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농 첫 해에 겪은 열 여덟번째 이야기
귀농 첫해의 농사 준비를 위해서 2022년 겨울 인천에 있는 한 현수막 수거업체를 찾아갔다. 인터넷에 현수막 수거업체 정보가 많지 않아서, 이 업체를 알아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서울에 있는 수거업체를 접촉했는데, 보유 현수막이 없다고 하였다. 그리고 며칠 뒤에 인천의 한 수거업체를 소개받았다.
“이 많은 현수막으로 무엇을 할 거예요?”
현수막 수거업체의 사장님이 의아하다는 듯이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농사 지을 때, 밭 고랑사이에 깔아서 잡초가 자라는 것을 방지하려고요.”
나는 웃으면서 사장님에게 설명했다.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고 했지만, 내 자동차에 실을 수 있는 현수막의 양은 한계가 있었다. 짐칸뿐 아니라 뒷좌석까지 가득 현수막으로 채워 넣었다.
힘들게 얻어온 현수막을 산채마을의 비닐하우스 한 켠에 보관해 놓았다. 내가 현수막을 옮기는 모습을 본 김대표님이나 마을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잡초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 부직포를 까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현수막을 이용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부직포조차도 비싸고 추가로 설치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하는 농부가 드물었다.
거의 대부분의 농부들은 부직포대신에 제초제를 뿌려서 잡초를 죽였다. 제초제에는 농약 중에서 가장 독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생명력이 강한 잡초를 말라 죽게 하거나 아예 뿌리까지 죽일 정도이니까. 고랑사이에 제초제를 살포하면 옆에서 자라는 작물에게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농부나 소비자, 그리고 땅에도 좋지 않은 약이다. 그래서 친환경 농법에서는 제초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잡초를 제거하려면, 쭈그리고 앉아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뽑거나 캐내야 한다.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농부들이 손쉬운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나는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작물을 재배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잡초가 자라는 것을 억제해야 한다. 잡초에는 병충해를 전염시키는 각종 해충의 애벌레도 서식한다. 더군다나 비가 오면 잡초나 흙에 있던 세균들이 튀어 올라와 작물에 해를 입히는 것도 막아야 한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현수막 부직포를 까는 것이었다.
비닐 멀칭을 해 놓은 이랑들 사이에 현수막 부직포를 깔고 난 후,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곳곳에 디귿자 형태의 고정핀을 꼽아 놓았다. 형형색색의 현수막이 밭에 깔려 있으니까, 쉽게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지나가던 마을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도 이렇게 하지 않는데, 왜 이런 방식으로 밭을 만드는 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듯이. 그 효용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웃에 사는 농부가 재미있다는 듯이 한마디 내뱉았다.
“그래도 잡초가 현수막을 들고 올라올 거예요. 하하하”
농사를 짓기 시작한 첫해인 2023년에는 실패할 각오를 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해볼 생각이었다. 첫해의 실패는 앞으로 내가 농사를 짓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첫해의 실패로 인한 심리적, 경제적 피해는 이후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재배되는 농산물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현수막 부직포를 설치한 것은 결과적으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이것이 설치된 곳에서는 잡초가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멀칭 비닐과 부직포 사이의 흙이 있는 공간에서는 어김없이 잡초가 자라났다. 부직포와 비닐사이의 공간이 없도록 충분히 넓은 크기의 부직포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웃집 농부의 말 대로 일부 잡초들이 현수막을 뚫고 올라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다만 일년내내 비바람에 시달린 현수막의 천이 약해져서, 작물을 수확한 후 철거할 때 찢어지기 일쑤였다. 내구성이 약해진 현수막을 모두 쓰레기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만 했다. 고랑에 설치한 현수막의 양이 많았기 때문에, 쓰레기 봉투의 구입비용도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한번밖에 사용하지 못하고 버려야 해서, 친환경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어느 덧 4년차가 흐른 지금은 비싸지만 부직포를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부직포는 충분히 질기기 때문에 여러 번 사용해도 괜찮았다. 현수막을 사용해 본 첫해의 경험이 귀한 교훈을 준 셈이다.