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귀농인의 하루>비닐하우스 홍수

- 귀농 4년차에 경험한 두번째 이야기

by 유진

“화동리에서 스마트 하우스를 몽땅 짓는 바람에 토마토 값이 많이 떨어질 거래. 마을 사람들이 다들 걱정이야.”

2026년 2월 어느 날, 부친상을 치르고 오랜만에 횡성집에 왔다. 때마침 외출을 하려는 옆집 김사장님을 만났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 마자 대뜸 나에게 던진 말이었다. 둔내면 화동리 일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스마트 원예단지 기반조성사업’을 두고 한 이야기였다. 정부와 횡성군에서 약 45억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수만평의 하우스가 신축 또는 개축될 예정이란다. 둔내면을 고랭지 토마토의 핵심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정책의 일환이었다.

사실 수년동안 토마토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둔내면과 안흥면 일대에 비닐하우스가 많이 들어섰다. 토마토도 다른 농작물들과 똑같이 매년 가격의 등락폭이 심한 편이다. 2, 3년전에는 토마토 가격이 높아서 농가들의 수입이 높았다. 그런데 2025년에는 그 전에 비해서 가격이 떨어졌다. 2024년에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면서 재배 면적이 많이 늘어난 탓일 것이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농가들은 작년과 다르게 올해만은 좋은 가격이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횡성군 둔내면과 안흥면이 토마토의 주산지이기 때문에, 같은 지역의 농부들이 얼마나 생산량을 늘리는 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화동리의 원예단지 조성사업은 그 규모가 예년의 비닐하우스 증가에 비해서 훨씬 크기 때문에, 다른 농가들은 토마토 가격이 폭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었다.


그 얼마 뒤에 나는 면사무소로부터 메시지를 받았다. 2026년 비닐하우스 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3년동안 매년 비닐하우스 신축비용 보조사업에 지원했는데 번번히 떨어졌다. 이번에도 100평짜리 하우스 한 동을 짓고 싶어서 보조금을 신청했다. 선정되면 1,100만원이 총 사업비인 비닐하우스 신축에 최대 55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메시지를 받고 면사무소를 방문하자, 담당자가 웃으면서 축하해주었다.

“운 좋게 선정되셨네요. 축하드려요~”

사실 나와 같이 농사 지은지 몇 년 안된 농부는 하우스 신축 지원사업 대상자를 선정할 때 순위가 한참 뒤로 밀렸다. 청년농부나 농사 지은지 오래된 농부들이 우선적으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청 농가가 그리 많지 않았단다. 경쟁률이 겨우 2:1에 불과했다. 아마도 정부 지원사업에 선정된 화동리는 신청대상에서 제외되었을 것이고, 작년에 많은 농가들이 비닐하우스를 신축한 바 있어서 신청이 적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전에 하우스를 신축할 때 ‘나우농자재’란 곳에 작업을 요청했다. 횡성군 공무원이었던 사장님이 설립한 지 얼마 안된 회사였다. 둔내면 일대에 비닐하우스 신축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여러 개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나와 같이 한 두 동 짓는 소규모 농가의 작업은 취급하지 않는다. 그만큼 대규모로 하우스를 짓는 농가들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그에 비해 ‘나우농자재’는 신설 회사여서 그런지, 소규모로 신축을 계획하고 있는 농가들이 주요 고객이다. 사장님이 공무원 출신답게 빈틈없고 친절하게 일을 했다. 꼼꼼한 반면 절대로 가격 할인은 해주지 않기도 했다. 나는 귀농 첫해에 실력도 없는 작은 회사에 비닐하우스 신축을 맡겼다가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가격보다는 제대로 된 비닐하우스를 짓고 싶었다.

나이가 지긋한 분이 젊은 외국인 청년 3명과 함께 내 밭에 온 것은 3월 중순이었다. 하우스의 뼈대를 세우기 전에 기초작업을 하러 왔다. ‘나우농자재’에서는 하우스를 짓는 몇 개 팀에 외주를 맡기고 있었다. 리더 역할을 하는 분은 나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솔선수범하면서 젊은 사람들을 지휘하였다. 비교적 수월하게 작업을 진행하였다.


신축하우스_뼈대가 세워진 사진_20260408_082345.jpg

나는 6미터 폭에 길이는 37미터짜리 하우스 두 동을 짓기로 했다. 1백평이 넘어야 정부의 보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 140평 규모이다. 기존에 있는 백 평짜리 하우스 2동을 합하면 총 4동이 되는 것이다.

혼자서 하우스 4동에 방울 토마토를 재배하는 것은 힘들다. 방울 토마토 재배할 때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방울 토마토는 최대 20화방까지 키울 수 있는 만큼 제거해야 할 하엽도 많고, 줄기를 옆으로 뉘어 주면서 집게로 고정해주는 유인작업을 자주 해줘야 한다. 하우스 4동의 토마토 하엽 제거나 유인작업을 한 번 할 때마다 최소 3~4일은 꼬박 해야 한다. 거기에 친환경 농약을 제조해서 살포해주어야 하고, 비료와 수분도 공급해주어야 한다. 수확기에 접어들면 한번 수확하는 데도 2~3일이 소요된다.

이미 3년동안 경험한 바 있기에, 나는 1백평짜리 한 동에는 완숙 토마토를 재배하기로 했다. 이것은 8화방 내외까지만 키우기 때문에 유인작업이 필요없고, 그만큼 하엽 제거작업도 줄어든다. 작년에는 가격도 나쁘지 않았다. 둔내면 일대의 토마토 재배용 하우스가 많이 늘어나지만, 나는 금년에도 토마토 재배를 할 계획이다.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농부들은 재배 작물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작물이 지역의 기후에 적합해야 한다는 제약 조건이 있을 뿐 아니라, 신규 작물의 재배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도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금년에는 토마토 재배를 하면서 가격동향과 함께 대체 작물을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하우스에 비해서 노지밭은 일하기 불편하다. 날씨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쭈그리고 앉아서 작업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무릎과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간다. 그렇다고 힘들게 일하는 만큼 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농부들은 노지밭보다는 하우스 농사를 선호한다. 하우스 짓는 비용을 감당할 수만 있다면. 하우스 신축에 투자비가 들어가는 만큼 매출에 대한 기대도 올라간다. 기대가 큰 만큼 대규모 하우스 신축으로 인해 토마토 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한 염려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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