아 평소에 가고 싶었던 중국의 장가계시(張家界市)를 여행하였다. 후난성(湖南省)에 있는 장가계시는 중국의 무릉도원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경치가 빼어난 곳이었다. 영화 손오공이나 아바타의 배경이 된 곳으로 알려져있다.

고급 리무진 버스에는 한국인 관광객 12명과 한국계 중국인 가이드가 타고 있었다. 보통 아침 7시 30분이면 호텔에서 출발해서, 목적지까지 40분 전후의 이동시간이 소요되곤 했다. 가이드는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그날의 관광 코스에 대한 설명을 했다. 더불어서 중국의 무릉도원이라고 일컬어지는, 장가계시에 얽힌 역사 이야기도 곁들여지곤 했다.


2차대전 당시 후난성의 창더시(常德市)는 국민당 정부의 임시 수도였던 충칭시(重慶市)와 가까워서, 전략적으로 중요하였다. 20세기들어 철도가 놓여 공업이 발달하게 되면서,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도시가 되었다. 그로 인해서 일본군의 주요 공격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1943년 11월 1일 일본군 약 6만여명이 창더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중국군 21만여명이 이를 막고자 하였다. 창더에 대한 포위작전에 들어간 일본군은 20여일을 공격한 끝에 창더시 진입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성벽과 골목을 요새화해서 시가전에 대비했던 중국군의 공세로 인해서, 큰 피해를 보게 된다. 11월말에는 일본군이 독가스 살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총공세에 나섰다. 독가스의 무차별 살포로 인해서 수많은 중국군뿐 아니라 일본군들도 상당한 피해를 보기도 하였다. 결국 12월 3일 일본군이 창더시 점령에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곧 중국군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점령한 지 8일만에 일본군은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3, 4일이면 창더시를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일본군에게 엄청난 타격을 준 전투였다. 힘들게 점령했던 창더시에서 퇴각하면서, 일본군은 중국사람들을 무차별하게 학살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애초 계획했던 것보다 큰 타격을 입은 일본군들이 중국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복수를 한 것이다. 이 전투로 일본군은 1만여명, 중국군은 2만여명의 전사자가 발생하였다. 창더는 1944년에 또 다시 일본군의 대륙타통작전(大陸打通作戰)의 전장터가 되기도 했다.

중국 호남성 지도_20241120.png


버스안에서 이루어진 가이드의 설명은 재미있었다. 내가 역사를 좋아하는 탓도 있지만, 일본 관광객이 장가계에서 전혀 보이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었기에 더 집중이 되었다. 중국사람들도 한국사람들 못지 않게 반일감정이 크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중국을 여행하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창더시는 내가 여행했던 장가계시의 바로 옆에 위치한 곳이었다. 이웃 창더시의 고통의 역사로 인해서, 후난성 주민들의 반일감정이 얼마나 좋지 않은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4일동안의 여행기간동안 거의 대부분의 관광객이 중국인 아니면 한국인이었다. 이외에는 아랍이나 유럽사람들을 간혹 볼 수 있었다. 일본 관광객이 없다는 사실을 안 뒤부터 미국 관광객이 있는 지도 관찰하였다. 역시 미국인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최근 몇 년동안 미중관계가 악화된 탓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대일감정이 한참 악화되었을 때는 일본 여행을 자제하곤 했었다. 그만큼 역사적, 정치적으로 국가간 관계가 좋지 않을 때는 곧바로 관광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역사적인 관계가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일례일 것이다. 그렇다고 문화가 역사적인 스토리에 항상 지배만을 받는 것은 아니다. 역으로 문화적 교류를 활성화시켜서, 양국간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일도 많다. 비록 역사적인 악감정이 남아 있더라도, 음악이나 스포츠 등의 문화 교류를 통해서 양국 관계가 좋아지기도 한다. 정치, 경제, 역사, 문화적인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은 국가간 관계이다. 그래서 외교라는 부분이 존재하는 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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