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귀농인의 하루>주문형 출판(POD)하기

- 귀농 4년차에 경험한 세번째 이야기

by 유진

드디어 기다리던 책이 도착했다. ‘횡성으로 가는 길’이란 제목을 단, 나의 인생 첫 작품이었다. Brunch라는 온라인 플랫폼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어느 덧 5년가까이 되었다. 어느 날 문득 회사를 은퇴한 뒤부터 제 2의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글로 남겨두고 싶었다. 일기 쓰는 습관이 있었던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나이 들어서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 힘들면서도 드라마틱했던 것도 글을 쓰게 된 배경이 되었다.

지난 5년여동안 전문작가님과 자그마한 글쓰기 모임을 계속 해왔다. 매달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면서, 내가 brunch에 쓴 글들을 수정해 나갔다. 전문작가의 수정작업까지 거친 글들이라서 읽기에 불편함이 없었다. 어느 덧 brunch에 올린 글이 300편을 넘기면서 책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양이 많아졌다. brunch에서는 온라인 책을 쉽게 만들 수 있어서, 이미 4권의 책을 만들었다. 그러자 지도해준 전문작가님이 오프라인 책을 출판해보라고 권했다.

사실 나는 brunch로 온라인 책을 출간한 것에 만족하고 있었다. 굳이 오프라인으로 책을 출판할 욕심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많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욕심도 없었고, 귀농/귀촌이라는 주제로 쓰여진 나의 글들이 그다지 인기가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차일 피일 책 출판을 미루고 있었는데, 2025년 겨울 농한기에 지도 작가님이 주문형 출판(POD;Publish On Demand)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부크크’라는 책을 출판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있어서, 그곳에 내가 쓴 원고를 올리면 책을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형식대로 출판사를 통해서 출판을 하게 되면, 원고와 표지 편집 등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때에 따라서는 수십권의 책을 저자가 구입해야 한다. 작가가 일부 재고를 떠안는 것이다. 작가에게 비용 부담이 주어지는 만큼, 판매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다.

그런데 주문형 출판은 편집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형식과 방법에 따르면 된다. 출판한 후에도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그때 인쇄를 하면 된다. 재고가 없기 때문에 출판사나 작가의 재고 부담이 없는 장점이 있다. 반면 소량 인쇄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과정으로 출판된 책에 비해서 약간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주문형 출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나는 출판작업을 망설였다. 굳이 힘들게 출판작업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자 지도 작가님이 나에게 그동안 모아온 파일을 달라고 했다. 본인이 직접 주문형 출판을 위한 편집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전년도에 참가하고 있던 모임에서 주문형 출판을 해본 경험이 있었다. 적극적으로 나서주는 그녀 덕분에 주문형 출판을 위한 과정이 시작되었다.

여러 번에 걸쳐서 수정을 한 약 50개 주제의 글들을 모아서 지도 작가님에게 보내주었다. 그녀는 부크크의 출판을 위한 형식에 맞춰서 편집작업을 해주었다. 하지만 나의 책을 다른 사람이 대신 편집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전개될 수 있도록 문장과 단어를 다듬는 것부터 시작해서 띄어 쓰기 등 검수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부크크에서 제공하는 형식대로 표지나 목차, 책 날개와 앞뒤 표지 글, 판권지 등 채워 나가야 할 부분이 많았다.

결국 내가 직접 ‘부크크’에서 제공하는 형식에 맞춰서 책 출판작업을 하기로 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다행히 부크크 플랫폼을 이용해서 책을 만드는 방법에 관한 유튜브 영상들이 여러 개 있었다. 그 중에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영상들을 골라서 공부를 시작했다. 이미 책에 실을 내용들이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영상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서 플랫폼에 글을 올리는 작업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한번 올리면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올리기 전에 약 220페이지에 달하는 글들을 수차례 점검해야 했다.

부크크 플랫폼에 글을 올리고 난 후, 다음 작업은 표지 제작 작업이었다. 표지 디자인은 유료 사이트에서 구입을 하기로 했다. 무료 디자인이 있었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고, 유료 디자인도 그다지 비싸지 않았다. 그런데 구입한 디자인을 플랫폼에 올리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책 날개를 만들기로 해서, 앞뒤 표지와 앞뒤 날개, 책 등 까지를 포괄할 수 있도록 작업을 해야 했다. 부크크 플랫폼의 형식에 맞춰서 이것을 올리는 작업은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부크크내에서 디자인 작업을 전문으로 해주는 팀에 의뢰를 하였다. 나와 같이 디자인을 이미 결정한 경우에는 5만원의 비용만 지불하면 되었다. 이 팀과 3~4차례 수정작업을 한 끝에 표지 디자인까지 완성되었다.

책 내용과 표지까지 부크크 플랫폼에 올린 뒤 부크크 팀의 검수과정을 거쳐야 했다. 판권지에 이슈가 있어서 한 차례 반려되었지만, 무사히 검수과정을 마무리했다. 그러면서 내가 20권을 첫 주문하는 것으로 출판작업이 완성되었다.

횡성으로 가는 길 책 표지 사진_20260419_051100071.jpg


주문하고 며칠 지난 후 책이 도착했다. Brunch로 만들었던 책과는 느낌이 달랐다. PC상에서 부크크 플랫폼으로 완성된 책을 상상해볼 수는 있었지만, 실제 책을 받아보니 편집상 부족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무료 글씨체를 사용해야 해서 부크크에서 만든 서체를 이용하였는데, 이것도 약간 낯설어 보였다. 그래도 나의 첫번째 책이라는 느낌은 사뭇 달랐다. 뭔가 내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면서, 지난 5년동안 써내려 갔던 과정들이 하나씩 스쳐 지나갔다. 나의 추억과 경험이 담긴 책들이라고 생각하니까 소중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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